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강종구기자] 일본이 외환시장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일본정부와 일본은행이 엔화강세를 막기위해 연일 힘겨운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미 두차례의 시장개입을 했으며 엔화강세가 멈추지 않을 경우 추가개입할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일본의 입장에서 보면 최근 엔화의 강세현상은 우려할만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은 길고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는 중에 한 줄기 빛이 스며드는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 일본정부의 판단이다.
일본의 입장에서 환율안정은 경기회복을 위해 꼭 필요한 전제가 아닐 수 없다. 국내소비가 여전히 침체에서 허덕이고 있는 가운데 오로지 수출만이 경기회복을 이끌고 있기 때문이다. 엔화가 강세를 보인다면 수출이 타격을 입을 것은 분명하고 이는 경기회복에 상당한 걸림돌로 작용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이 성공작으로 끝날 것이란 예상은 거의 없다. 28일 CBS마켓워치는 칼럼을 통해 "일본은행의 세계2위의 경제대국을 이끄는 중앙은행이지만 엄청난 규모의 자금을 움직이는 외환시장에 비해서는 "작은" 존재"라고 꼬집었다.
국제 외환시장에서 하루에 거래되는 돈의 규모는 1조달러가 넘는다. 더우기 외환시장의 싸움꾼들은 냉혹하고 잔인하다. CBS마켓워치는 "일본은행의 주머니가 얼마나 넉넉한지에 관계없이 혼자힘만으로 외환시장의 대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일본은행이 든든한 동맹군을 확보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먹이감이 될 수도 있다는 경고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일본은행을 위해 힘을 보태줄 동맹군은 아직은 없어 보인다. 세계 각국의 외환딜러들이 "바이 달러"에서 "바이 엔"으로 급선회하고 있고 주식투자자들도 일본증시로 몰려들고 있다.
일본 경제가 빠른 속도로 살아나고 있다는 증거가 속속 나타나고 있는 반면 미국 경제의 회복속도는 둔화될 것이란 예상 때문이다.
28일 블룸버그는 "투자자들은 일본 경제가 미국이 지난 분기에서 보여줬던 것 만큼이나 빠르게 회복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며 "이로 인해 일본 닛케이225주가는 올해 13%가량 상승해 1만1924포인트에 달할 것이지만 미국 S&P500지수는 경제회복 속도 둔화로 5.6%하락할 것"이라고 전했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일본 증시에서 연일 순매수행진을 벌이고 있다. 주간 단위로 지난 17일까지 5주연속 순매수를 보이고 있다.
영국 애쉬버튼주식회사 자금운용담당 피터 루카스는 "닛케이가 최소한 13000까지 상승할 것"이라며 "일본 주식에 대한 포지션을 증가시켰고 앞으로도 좀 더 증가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기업의 이익도 증가세로 돌아섰다. 최근 통계에서 세계 최대 은행인 미즈호 홀딩스를 포함, 555개 일본기업들은 올 회계년도에 적자에서 벗어나 흑자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반면 적자전환을 예상한 기업은 단 9개에 그쳤다.
경제가 살아나고 있고 외국자본이 몰려들고 있다면 엔화가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임에 틀림없다.
파나고라자산운용의 펀드매니저 앤소니 보드윅은 "일본은행의 시장개입에도 불구하고 엔화의 강세추세는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피지기이면 백전불패인 법. 일본은행은 이미 전략이 노출된 상태라는 점에서 외환시장 투기세력과의 싸움에서 불리한 위치에 있다. 두번의 시장개입을 통해 외환시장에서는 일본은행이 달러/엔을 124엔대 이상에서 유지하려고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다시 124엔대 수준으로 떨어진다면 투기세력들은 개입에 앞서 먼저 움직일 것이 자명한 노릇이다.
리젠트 파이낸셜 서비스의 아시아담당 펀드매니저 줄리안 메이요는 "일본주식의 비중을 늘려가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개입은 투자가들에게 매수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줄리안은 엔화가 120엔 수준까지 강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야스다 화재해상보험의 펀드매니저 야마다 가쯔히로도 "일본경제와 미국경제의 갭이 줄어들면서 엔화 수요가 늘고 있다"며 "달러/엔 환율을 130엔까지 밀어올리려는 정부의 시도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달러를 사서 해외시장에 투자하라는 설득에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페더럴 글로벌 리서치의 펀드매니저 스테판 오쓰는 "일본정부의 개입이 최근의 추세를 되돌리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라며 "외환투기세력과의 싸움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