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적’(22일 개봉)은 전형적인 버디 무비(두 남자 배우가 콤비로 출연하는 영화)의 틀을 지녔다. 삶의 벼랑에서 적으로 만난 두 사람이 우정을 느끼며 운명을 함께 하는 이야기는 많은 영화에서 조금씩 다른 정서로 채색되며 변주되어왔다.
이 영화의 기본 정서는 냉소적 감상주의다. 언뜻 ‘쿨’하게 들리는 극중 냉소적 대사들 속에는 사실 짙은 자기연민이 깔려 있다. “사람도 동물 아닌가” “인간은 다 억울해” “세상이 원래 시궁창이야” “인생 뭐(별 것) 없어” 등 러닝 타임 내내 쏟아내는 삶에 대한 촌평 같은 대사들은 냉소라기보다 푸념과 불평에 더 가깝다.
성우와 동료 형사들의 애증이 교차하는 관계처럼 잘 묘사된 부분도 발견되지만, 정작 핵심이 되어야 할 성우와 수현의 관계는 화학적 반응을 이뤄내지 못해 짙은 아쉬움을 남긴다. 중심 줄거리 사이사이 산발적으로 돌출한 액세서리들이 주인공들의 내면 주위에서 원심력으로 작용하면서 관객을 몰입자가 아닌 구경꾼으로 만든다. 버디 무비를 보는 관객이 두 주인공의 심리적 교류에 공감할 수 없다면 다른 미덕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여린 얼굴로 거친 인물 연기를 해낸 천정명은 특유의 매력이 있지만 아직은 한 영화를 책임질 수 있는 힘이 부족한 듯하다. 무게를 잔뜩 실은 대사 처리에서조차 종종 캐릭터의 위력을 살려내지 못한 그는 성실하지만 왜소한 연기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