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멱칼럼]건축 한류의 경제 효과

  • 등록 2014-05-27 오전 11:01:54

    수정 2014-05-27 오전 11:03:42

[장길훈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 부사장] 최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2’의 국내 촬영이 화제였다. 해외 영화에 한국의 모습이 등장하는 것이 처음은 아니지만,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한 ‘어벤져스’의 속편을 서울에서 촬영한다는 것은 그만큼 마음을 설레게 했다.

촬영 전부터 서울시와 관공서는 분주했다. 양해각서 체결, 트위터 통한 환영, 직간접 손익계산 등 한창 촬영준비와 사전 홍보로 바빴던 것. 관련 기관은 ‘어벤져스2’에서의 노출과 인지도 상승으로 62만 명 외국인 관광객이 증가할 것으로 기대했다. 소비 지출로 발생할 연간 수익이 약 876억원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한국관광공사는 4000억 원의 직접 홍보 효과와 2조원의 국가지명도 가치 상승효과를, 영화진흥위원회는 251억원의 생산유발 효과와 107억원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각각 예상했다.

영화업계 관계자들도 어벤져스 촬영을 계기로 해외 영화의 국내 촬영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그렇다면 세계 수많은 도시 가운데 대한민국의 수도 서울을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어벤져스2’의 제작자인 케빈 페이지는 “서울은 첨단 과학 기술이 발달한데다 아름다운 경관과 건축물이 있어 이번 영화를 찍기 완벽한 장소”라고 밝혔다. 최첨단 건축물과 IT 강국 이미지, 그리고 K-팝과 드라마를 기반으로 한 한류가 확산한 결과다.

특히 서울 전역에 우수한 건축물을 세운 한국 건축가를 빼놓을 수 없다. 최근 최고층 빌딩 등 시대와 지역을 대표하는 랜드마크 건축물은 영화와 드라마에서 없어서는 안 될 요소로 자리 잡았다. 액션 블록버스터 ‘미션임파서블4’를 본 사람이라면 톰 크루즈가 초고층 빌딩 외벽 창문에 매달려 아슬아슬한 액션 연기를 벌이는 장면을 잊지 못한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건물인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두바이의 ‘부르즈 칼리파’다. 그 외 우수한 건물이 많은 상하이나 도쿄, 홍콩 등도 할리우드 영화의 촬영지로 주목받고 있다. 이제는 한국도 세계적인 대도시와 어깨를 나란히 하기 시작했다. ‘어벤져스2’ 국내 촬영장소의 배경이 된 누리꿈스퀘어와 MBC 신사옥, YTN 신사옥 등은 희림이 설계했다.

건축 설계는 단순히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파급력과 가치를 지닌다. 스페인 북부 ‘빌바오의 구겐하임 미술관’은 이름없는 스페인 북부의 공업도시를 연간 100만명이 넘는 관광객이 찾는 도시로 만들었다. 호주 시드니의 오페라하우스는 연 4400억원의 입장수입과 3000명 이상의 고용을 창출한다. 이탈리아 상공회의소가 유럽의 유명 건축물들의 이미지와 관광객 수, 직원 수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가치를 산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파리 에펠탑의 금전적 가치는 무려 619조원, 로마 콜로세움은 130조원으로 평가됐다.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파밀리아 대성당은 127조원, 미국의 백악관은 115조원, 영국의 런던타워는 100조원 등이었다.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는 중국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국내 대학교까지 영향을 미쳤다. 드라마의 촬영지 가운데 하나인 희림이 설계한 인천대학교 송도캠퍼스는 방영 이후 늘어난 외국 방문객을 위해 캠퍼스 투어를 마련했다. 교내 촬영 장소에 안내 간판을 설치했으며 전문 안내 요원까지 선발했다. 한국관광공사는 드라마의 인기로 지난 3월 중국인 관광객이 53.3% 증가한 42만3768명을 기록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국내 건축의 수준이 올라갈수록 관광객 증가로 발생하는 부가가치가 크고 해외 시장에 건축이 진출하면 IT, 전자, 자재, 서비스 등 연관 산업의 수출에도 이바지한다.

세계 건축시장에도 한류 바람이 불고 있다. 특히 개발도상국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성공적으로 신도시를 건설한 경험이 있는 한국 건축사를 선호하고 있다. 가격보다는 기술력과 레퍼런스를 중시하는 경우가 많다. 그뿐만 아니라 해외 현장에 파견하는 인력이 많아 인건비와 체류비가 부담되는 건설사와 달리 건축회사는 현지 발주처 관리와 마케팅을 위한 최소한의 인원만 파견한다. 가장 중요한 설계는 한국 본사에서 담당한다. 건설과 달리 설계분야의 리스크가 적은 이유다. 한국 건축회사가 해외시장에서 수주의 질을 향상하고, 한류 바람으로 연결해 해외 수주를 더욱 증대할 수 있는 좋은 분위기가 형성됐다.

블록버스터 영화의 촬영지가 될 정도로 한국인의 건축물과 건축가의 가치와 인지도도 상승하고 있다. ‘어벤져스2’가 전 세계에 상영되는 내년 5월 이후에는 건축 한류 열풍이 더욱 거세게 불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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