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도 수원 영통에 있는 본사 집무실에서 10일 만난 이효근 에스디바이오센서 대표는 회사의 기구했던 과거부터 꺼내놓았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혈당측정기, 당화혈색소분석기, 콜레스테롤 분석기 등 체외진단기기를 세계 103개국에 수출하는 의료기기 업체로 이 분야 글로벌 강소기업으로 손꼽힌다. 지난해 매출 656억원 가운데 수출 비중이 80%를 넘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일찍부터 글로벌 진단기기 주요시장인 인도와 중국에 해외법인을 두고 집중 공략 중이다. 이런 현지공략 전략에 힘입어 인도에서는 콜레스테롤 진단기기 분야에서 1위 자리를 공고히 할 정도로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지난 2008년 글로벌 의료기기 업체인 미국 엘리어(현재는 애보트에 인수)의 존 회장이 직접 수원 본사를 찾아왔다. 존 회장은 에스디의 기술력을 미리 파악하고 수차례에 걸쳐 회사를 엘리어에 팔라고 요구했다. 이를 거절하자 상장돼 있던 회사의 주식을 공개매수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대표는 당시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 말라리아, 댕기 등 진단시약 분야에서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두 자체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높게 평가한 엘리어가 이를 확보하겠다는 의도에서 적대적 M&A가 시작됐다고 회고했다.
|
결국 엘리어는 개인주주를 포함해 주요주주 주식을 확보, 에스디 지분율을 60%까지 늘리면서 적대적 M&A에 성공한다. 경영권을 빼앗긴 창업자 조영식 회장도 보유하고 있던 지분 29%를 모두 엘리어에 넘기면서 회사 경영권을 넘겨줬다. 엘리어는 이 적대적 M&A 과정에서 시가총액 2370억원 규모였던 에스디를 4000억원에 사들인 것이다.
“2010년 에스디의 바이오센서 사업부문을 인수해 재창업한 회사가 바로 오늘의 에스디바이오센서다. 에스디가 사업의 모태이기 때문에 회사명에 에스디를 붙여 다시 사용하고 있다.”
이 대표는 빼앗겼던 회사 일부 사업을 되찾은 후 기존에 확보하고 있던 기술력을 발판으로 혈당측정기, 콜레스테롤 분석기 외에 에볼라 진단키트와 메르스 진단시약을 개발했다. 2016년부터는 형광 면역분석기, 잠복 결핵 진단시약, 분자진단시약 등 체외진단기기 개발에 회사역량을 집중한 게 단기간에 글로벌 경쟁력을 갖출 수 있었던 비결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제품개발의 키맨은 조영식 회장이다. 조 회장은 회사를 창업하기 전 GC녹십자에서 10여년 진단시약 연구를 전담했다. 조 회장 주도로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세계 최초로 사스, 말라리아, 댕기 듀오, 신종플루 진단시약 등을 개발했다.
“의료 패러다임이 치료중심에서 질병 예방 및 조기진단 중심으로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체외진단기기 시장이 급성장하는 배경이다. 글로벌 체외진단기기 시장규모가 지난 2017년 기준 720억달러에 달했다. 앞으로도 연평균 10% 이상 고성장을 거듭할 것이다.”
“최근 5년간 국내에서는 매년 3만6000여명의 결핵 환자가 발생했다. 결핵이 표면화되기 전 예방치료를 하기 위해서는 잠복결핵균을 보유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지난해 식약처 최종허가를 받고 올해부터 본격적인 판매를 시작한 잠복 결핵진단시약에도 큰 기대를 표시했다. 국내 순수 기술로 개발된 잠복 결핵진단시약은 혈액으로 결핵균이 잠복해 있는지를 대량으로 검진할 수 있어 수입 시약을 대체할 때 비용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지난해 병무청에서 결핵진단시약 입찰을 했다. 하지만 제품 평가항목이 특정 다국적 기업에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 제품력은 오히려 우리가 뛰어났는데도 불구하고 수주를 하지 못했다.”
이 대표는 세계 100여개 국가에 수출하며 제품 경쟁력을 글로벌하게 인정받고 있지만 정작 한국 정부로부터는 별다른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러면서 다국적 회사들이 장악한 국내 결핵진단시약 시장이 국산제품으로 대체될 경우 연간 국가 예산은 100억원 가량이 절감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진단기기 및 진단시약은 질병 유무에 대한 검진 정확성이 생명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생산하는 모든 진단제품의 정확도는 99%를 넘어선다.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 대표의 사무실 벽면에는 ‘세계최초, 최고 품질, POC(현장)진단 글로벌 1위 기업’이라고 쓰인 액자가 걸려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