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기 대권 잠룡으로 꼽히는 이낙연 전 국무총리는 25일(현지시간) 미국 뉴저지주 포트리의 한 식당에서 뉴욕특파원단과 만나 윤석열 대통령의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제3자 변제’ 해법에 대해 “일본에 사과를 요구하는 게 마치 잘못인 것처럼 만들었다”며 이렇게 비판했다.
이 전 총리는 제3자 변제 방안을 두고 “한국이 일본에게 일방적으로 양보하는 안”이라고 평가하면서 “다음 정부가 이를 뒤집는다면 신용이 없는 나라처럼 보일 것이고 뒤집지 않는다면 국내적으로 부담이 될 것이기 때문에 참 곤혹스러운 처지가 됐다”고 말했다. “차기 정부에 너무 큰 짐을 지운 것”이라는 게 그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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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들, 대일 외교 낭패감 느껴”
이 전 총리는 지난 대선 경선 당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패배한 이후 미국 워싱턴DC의 조지워싱턴대에서 1년간 연수했다. 그 결과물이 한반도를 둘러싼 혼돈의 국제질서를 담은 저서인 ‘대한민국 생존전략-이낙연의 구상’이다.
이 전 총리는 그러면서 “중국과 협력할 경우에도 경제 의존도를 낮춰가는 것이 긴요하다”며 “여기에서 의존도가 높아지면 예속되고 훨씬 더 어려운 상황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리는 대미 외교에 대해서는 “줄 것은 주고 받을 것은 받는 것이 외교의 본질”이라며 “이전에는 다 그렇게 했다”고 꼬집었다. 윤 대통령이 미국을 향해 ‘퍼주기 외교’를 하고 있다는 비판으로 읽힌다. 그는 “미국은 중국을 압박하기 위해 동북아에서 한국, 일본 등 동맹의 동참을 요구하고 있다”며 “그것을 이해한다고 해도 우리가 너무 손해를 보는 요구까지 받아들이는 것은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국의 무리한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 설득하려는 노력이라도 해야 한다”며 “윤석열 정부가 왜 그런 노력조차 하지 않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다.
그는 아울러 지난 1991년 구(舊)소련의 해체에서 출발한 탈냉전 시대가 끝났다는 백악관 국가안보전략보고서 내용을 소개하면서 “탈냉전 시대 때 한국은 높은 경제 성장을 이뤘다”며 “그러나 이제는 미국과 중국을 다 활용할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대한민국 생존전략을 펴낸 요지도 결국 여기에 있다.
이 전 총리는 저서를 통해 “한반도 평화의 최대 이해당사자는 대한민국”이라며 “한국은 그만한 역할을 해야 하고 그에 필요한 역량을 갖춰야 한다”고 썼다. 그는 이어 “세계의 불확실성은 깊다. 출구가 잘 보이지 않는다”며 “그래도 우리는 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전 총리는 그러나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려는 듯했다. 이 전 총리는 다음달 초 미국을 떠나 잠시 독일을 거쳐 다음달 말 귀국할 계획이다. 그는 야권에서 유력한 차기 주자 중 한 명으로 손꼽힌다.
그는 민주당 내 극심한 계파 갈등에 대한 질문을 받고서는 “저는 국회의원을 내려놓고 미국에서 연구하며 지낸 사람”이라고 표현하면서 “당내 문제는 여의도에 있는 분들에게 맡기면 된다”며 답변을 피했다. 그는 또 “지금은 국가적인 문제에 대해 집중할 것”이라고 했다.
이 전 총리는 귀국 소감을 묻는 질문에는 다소 뜸을 들인 후 “가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다”고 짧게 답했다. 정계 복귀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은 셈이다. 그는 그러면서 “양쪽(정부와 야권) 모두 제 말을 안 듣기로 결심한 사람들”이라며 “그런 점에서 (귀국 후에도) 별로 바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언급한 ‘양쪽’에 더불어민주당까지 포함한 것은 ‘이재명 지도부’에 대한 불만을 넌지시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여의도 정가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그의 총선 출마설이 나온다. 아울러 대선 패배와 함께 다소 흩어져 있는 친이낙연계를 결집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지난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에 선출된 박광온 의원은 대표적인 친이낙연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