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스톱에서는 무엇을 몇 점으로 할 것인지, 1점의 값은 얼마로 할 것인지 미리 정해두고 있다. 그러나 주식투자는 기업이 만들어 내는 이익 1원의 값을 주가로 몇 원으로 할 것인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참가자 각자가 게임을 하는 중에 상대방의 눈치도 보면서 계속 그 값을 바꾸어 간다. 그래서 주식투자는 고스톱보다 더 어렵지만 더 재미있다.
고스톱에서는 1점의 값을 참가자들이 놀이를 하기 전에 100원 또는 1000원이라고 미리 정해 둔다. 1점의 값은 참가자들이 약속하기에 따라 마음대로 바뀔 수 있다.
100원이어도 좋고 심하면 100만원이어도 좋다. 그러나 주식투자에선 기업 이익 1원의 값, 즉 주식의 가격은 미리 정해져 있지 않다. 갑은 기업 이익 1원의 값을 주가 10원이라고 생각하지만 을은 기업이익 1원의 값을 주가 20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기업이익 1원의 값을 주가로 얼마라고 알려주는 것이 바로 우리가 많이 사용하는 주가이익배수(PER)다.
그러면 고스톱과 달리 주식투자에서 1원의 값어치는 어떻게 만들어 지며 어느 정도면 적당할까? 10원? 100원? 1000원? 지금 한국주식시장에서 기업이익 1원의 값어치 즉 주가이익배수는 대략 10 근처다.
만약 어제 기업 이익 1원이 주식시장에서 10원으로 거래되던 어떤 회사를 오늘 누군가가 고스톱에서처럼 100원에 거래하자고 소리지려면 모두 그 사람을 이상한 눈으로 쳐다볼 것이다.
그러나 기업이익 1원은 현실 세계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에 제약을 받아서 마련된 1원이다. 그래서 기업 이익 1원의 값은 아무렇게도 정해질 수가 없다. 예를 들어 기업이익 1원을 마련하기 위해서 10원의 돈이 필요하다면 기업 이익 1원의 값어치는 최소 10원의 대접을 받을 것이다.
지금 시장에는 주가이익배수가 5배 이하인 회사도 있고, 20배 이상인 회사도 있다. 이처럼 기업 이익 1원의 값어치가 주식시장에서 서로 달리 평가 받고 있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그것은 겉으로 보면 숫자로 같은 1원이지만 이 1원이 갖는 성질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주식 투자에서 투자 성과를 높이려면 두 가지 유형의 회사를 찾아야 한다. 하나는 이미 질이 좋으나 아직 시장에서는 낮게 평가 받고 있는 회사다.
또 다른 한 가지 유형의 회사는 아직은 질이 좋지 못하지만 곧 질이 좋아질 것이 거의 확실한 회사를 찾는 것이다.
혹시 그런 회사가 어떤 회사냐고 궁금해 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누구 잘 알만한 사람에게 물어볼 지도 모른다. 그러나 개별 회사에 투자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이런 회사를 찾는 일에 재미를 느껴야 한다.
여기서 재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해주는 전문가에게
돈을 맡기는 것이 좋다.
굳이 누구에게 물어가면서 개별 회사에 투자하고 싶다면 아무에게나 물어보지 말고 믿을 수 있을 만한 사람에게만 물어보아야 한다. 다른 세상에서는 누구의 말도 잘 믿지 않으면서 주식 투자의 세계에서는 남의 말을 너무 쉽게 믿어버린다면 그것은 좀 이상한 일이 아닐까?
이것은 어쩌면 남이 나를 속인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속인 것이다. 주식투자에서 가장 무서운 적은 바로 나 자신이다.
[하상주 가치투자교실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