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위원장은 지난 19일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특사로 평양을 방문한 탕자쉬안 외교담당 국무위원과 전격 면담을 가졌다. 지난 7월 미사일 발사후 방북한 휘이량위 부총리를 만나지 않았고, 중국의 특사파견 요청을 번번이 거절했었다.
이와 관련, 일부 언론은 김 위원장이 "미국이 금융제재를 해제하면 북한도 6자 회담에 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중국의 한 외교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미국이 어느 정도 양보하면, 우리도 양자회담이 됐건 6자 회담이 됐건 어느 정도 양보하겠다"면서 핵 실험에 대해 중국측에 미안하다는 뜻을 전했다.
이 수준이면 당초 북핵실험後 유엔제재 결의안이 나오면 추가 핵실험 등 물리적 대응으로 상대하겠다던 자세에서 크게 물러선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낳게 한다.
여기에는 일부 언론의 보도대로 탕자쉬안 특사가 김 위원장에게 전달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의 메시지가 상당히 엄중했던 것과도 관련이 있을 수 있다.
◇17일 북한외무성 성명, 다시보면 `대화 하자?`
성명에서 북한은 핵보유국임을 인정받겠다는 뜻을 보이면서도 "핵무기를 먼저 사용하지않을 것이며, 핵이전을 불허할 것임을 명백히 천명한다"고 했다. 미국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는 핵이전까지 가지 않을 뜻을 밝힌 것. 또 "대화와 협상을 통해 조선반도의 비핵화를 실현하려는 원칙을 변함없이 고수할 것"이라고했다.
미국을 비난하는 대목에서도 "언어도단" "비도덕적 처사" "우리 공화국에 대한 선전포고", "오산하지 말아야 한다" "허황한 망상"라고 했고 유엔 결의안에 대해 "단호히 규탄하며 전면 배격한다" 등의 표현을 썼을 뿐이다.
"우리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털끈 만치라도 침해햐려 든다면 가차없이 무자비한 타격을 가할 것"이라고 제재안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은 언급하지 않았다. 또 "미국의 동향을 주시할 것이며 그에 따라 해당한 조치를 취재나갈 것"이라고 했지만 2차핵실험 등 물리적 조치로 대응하겠다는 내용은 없었다.
간단히 요약하면 성명은 "핵이전 하지 않을 것이며 대화와 협상으로 조선반도 비핵화 원칙을 고수하겠다"며 대화를 제의한 것으로도 평가할 수 있다. 구체적인 물리적 맞대응 언급을 피함으로써 더욱 대화에 무게를 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있다.
김정일 위원장이 북핵실험후 강경 발언을 피하고, 탕자쉬안 중국특사를 만나 `금융제재 해제시 대화 복귀`의사를 밝힌 것 역시 `강경 대결자세`를 거둬들인 것으로 해석해볼 수 있다.
◇정부 대북제재 수위 고민…과잉제재 될라
이런 북측의 태도변화 조짐에 정부는 또다른 고민에 빠질 수도 있다.
유엔제재 결의안 이후 정작 북한은 `온건한 태도`로 돌아설 조짐이 있는 가운데, 일본이 제재에 나서고, 미국이 강한 제재를 주문하고 있다. 정부는 `핵실험`이라는 엄중한 사태에 따라 제재가 불가피하다는 인식에는 변함이 없지만 적정 수위를 찾는데 어려움을 느낄수 밖에 없다.
정부가 포용정책의 기조자체를 변화하지 않고, 일부 조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점이나, 대북 제재 수준을 결정하지 못한 채 망설이고 있는 것 등도 이와 무관치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전문가들중에는 "북한 태도를 좀더 지켜보며, 분명한 입장을 지켜보는 것이 사태 악화를 피하는 중요한 방법중에 하나가 될 것"이라고 주문하는 이도 있다. 섣부른 제재는 `과잉제재`의 후유증을 낳을수도 있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