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등경영)(53)갈길 먼 북핵 불능화 실천 가능한가

  • 등록 2007-07-19 오전 10:50:12

    수정 2007-07-19 오전 10:50:12


[이데일리] 북미(北美) 갈등 조정의 비책은 무엇인가?

북한은 7월 15일 한국에서 보낸 중유 1차분 6200톤이 선봉항에 도착함에 따라 2.13 합의의 ‘행동 대 행동’의 원칙에 따라 영변 원자로의 가동을 중단하였다고 발표했다.

우리의 기대인 폐쇄 봉인과는 다른 표현이지만 언론들은 2002년 10월 제임스 켈리 차관보의 방북시 시작되었던 북핵 사태가 해결의 실마리를 찾는 순간이라고 대서특필하였다.
 
반면 김명길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는 즉시 “영변의 불능화 등 2단계 약속 이행은 테러지원국 해제, 적성국 교역법 해제 등 미국이 상응하는 행동을 취할 때만 가능할 것” 이라며 2단계에서 미국의 선(先) 행동을 요구하였다.

북한은 2.13 합의의 2단계 협상에 대한 요구사항을 명확히 함으로써 불능화를 위해서 미국이 취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친절하게(?) 제시하였다. 향후 협상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것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이미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은행(BDA) 송금문제로 5개월간 미국을 압박하며 양보를 받아냈으니 향후 갈 길이 멀다는 것은 쉽게 짐작이 간다.

매코맥 미 국무부 대변인은 "우리는 최대한 신속히 움직일 필요가 있으며 그럴 준비가 돼 있지만 불능화와 전면 신고가 올 연말까지 이뤄질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다"며 "이번 협상이 수월할 것이라고는 정말로 기대하지 않으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예상했다.
 
또한 북한이 핵 포기라는 "전략적 결정을 내렸을지도 모른다는 징후들"을 보기 시작했지만, 북한이 이를 입증하기 위해서는 영변원자로의 불능화 등 보다 많은 조치들이 취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2단계 협상의 쟁점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영변 원자로를 비롯한 5개 핵시설의 불능화(disabling)다.
 
불능화의 개념이 북한의 주장대로 황소를 거세하는 수준의 낮은 단계의 무력화인지 국제원자력기구의 기준대로 페기(dismantlement)인지 협상장에서 갑론을박이 예상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가동 중단된 영변 원자로의 폐연료봉 처리도 난제다. 하루라도 빨리 폐연료봉을 인출, 안전한 곳으로 보관해야 하나 북한의 추가 보상요구로 실행이 용이하지 않다.

다음은 이미 제조된 과거의 핵무기와 2003년 이후 재가동으로 추출된 무기급 플루토늄인 현재의 핵, 고농축우라늄(HEU) 방식에 의한 미래의 핵 등 3대 핵을 어떻게 파악하고 이를 비핵화시킬 것인가가 문제다. 2.13 합의는 초기 조치 2단계에서 모든 핵프로그램(a list of all its nuclear programs)을 신고하도록 되어 있다.

미국은 북한이 ‘미국의 조작’이라고 부인해온 고농축우라늄 프로그램의 존재를 시인하도록 하면서 동시에 체면도 세워 주는 ‘고난도 외교’를 펼쳐야 한다. 힐 차관보는 북한의 핵무기, 핵물질 및 핵시설에 대한 완전한 신고 전망과 관련 "모든 시설과 활동을 망라한 포괄적인 리스트 신고가 수주(數週), 아마도 두 달 남짓 내에 이뤄지길 기대한다"며 신고기간을 최대 2개월로 언급했으나 희망사항으로 그칠 가능성이 적지 않다.
 
북한은 테러지원국 명단부터 빼라고 압박하는 등 단계마다 보상을 요구하는 살라미전술(salami tactics)로 상황을 점치기 어려운 실정이다. 불능화가 장기전으로 갈수도 있는 대목이다. 비핵화가 과정에 멀고 험난한 과정이 될 것이라는 예상은 어렵지 않게 할 수 있다.

북한은 불능화보다는 불능화를 실행함으로써 얻게 될 보상에 관심이 많다. 반면 미국은 ‘행동없이 보상없다’ 라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비핵화 속도를 주문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북미양측은 협상을 제로섬 게임(zero-sum game)으로 인식하고 있다.
 
한국전쟁 이래 양측의 불신이 고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백악관은 7월 15일 영변 원자로의 가동중단을 통보받고 나서 “뭔가 진전이 있더라도 끝까지 봐야 한다. 북한은 늘 어김없이 우리를 실망시켜왔으니까...” 라고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북한 역시 7월 14일 북미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미국이 계속해서 자신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18일부터 북경에서 시작되는 6자회담은 비핵화를 향한 본선게임이다. 협상의 패턴은 기존 회담과 유사할 것이다. 상대방의 카드부터 먼저 행동으로 옮기라는 주문이 협상테이블에 단골메뉴가 될 것이다.

양측이 협상을 상생의 윈윈게임(win-win game)으로 볼 수 있게 하는 방법은 없을까? 갈등조정의 비책은 없는 것인가? 상대에 대한 인식(cognition)을 바꾸는 비방은 무엇인가?

남성욱 고려대학교 북한학과 교수

-現 고려대 북한학연구소 소장
-現 (사)남북경제연구소 소장
-現 한국북방학회 회장
-前 북한연구학회 연구이사
-前 KBS 북한문제 객원해설위원
-前 국가정보대학원 교수
-卒 미국 Missouri주립대 응용경제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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