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배운 기자] 검찰이 더불어민주당 등 야권 인사들을 겨냥한 전방위 수사에 나선 가운데, 법조계 일각에서는 사실상 예견된 순서였다는 해석이 나온다. 검찰 수사권 축소를 꾀하는 민주당을 견제하기 위해 수사는 더욱 매서워질 것이란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 (왼쪽부터) 검찰 수사대상에 오른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 (사진=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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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은 최근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에 연루된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과 ‘서해 피격 사건 월북몰이’ 의혹을 받는 서훈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을 구속상태로 재판에 넘기는 등 관련 수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들 수사가 진전을 보이면 이재명 민주당 대표와 문재인 전 대통령도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사태를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아울러 검찰은 최근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취업 특혜 의혹 관련해 노영민 전 대통령비서실장을 출국금지하고, 청와대 관계자의 사무실·자택을 압수수색했다. 또 6000만원 상당의 뇌물 수수 혐의를 받는 노웅래 민주당 의원을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고, 이 밖에도 ‘文정부 블랙리스트’ ‘월성원전 경제성 평가 조작’ ‘탈북어민 강제북송’ 의혹에 연루된 야권 주요 인사들을 줄소환했다.
올해 상반기 민주당은 검찰의 권한과 역할에 의문을 제기하며 ‘검찰수사권 완전박탈(검수완박)’법 통과 등 검찰 수사권 축소를 강하게 밀어붙였다. 나아가 중대범죄수사청 설치까지 공론화하면서 검찰은 사실상 기소만 담당하는 소규모 기관으로 재편될 것이란 관측까지 나왔다.
이에 검찰은 수사 성과로 존재가치를 입증해 여론을 자신들 편으로 되돌리려 한다는 게 법조계의 해석이다. 전 정권 권력형비리에 대한 수사에서 성과를 거두면 그만큼 민주당의 검찰 수사권 축소 시도는 비리수사를 저지하려는 것 처럼 비쳐져 정당성과 명분을 잃기 때문이다.
실제로 대장동 개발 비리,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으로 수사선상에 오른 이재명 대표는 검찰 수사의 정당성에 연일 의문을 제기하고 있지만, 당 안팎으로 퇴진론이 불거지면서 흐름은 검찰에 유리한 분위기다. 검찰 권한 축소의 완성단계로 거론됐던 중대범죄수사청 설치,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청 권한 확대 논의 역시 자취를 감춘 상황이다.
한편 검찰은 ‘부동산 사기’ ‘마약 범죄’ ‘보이스피싱’ 등 민생범죄 엄단 역할도 부각하면서 우호적인 여론을 형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야권을 겨냥해 보복성 수사를 펼치고 있다는 일각의 비판에 대해선 검찰 관계자는 “제기된 의혹에 대해 일체 정치적 고려 없이 수사하는 것이 검찰의 할 일”이라며 원칙론으로 맞받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