미국의 연말 쇼핑시즌 출발점인 블랙프라이데이 매출이 전년동기 대비 증가한 것에 대해 지나치게 고무될 필요는 없어 보인다. 이 같은 추세가 연말까지 이어지기는 만무하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가 극도로 위축되면서 일자리가 감소하고 집값이 하락함에 따라 소비자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유통 업체의 온갖 유혹에도 불구, 소비자들은 철저히 계획된 소비만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 블랙프라이데이 매출 증가는 `허상`
전미유통연합회(NRF)에 따르면 블랙프라이데이를 포함한 지난 주말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전년동기 대비 7.2% 증가한 3725억7000만달러로 추정된다.
지난 주말에는 대규모 할인판매와 원플러스원(1+1) 행사 등으로 매출이 깜짝 증가했지만, 연말 매출 목표치에 도달할 지는 여전히 불확실하다.
더구나 블랙프라이데이는 유통업체들이 물건 값을 대폭 낮춰 팔기 때문에 전체 쇼핑시즌의 소비 동향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추이를 지켜볼 필요가 있다.
에릭 베더 브린머레이카렛 애널리스트는 CNN머니와의 인터뷰에서 "블랙프라이데이는 언론이 과대 포장한 날일 뿐, 실제 소비 동향을 파악하는 지표가 될 수는 없다"며 "제품 가격이 정상 수준으로 되돌아가는 향후 2주 동안의 매출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유통업 전문 애널리스트들에 따르면 유통업체들의 블랙프라이데이 주말 매출은 연말 쇼핑시즌 전체 매출의 10% 가량을 차지하는 데 그친다. 매출이 최고조에 달하는 날은 크리스마스 직전 토요일이다.
스튜어트 호프먼 PNC파이낸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지금부터 크리스마스까지 유통업체들의 매출은 별 볼 일 없을 것"이라며 "상당수 업체들은 재고를 처분하기 위해 손해를 보며 파는 것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디플레이션 우려가 높아진 가운데 유통업체들의 과도한 할인 행사는 결국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은 우려를 반영하며 메이시(Macy's) 백화점의 주가는 이날 13.6% 하락했다.
◇ 사이버먼데이도 별볼일 없어
블랙프라이데이 주말이 지나간 후 이제 관심은 사이버먼데이 매출 결과에 모아지고 있다. 사이버먼데이는 직장인들이 사무실에 복귀한 월요일에 온라인 유통업체를 통해 물건을 구입하는 날을 뜻한다.
그러나 올해의 경우 온라인 유통업체들의 월요일 매출은 지난해 같은 날에 비해 감소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정확한 집계는 하루 정도 후에 나올 전망이다.
마켓워치의 선임 칼럼니스트인 테레시 폴레티는 사이버먼데이 기대감에 대해 비판하면서 "일자리를 잃을 위기에 놓인 직장인들이 사무실에서 온라인 쇼핑을 즐기는 게 가당키나 하냐"고 물었다.
아마존닷컴의 크레이그 버먼 대변인은 "사이버먼데이는 온라인 매출이 최고에 달하는 날이 아니다"며 "온라인 매출은 12월 둘째 주에 집중된다"고 설명했다.
◇ 미국인 충동구매는 `옛말`
유통 조사업체인 쇼퍼트랙의 집계를 보면, 블랙프라이데이 주말 동안 상가 방문객은 1.7% 늘어난 반면 특정 매장 방문객은 18% 줄었다.
빌 마틴 쇼퍼트랙 애널리스트는 "상가 방문객이 꾸준한 반면 특정 매장 고객이 줄었다는 것은 소비자들이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인 아메리카리서치그룹(ARG)이 주말 동안 1000명의 쇼핑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소비자들의 84%는 지출을 줄이겠다고 밝혔다.
블랙프라이데이 쇼핑 목록에 포함된 물건의 가지수는 예년 9개에서 올해는 3개로 줄었다. 그 만큼 먹는 것도 아끼고 선물도 줄이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응해 메이시 백화점 등 주요 유통 업체들은 대규모 할인 행사를 계속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소비자들의 지갑이 열릴지는 미지수.
브리트 비머 ARG 애널리스트는 "소비자들이 이렇게 절약하는 모습은 본 적이 없다"며 "유통 업체들의 유혹에 소비자들은 끄떡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