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위스키 오픈런 …韓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논쟁 점화

김창수위스키 vs 쓰리소사이어티스 ‘기원’
인허가·첫 제품 기준으로 기원이 7개월 앞서
국산·수입산 재료·국적 등 두고도 이견
“최초란 상징성 인지도 측면서 중요”
  • 등록 2023-02-16 오전 10:20:15

    수정 2023-02-16 오전 10:37:31

[이데일리 백주아 기자]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라는 수식어를 두고 국내 위스키 업체·채널간 신경전이 가열되고 있다. 소비자들이 연일 오픈런(매장 문을 열자 마자 달려가는 행태를 가리키는 말)에 나서는 등 위스키 수요가 폭발하면서 위스키 애호가들 사이에서 논쟁이 가열되는 분위기다.

김창수위스키1호(왼쪽)과 기원 호랑이 에디션. (사진=각 사)
15일 업계에 따르면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와 김창수위스키 증류소에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란 같은 수식어가 붙는 것을 두고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나오고 있다. 싱글몰트 위스키는 블렌딩을 거치지 않고 하나의 증류소에서 100% 맥아만 발효·증류·숙성한 위스키다.

논란이 시작된 건 최근 주요 유통 채널이 ‘김창수위스키3호 캐스크(700㎖)’ 제품 물량 확보로 신경전을 벌이면서다.

경기도 김포에 위치한 김창수위스키 증류소에서 증류-숙성-병입된 이 제품은 공식 판매일인 지난 10일 편의점·대형마트에서 완판 기록을 썼다. 캐스크에서 숙성을 거쳐 병입한 위스키 276병 중 GS25는 38병을 확보 유통사 중 가장 많은 물량을 확보했다. CU와 이마트, 홈플러스는 각각 10여개 제품을 판매했다.

김창수위스키는 ‘대한민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란 타이틀로 희소한 위스키 수집가들 사이에서 화제가 된 제품이다. 이번에 출시된 3호는 지난해 4월과 9월에 각각 1·2호 한정판 상품 이후 5개월만에 나온 제품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 운영 포털 식품안전나라에 따르면 김창수위스키 증류소는 지난 2021년 제조허가를 받고 같은 해 1월 첫 증류를 시작했다. ‘김창수위스키1호’ 제품 출시일은 지난해 4월 28일이다.

지난 10일 서울 강남구 역삼동 GS25 DX랩점 앞 김창수위스키 3호 구매를 위한 오픈런 모습. (사진= 백주아 기자)
하지만 위스키 마니아 사이에서 엄격하게 따졌을 때 김창수위스키가 최초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조허가 및 첫 제품 출시 기준으로 따지면 국내 최초로 싱글몰트 위스키를 생산한 곳은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가 맞다는 설명이다.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에 위치한 이 회사는 2020년 설립 후 같은해 6월 증류를 시작했다. 김창수위스키보다 약 7개월 앞선 셈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호랑이 에디션(200㎖)’은 2020년 9월 9월에 나왔다. 상품 출시 기준으로도 8개월 앞선다. 두 번째 제품 ‘기원 유니콘 에디션(200㎖)’은 지난해 4월 30일 출시됐다.

양사의 마스터 디스틸러(증류소 총괄)의 국적을 두고도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김창수위스키 증류소는 김 대표 1인이 운영한다. 쓰리소사이어티스는 이름처럼 창립자이자 재미교포인 도정한 대표와 스코틀랜드에서 온 42년 경력 마스터 디스틸러 엔드류 샌드, 한국인 직원 등 3개국의 사람이 모여 위스키를 생산한다.

김 대표가 ‘한국인’ 최초의 싱글몰트 위스키 마스터 디스틸러면, 엔드류 샌드는 한국 최초 싱글몰트 위스키 마스터 디스틸러로 볼 수 있다.

위스키 생산시 국산 재료를 썼는지 수입산을 사용했는지에 따라서도 최초를 보는 시각도 나뉜다.

국산 맥아, 효모, 오크통을 활용해 숙성해 제품화에 성공한 최초 위스키는 지난해 9월 출시된 김창수위스키2호다. 쓰리소사이어티스가 출시한 국내 첫 싱글몰트 위스키의 경우 수입산 맥아가 사용됐다. 국내 재료를 활용한 위스키 숙성을 먼저 시작한 것은 쓰리소사이어티스지만 아직 제품으로 출시되지 않았다.

지난해 4월 30일 경기도 남양주 화도읍 쓰리소사이어티스 증류소에서 기원 한정판 위스키를 사려는 사람들이 대기표를 받고 기다리고 있다.(사진=백주아 기자)
업계는 유통 채널을 중심으로 희귀한 위스키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만큼 이번 최초 논란에 대해 관심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현행법상 위스키는 온라인 구매가 불가능해 오프라인 유통 채널의 핵심 상품으로 분류된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홈술·혼술 문화가 정착되면서 위스키 시장은 최대 호황기를 맞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최초라는 타이틀이 갖는 상징성만으로 소비자들에게 인지도를 쌓는데 유리한 측면이 있다”며 “위스키 마니아들 사이에서도 국내 최초 타이틀과 관련해 의견이 나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위스키 불모지에서 나온 제품이다보니 희소성에 소비자들이 열광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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