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데일리 김정남 기자] 미국이 재채기를 하면 멕시코는 폐렴을 앓는다는 말이 있다.
그만큼 두 나라간 경제적 연관도가 높다는 것인데, 이는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딱 들어맞았다. 미국이 지난 2008년 초유의 금융위기를 겪자, 멕시코 경제도 곧바로 직격탄을 맞은 것이다. 미국은 2009년 당시 -3%에 가까운 성장률로 고꾸라졌다. 이에 멕시코는 -6%가 넘는, 더 골이 깊은 경기 침체를 경험했다.
미국과 멕시코를 중국과 한국으로 바꿔보면 어떨까. 최근 중국의 심상치 않은 경제 위기설로 인해 한국 경제 리스크가 높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와 주목된다.
韓·中 경제 상관계수 높아
15일 현대경제연구원의 자체 추정 결과를 보면, 내년 중국의 경제성장률이 5.9%를 기록할 경우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0.3%포인트 하락 압력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된다.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 4월 전망한 올해 중국의 성장률(6.6%)을 기준으로 한 추정치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중국 성장률이 하락했던 연도의 평균 하락률을 적용한 것이다.
5.9%보다 더 낮은 5.7%(1981년 이후 중국의 성장률이 떨어졌던 연도의 평균을 반영한 가정)로 떨어질 경우 충격파는 더 커질 전망이다. 한국 경제성장률과 수출증가율은 각각 0.4%포인트, 1.4%포인트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한국과 중국간 경제적 연관성이 높기 때문이다. 연구원이 2008년 이후 최근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경기선행지수를 이용해 두 나라간 상관계수를 계산해보니, 그 값은 0.565으로 양(+)의 상관관계를 가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관계수는 두 변수 사이의 방향성에 대한 관계를 나타내 주는 판단 지표이며, 그 값은 -1~1에 위치한다.
최근 들어 국내 금융시장이 중국과 거의 똑같이 움직이고 있는 것도 이같은 높은 경제적 연관도 때문이다. 중국 주가와 통화가치 등은 한국과 사실상 연동돼 움직이고 있다.
“중국 경제위기설 주목해야”
상황이 이렇자 중국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더 크게 다가오고 있다. 중국 경제를 이끌던 투자 부문의 부진이 그 방증이다. 중국의 고정투자 증가율은 2014년 15.7%에 달했으나, 올해 1~5월 중에는 6.1%로 내려앉았다. 소매판배 증가율도 2014년 이후12.0%→10.7%→10.4%→10.2%→9.5% 등으로 하락세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국 경제는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책으로 형성된 버블이 조정되는 과정상에 위치하면서 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며 “이런 추세는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실장은 중국 경기 부양의 부작용을 △기업 부채 △부동산 버블 △그림자 금융 같은 ‘3대 회색 코뿔소’로 지적하며 “그 문제가 심화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그는 “외부로부터 큰 충격이 발생할 경우 이 불안 요인들이 위기 가능성을 증폭시킬 것”이라고도 했다. 미·중 무역전쟁이 대표적이다. 한국 경제에는 악재 중 악재다.
이 때문에 지금부터는 미·중 무역전쟁보다 중국의 위기관리 능력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