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중국 웨이펑허 국무위원 겸 국방부장(장관)은 1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에서 만나 양국의 ‘전략적 소통’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특히 양국 간 군사적 신뢰 증진을 위해 공군 간 직통전화를 추가로 설치키로 했다. 중국 군용기의 잇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진입으로 우발적 충돌 가능성이 있어 이를 방지하기 위한 것이다. 또 양국간 신속한 재난구호 협력과 인도적 지원을 위한 양해각서 체결을 추진키로 하는 등 실질적인 한·중 국방교류협력 방안도 논의했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웨이펑허 중국 국방부장(장관)이 1일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 참석을 계기로 싱가포르 샹그릴라호텔에서 만나 한·중 국방장관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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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수년째 양국의 최대 갈등 현안이었던 주한미군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 배치 관련해서도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해 이해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정 장관은 회담 이후 기자들과 만나 “중국 측에 사드 배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때문임을 설명을 하고, 현재 미군에서 운용하고 있는 사드 운용 방식에 대해 설명했다”면서 “웨이 부장은 이 부분에 대해 충분히 이해하고 상당히 좋은 쪽으로 말씀을 해주셨다”고 말했다. 또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회담을 마쳤다”며 “(웨이 부장이 제게)중국 방문을 요청했고, 방한 의사도 표명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정 장관과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과의 회담에선 양측이 ‘초계기-레이더’ 문제에 대한 기존 입장을 재차 피력하며 접점을 찾지 못했다. 정 장관은 이와야 방위상에게 우리 함정이 일본 자위대 초계기를 향해 추적레이더를 비췄다는 것은 사실무근이며 문제의 본질은 일본 초계기의 근접 위협비행 행태라고 강조했다. 이와야 방위상 역시 한국 측 함정이 자국 초계기에 레이더를 겨냥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특히 이와야 방위상은 일본 기자들과 만나 한·일 회담에 응한 이유를 설명하면서 “진실은 하나인데, 이야기를 나누면 답이 나오는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두 장관은 ‘재발방지가 중요하다’는데 합의했다. 정 장관은 기자단 간담회에서 “그 부분(초계기 저공위협비행)이 잘되고 잘못되고를 떠나서 앞으로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발전시켜 나가자는데 의견 일치를 봤다”고 했다. ‘(초계기 문제에 대한) 사과 요구는 하지 않을 것이냐’는 질문에 “현실적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한다”며 “(공개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그런 분위기는 아니다”고 답했다.
|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 호텔에서 열린 제18차 아시아안보회의 본회의에서 ‘한반도 안보와 다음 단계’ 주제 연설을 통해 우리 정부의 향후 100년 비전인 ‘신(新)한반도체제’를 소개하고 있다. 이와야 다케시 일본 방위상이 정 장관 연설을 듣고 있다. [사진=국방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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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에는 한·미·일 국방장관이 3자 회의를 열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대한 철저한 이행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불법 해상 환적을 억제·방지·근절하기 위해 협력하기로 했다. 100분 동안 진행된 이날 회의에선 지난 달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한 각국의 평가도 공유했지만, 일부 ‘시각차’가 감지된다.
이와야 방위상은 회의 모두발언에서 “북한의 지난달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는 안보리 결의에 명확하게 위반된다”며 “북한이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패트릭 섀너핸 미 국방장관 대행 역시 앞서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을 탄도미사일로 규정하고 안보리 결의 위반이라고 밝힌바 있다.
정 장관은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북한 발사체를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유사한 것으로 판단한다고 했다. ‘3국간 북한 미사일에 대한 평가가 다른것 아니냐’는 질의에는 “정치·외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그런 공간을 만들어주면서 지속적으로 가야한다”며 “그런 측면에서 솔직한 의견들을 교환했다”고 말했다. 비핵화 협상 동력을 약화시키지 않으면서 북한의 운신의 폭을 고려해 탄도미사일 평가를 보류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