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우리나라 경제성장 전망치를 -2.4%로 제시했다. 외환위기 이후 첫 마이너스 성장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는 충격적이지만 한때 -5%까지도 각오했던 것에 비하면 최악의 시나리오는 아니라는 평가가 높다.
특히 한은의 금리인하와 정부의 재정지출 등 정책적 효과에 힘입어 분기별로 한분기 한분기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경기는 2분기나 3분기에 저점을 통과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지고 있다.
다만, 바닥 이후 급격하게 회복하는 V자형 경기흐름 보다는 더이상 악화되지 않는 정도의 완만한 회복세일 것이란 전망이 대부분이다.
◇ 세계경기 침체..韓 경제 더 타격
무엇보다 수출에서 타격이 클 것으로 전망했다. 세계 경제는 올해 -1% 역성장할 것이고, 특히 세계 교역이 6.5% 위축되면서 수출 급감이 불가피하다는 것. 경기침체에서 자유로운 나라가 없고, 이 가운데 보호무역주의까지 강화되면서 교역여건이 상당히 악화된 상황이다. 따라서 올해 수출은 9.9%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김재천 한은 조사국장은 "성장에 있어서 세계경제가 가장 큰 변수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 국제금융시장이 얼마나 빨리 안정되고 이것이 실물경제 위축을 방치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지출항목인 민간소비 역시 정부의 각종 경기부양책에도 불구하고 마이너스를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구조조정으로 수중에 들어오는 소득이 감소한데다 증시 하락 등으로 자산가치도 대폭 줄었기 때문에 씀씀이를 줄일 수 밖에 없어 보인다.
그나마 정부의 사회간접자본 투자 확대에 힘입어 건설투자는 1.8%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기업들이 불확실성에 투자를 주저하면서 설비투자는 18% 급감할 것으로 내다봤다.
◇ 분기별로 조금씩 개선..`2~3분기 저점`
최근 일부 경제지표가 호조를 보이고 있고 증시 등 금융시장도 좋아지는 모습이어서 경기가 바닥을 찍고 반등할 것이라는 바닥론이 힘을 얻고 있다.
한은의 분기별 전기대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보면 이같은 기대를 가져볼만 하다. 작년 4분기에 전기비 -5.1% 성장률을 보였지만 올들어서는 1분기 0.2%, 2분기 0.5%로 개선되고 하반기에는 0.9%로 더 나아질 것으로 예상한 것. 이어 내년에는 3.5% 성장, 다시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기대했다. 꼬리부분이 완만히 상승하는 `나이키 로고형` 경기흐름이라는 뜻이다.
김 국장은 "다운사이드 리스크도 있지만 업사이드 리스크도 있다"며 "미국쪽을 비롯해 해외 분위기를 보면 나아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증시가 상승세를 보이는 등 정책적 대응 효과가 자산시장에서 나타나기 시작하면서 민간의 소비심리에도 청신호가 켜질 수 있다.
◇ L자형은 탈피..가파른 회복은 `글쎄`
다만 내년에 3%대 성장을 보여도 워낙 올해 경제가 가라앉은 데에 따른 기저효과인 부분도 있어 피부로 느낄 수 있을 정도의 경기회복은 아닐 것으로 한은은 보고 있다.
따라서 현재로서는 경기가 L자형은 아니다는 정도이지 경기가 급반등하는 V자나 완만하게나마 회복이 눈에 띄게 나타나는 U자형까지도 기대하기는 어렵다는 분석이다.
김 국장은 "지금 상황은 바닥에서 빠르게 올라가길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며 "저점의 의미가 크지는 않다"고 평가했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수치상 경기 바닥은 2분기 전후가 될 가능성이 높다"며 "그러나 바닥을 본다고 해도 하반기에 회복 강도는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