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기둔화 신호 켜졌다

  • 등록 2004-07-02 오전 11:08:22

    수정 2004-07-02 오전 11:08:22

[edaily 안근모기자]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미국 경제가 최근 들어 둔화되는 조짐을 나타내고 있다. 특히 제조업 부문의 각종 핵심 지표들의 꺾임 현상이 뚜렷하게 감지되고 있어 향후 시차를 두고 고용시장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경기가 하향추세로 반전됐다고 판단하기는 아직 이르지만, 적어도 단기적으로는 모멘텀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분명해 보여 3분기 이후 기업실적과 주식시장에 부담을 줄 것으로 보인다. ◆ISM 제조업 지수 정점 통과 징후 미국의 업황을 가장 신속하고 정확하게 반영하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는 공급관리자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6월중 61.1을 기록, 전달보다 1.7포인트 하락하면서 8개월만에 최저치를 나타냈다. 지수가 50을 넘은 경우 "활황"을 의미하는 것이어서 아직 절대 수준은 높은 상황이기는 하지만, 세부 지표를 들여다 보면 정점을 통과했을 것이라는 우려를 갖기에 충분하다. 세부지표중 무엇보다 지수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신규주문`의 하락추세가 문제시되고 있다. 지난해 12월중 73.1까지 치솟았던 신규주문 지수는 이후 6개월째 하락에 하락을 거듭, 6월 들어서는 60으로 내려 앉았다. 지난 3월 9%에 불과했던 `신규주문이 줄었다` 응답 비중은 6월 들어 13%로 높아졌고, `늘었다`는 비중은 지난 3월 50%에서 6월 들어서는 38%로 줄었다. 6월 들어 `재고`를 제외한 모든 세부항목이 하락세를 나타낸 점도 걱정을 낳고 있다. 6월중 재고지수는 51.1을 기록하며 지난 2000년 1월이후 처음으로 기준선(50)을 웃돌았다. 재고투자가 거의 마무리됐다는 의미로, 향후 생산 증가를 이끌 주요 동력중 하나가 소진된 셈이다. 시카고 지역의 제조업황 둔화 추세는 더욱 가파르다. 시카고는 미국의 대표적인 자동차 및 철강 공단이자, 농기계의 절반을 만들어내는 곳으로, 미국 제조업의 거울로 불린다. 지난달 30일 발표된 미국 시카고 구매관리자협회(PMI) 제조업 지수는 6월중 56.4를 기록했다. 이는 전달에 비해 11.6포인트 급락한 것으로 지난 1974년 9월이후 최대의 낙폭이다. 전문가들의 예상치 65.5에도 크게 못미쳤다. 특히 신규주문 지수는 74.4에서 56.8로 18포인트 가량 폭락했다. ◆투자 선행지표 두 달째 뒷걸음질 미국 경제의 모멘텀 둔화 의구심을 본격적으로 불러 일으킨 것은 지난달 24일 미국 상무부가 발표한 내구재 주문 지표였다. 5월중 미국의 내구재 주문은 전월비 1.6% 감소했다. 전달 2.6% 감소에도 불구하고 반사효과(base-effect)가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설비투자 선행지표로 쓰이는 비국방 자본재(항공기 제외) 주문은 3%나 줄었다. 2% 줄었던 전달보다 감소폭이 확대된 것이다. 경기확장기를 주도할 설비투자의 모멘텀이 크게 약화됐다는 의미다. 설비투자 모멘텀이 줄었다는 것은 고용확대 모멘텀도 약해졌다는 것을 뜻한다. 연초부터 이어져 온 신규주문의 둔화 추세가 기업들의 투자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재고투자가 거의 정점에 달했다는 조짐은 여기서도 나타났다. 출하대비 재고 비율은 꾸준히 상승해 지난달에는 1.38배에 이르렀다. 재고율이 높아질 수록 재고투자를 위한 생산확대 욕구는 줄어들 것이다. 미국 경기사이클연구소(ECRI: Economic Cycle Research Institute)의 주간 선행지수는 이미 지난 3월부터 꾸준한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지수는 일반적으로 경기에 8개월 가량 선행해왔다. ◆잇따르는 실적 실망 GM의 6월중 자동차 판매량은 38만267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5% 급감했다. GM은 며칠전 6월 실적이 기대에 못미칠 것이라고 미리 경고해 뒀으나, 이만큼이나 줄었을 것으로는 회사 조차도 예상하지 못했다. 포드의 판매량도 8% 감소한 28만7381대에 불과했다. 미국 최대이자 세계 최대의 소매회사인 월마트도 지난달 28일 6월 실적 예상치를 하향조정했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매출이 전년동월비 4∼6%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지만, 2∼4%정도 늘어난데 그쳤을 것으로 보인다는 것. 미국 2위의 할인점 체인인 타겟도 6월 매출 신장률이 당초 예상했던 5∼7%에 못미칠 것이라고 발표, 실적전망 하향 대열에 동참했다. ◆채권시장 최대 큰 손 빌 그로스, 경기둔화에 `베팅` 세계 최대 채권펀드 핌코(PIMCO)의 최고투자책임자(CIO) 빌 그로스가 최근 들어 미국국채 `사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핌코는 지난 2주일간 미국 국채와 모기지채권 350억달러를 매입했다. 350억달러는 핌코의 총 포트폴리오 4000억달러의 10분의 1에 육박하는 큰 금액이다. 지난 4월만 해도 그로스는 경기회복과 인플레이션을 이유로 국채매도를 권고했던 그로스는 이제 "채권시장이 금리인상을 충분히 반영했고 향후 미국 경제가 둔화할 가능성이 높다"며 태도를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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