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베이징동계올림픽…“올림픽 특수도 없어요”[중국은 지금]

[르포]동계올림픽 열리는 장자커우 가보니
음성 확인서에 도착 후 또 코로나19 검사
방문목적 보고까지…축제 분위기 크게 없어
美 등 외교적 보이콧에 후원기업들도 난감
  • 등록 2021-12-12 오후 4:28:18

    수정 2022-09-19 오전 8:54:07

베이징동계올림픽 경기장 인근 장자커우 한 스키장에 세워진 입간판 앞에서 입장객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베이징·장자커우=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베이징이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되자마자 지인들과 스키복 창업에 뛰어들었어요. 동계 스포츠 인기가 엄청날 줄 알았죠. 그런데 코로나19 사태 때문에 ‘올림픽 특수’를 누릴 수 없어 매출이 예상처럼 늘지 않았어요. 동종 업계 사람들도 비슷한 상황입니다.”

세계인의 축제 2022년 베이징 동계올림픽 경기장이 밀집한 허베이성 장자커우(張家口)에서 만난 스키복 브랜드 창업자 위 모 씨는 이렇게 말했다. 장자커우는 베이징에서 북서쪽으로 190㎞가량 떨어진 도시로, 올림픽 기간 이곳에서는 스키, 바이애슬론, 크로스컨트리, 스키점프 등 설상경기가 열린다.

외국인 관리 더욱 철저…검사에 또 검사

내년 2월 4일 개막 예정인 베이징동계올림픽을 한달여 앞둔 현장은 축제 분위기가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미국을 비롯한 주요국이 올림픽에 정부 사절단을 보내지 않는 ‘외교적 보이콧’(diplomatic boycott)을 선언하면서 외교적 고립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고, 내부적으로는 코로나19 사태 재확산 우려가 커지며 ‘내우외환’에 빠졌다. 베이징 동계올림픽은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3연임을 위한 중요한 과제이기도 하다.

장자커우에 도착하니 험난한 방역 절차가 시작됐다. 방역 요원에게 48시간 내 검사받은 코로나19 음성 증명서와 건강코드, 지난 14일간 방문지 등을 보여준 후 신분증 검사를 받아야 했다. 중국인 신분증은 기계에 올려놓기만 하면 됐지만 여권을 가진 외국인은 별도 절차를 밟는다. 공안은 입국일자 등을 검사 한 후 ‘기자’는 특수 직업이라며 방문 목적 등을 추가로 묻고 상부에 보고까지 했다. 숙소와 연락처 등을 적은 후에서야 장자커우에 들어갈 수 있었다.

끝이 아니다. 동계올림픽이 열리는 경기장은 사전에 허가를 받아야 입장이 가능했고, 인근 스키장도 철저한 방역을 원칙으로 운영되고 있었다. 스키장에 들어가기 위해선 또다시 현장에서 코로나19 핵산 검사를 받아야 했다.

베이징과 장자커우를 잇는 기차안이 올림픽 테마로 꾸며져있다. 승객은 많지 않다. 사진=신정은 기자
험난한 절차를 거쳐 장자커우에 들어갔으나 올림픽이라는 축제 분위기는 찾기 어려웠다. 과거 2008년 베이징올림픽 때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였다. 군데군데 베이징 동계올림픽 팻말이 보이는 정도였다.

현장에서 만난 왕 모 씨는 “스키를 타러 상하이에서 친구들과 왔는데 입장 절차가 워낙 까다로워 특수 작전을 수행하는 기분”이라며 “올 겨울 다시 스키를 타러 이곳에 오기는 힘들 것 같다”고 토로했다.

중국 정부는 단 한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 해당 지역을 전체 봉쇄하는 ‘칭링(淸零·제로 코로나)’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그렇다 보니 확진자 발생을 막기 위해 각 지방정부가 방역 정책을 강화하고 있고, 올림픽을 치르는 지역은 더욱 철저하게 관리하고 있다. 중국은 베이징, 옌칭, 장자커우 등 3곳 지역에서 올림픽을 개최한다.

베이징 시내도 마찬가지다. 차오양구 한 쇼핑몰에 자리잡은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념품 매장에서 만난 판매원은 “2년 전 문을 열었지만 이제야 매장을 발견하는 손님이 많다”며 “최근 국민브랜드 ‘안타’와 콜라보한 상품을 찾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기념품 매장은 중국의 애국주의 소비를 겨냥한 듯 ‘오성홍기’를 부착한 상품들이 가득했다.

베이징에 위치한 한 올림픽 기념품 샵에서 손님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신정은 기자
연이은 보이콧에 후원기업들도 난감

중국은 외교적 보이콧이라는 대형 악재도 만났다. 미국은 중국의 신장 위구르자치구 지역 인권 탄압 등을 이유로 지난 6일 처음으로 베이징 동계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선언했다. 이어 뉴질랜드, 호주, 캐나다 등이 동참했고 유럽에서는 8일 처음으로 영국이 합류했다. 아시아에서는 일본이 조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보이콧 목소리에 후원기업들은 곤란한 상황에 빠졌다. 정치적 압박이 불매운동으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지나 레이몬드 미국 상무부 장관은 “개별 기업이 하는 일은 전적으로 그들에게 달려 있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많은 기업들이 인권 유린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기로 결정한다면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메인스폰서인 유럽 최대 보험회사 알리안츠는 관련 광고의 축소를 검토 중이라고 독일 프랑크푸르터 알게마이네 차이퉁(FAZ)이 지난 10일 보도했다.

기업입장에서는 신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만약 광고를 축소한다면 중국에서 또다른 불매운동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

중국 내 투자업계 종사자인 리 모씨는 “중국 정부가 코로나19 상황 속에서 최대한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축소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보니 기업들도 큰 홍보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며 “일부 관중을 제외하곤 대부분 집에서 경기를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인 관광객 제한에 여행업계도 울상이다. 여행 업계 종사자인 안 모씨는 “외국 관광객들이 못 오는 건 물론 국내 이동도 쉽지 않다”며 “시내 투어 같은 여행 상품만 운영하고 있다”고 한숨을 쉬었다.

베이징이 지난 2015년 7월 IOC 총회에서 2022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확정됐을 때 만해도 중국 내부에서는 직·간접적 경제적 효과가 3000억위안(약 56조원)에 이를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그러나 현재 이같은 기대는 쏙 들어갔다. 주식시장에서 일부 올림픽 관련 테마주가 주목받는 정도다.

중국은 미국 등의 외교적 보이콧에도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겠다고 자신하고 있지만, 지금과 같은 분위기로는 목표로 했던 경제적 효과를 기대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동계올림픽 기념품샵 전경. 사진=신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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