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관용 기자] 남북한이 정상회담에 합의한데 이어 북미간 정상회담도 가시화 됨에 따라 한미 연합군사훈련 축소 가능성이 힘을 얻고 있다. 군 당국은 평창올림픽과 패럴림픽으로 미뤄진 한미연합훈련을 남북정상회담 전에 끝낸다는 계획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실제 장비와 병력이 투입되는 실기동 훈련은 축소될 가능성이 높다. 북한 김정은이 앞서 우리 측 대북특사단에게 ‘4월부터 예년 수준으로 (한미연합훈련을) 진행하는 것을 이해한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연합훈련이 대규모로 진행될 경우 남북 및 북미 정상간 회담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 이후로 연기된 한미연합훈련은 키리졸브(KR)와 독수리연습(FE)이다. 키리졸브는 주로 시뮬레이션을 통한 지휘소 연습이고, 독수리연습은 미 증원군 전력과 장비가 투입되는 실기동훈련이다. 지난 해 3월 열린 키리졸브와 독수리연습에는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핵추진잠수함 콜럼버스호, B-1B 폭격기 등 미국 전략자산이 대거 참가했다. 투입된 한미 병력은 30만명에 달했다.
| 한국 공군 F-15K 전투기와 미 B-1B 전략폭격기 등 양국 항공기가 편대를 이뤄 한반도 상공을 비행하고 있다. [사진=공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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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북한 관련 상황이 달라져 정부가 한미 연합훈련을 예정대로 추진하더라도 대화 분위기를 이어가기 위해 훈련 규모나 방법을 조정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최병욱 상명대 국가안보학과장은 “북한의 비핵화 의도가 명확치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스스로 무장해제 할 필요는 없지만, 한미 군 수뇌부 간 논의에 따라 대규모 미 전략무기 전개나 실기동 훈련 등은 조정될 가능성이 있다”면서 “시뮬레이션 훈련만으로도 한미 연합훈련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미 군은 평창 동계패럴림픽이 끝나는 오는 18일 이후 이들 훈련의 구체적인 일정을 공개할 방침이다. 앞서 미 외신들은 정부 관리들의 말을 인용해 독수리훈련은 31일부터 5월까지, 키리졸브도 4월 중순부터 말까지 진행될 예정이라고 보도한바 있다. 남북정상회담 전에 키리졸브 훈련을 끝내겠다는 의미다.
남북간, 북미간 대화 분위기가 이어지고 북한이 전향적 태도를 보일 경우 장기적으로는 한미 연합훈련의 성격과 규모가 바뀔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1992년 북한의 남북기본합의서 및 한반도 비핵화 공동선언 이행 조건에 따라 한미연합훈련인 ‘팀스피릿’이 중단된바 있다. 특히 1994년 북·미 간 제네바 합의 이후 팀스피릿 훈련은 대폭 축소돼 컴퓨터 시뮬레이션 훈련인 한미연합전시증원연습(RSOI)으로 대체됐다. RSOI는 2008년 키리졸브로 명칭이 변경됐다.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지난 10일 방영된 KBS ‘남북의 창’ 700회 특집 방송에 출연해 “앞으로 남북관계 개선에 따라 한미 훈련들이 조정되고, 한미 간 협의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