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현욱 기자] 운명의 날이 밝았다. 29일 오후 2시부터 환매 중단 사태가 난 라임 펀드 주요 판매사 전·현직 최고경영자(CEO)를 대상으로 하는 금융감독원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다. 관심은 출석 통보를 받은 CEO들이 얼마나 모습을 드러낼지, 어떤 말을 쏟아낼지에 쏠리고 있다. 국내 굴지의 증권사 수장들이 직접 금감원을 찾는 일은 사실 흔치 않아 취재진이 벌떼처럼 몰려들 것으로 보인다.
|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세 번째 제재심의위원회가 열린 30일 서울 여의도 금융감독원에서 취재진이 제재심에 참석하는 관계자들을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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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 17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관련 제재심 첫날에도 비슷한 풍경이 펼쳐졌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전 하나은행장)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전 우리은행장)이 직접 나와 적극 소명할 것이란 소식 때문이었다. 대회의가 열리는 오전 10시의 한두 시간 전부터 방송기자, 카메라기자 등이 운집해 북새통을 이뤘다
이날 함 부회장은 취재진의 눈과 귀를 벗어나 금감원에 잠입하는 데 성공했다. 하나금융그룹 직원들이 다수 동원돼 3갈래 이상인 출입 통로에서 동태를 살피는 눈치 게임 끝에 취재진을 유유히 따돌리고 입성한 것이다. 기자들의 질문 및 카메라 세례를 받지 않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출석시간이 오후 2시 이후로 조정된 손 회장은 훨씬 더 수월히 기자들을 피할 수 있었다. 생각보다 동선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고 판단한 기자들이 지레 포기해버렸기 때문이다. 결국 대부분 기자들은 두 전직 은행장들의 소회를 들을 수 없었다.
| (자료=이데일리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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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라임 관련 제재심은 더 변수가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자들이 출입구에 모여 진을 치는 데 어려움이 있다. 나재철 금융투자협회장(전 대신증권 사장)은 이미 불출석 의사를 밝힌 상태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현직 신분인 박정림 KB증권 사장이 포토라인에 설지 여부다. 함 부회장처럼 대기 중인 기자들을 피할지, 당당히 기자들 앞에 나타날지 확실치 않다. 다만 사안의 중대성 고려할 때 불필요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발언을 최소화하고자 취재진 질의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할 가능성이 크다.
앞서 금감원은 나 회장, 박 사장, 윤경은 전 KB증권 사장, 김형진·김병철 전 신한금융투자 사장 등에 ‘직무정지’를 염두에 둔 중징계를 사전통보했다. 이들은 내부통제기준 마련 미비를 물어 자신들까지 처벌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입장이다. 제재 수위는 △주의 △주의적 경고 △문책 경고 △직무 정지 △해임 권고 등 5단계로 나뉘며 문책 경고 이상 중징계를 받으면 향후 3~5년 간 금융사 취업이 제한된다.
금융당국은 제재심을 시작으로 증권선물위원회, 금융위원회 의결을 거쳐 제재를 확정한다. 이에 따라 일러야 내달쯤 결과가 도출되리라는 관측이 우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