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김경인기자] 20일 현·선물시장이 나란히 방향모색에 들어간 양상이다. 전일 급등으로 이틀째 반등을 이어가며 상승 추세 지속에 대한 기대감이 만연했지만, 시장은 이번에도 기대에 어긋났다. 단 이번 경우와 같이 이틀 반등 후 급락했던 지난 13일 이후를 뒤돌아볼 때 낙폭은 미미한 수준에 그치고 있다.
지난주 프로그램이 시장을 좌우했다면 이제 다시 공은 외국인에게 돌아온 듯 보인다. 전일 깜짝 반락하며 투자심리를 다소 안정시켰던 유가가 재반등하는 등 대내외 리스크들이 장기화되는 상황에서 그나마 기대할 것은 외국인에 따른 수급요인 개선 뿐인 상황.
지수가 반등을 시작한 지난 18일부터 외국인은 선물은 순매도하고 현물은 순매수하며 양 시장에 정반대 포지션으로 대응하고 있다. 외국인 선물 순매도가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그간 지속적인 현물매도로 시장에 충격을 줬기에 시장에서는 일단 현물 매수에 더 의미를 부여하는 모습이다.
◇선물 `팔고` 현물 `사자` 패턴 3일째
대규모 프로그램 매물 출회로 매도공백에 놓인 시장에서 지수의 본격적인 반등을 이끌 수 있는 외국인이기에, 외국인의 현·선물 매매가 어떠한 방향으로 움직일 것인지, 어느 시점에서 본격적으로 매수할 것인지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외국인은 호재가 없는 시장에서 지난 18일 현물 순매수로 전환하며 반등의 물꼬를 텄지만, 선물시장에서는 반대로 순매도를 지속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18일과 19일 각각 395억원, 1710억원의 현물을 순매수했으며, 1434계약, 2437계약의 선물을 순매도했다. 이 날 또한 양 시장에서 정반대 포지션으로 대응중이다. 11시40분현재 외국인은 거래소에서 1300억원대의 순매수를 기록하고 있고 선물시장에서는 2700억원대 순매도다.
전문가들은 외국인이 현물을 본격적으로 사기 시작했다고 판단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고 분석한다. 현물에서 순매수를 기록한 것은 매수 규모가 증가했기 때문이 아니라 매도세가 안정된데 따른 것이라는 설명이다.
김학균 굿모닝신한증권 과장은 "5월들어 외국인 매매에서 관심있게 보아야 할 점은 순매매(매수-매도)개념으로는 매수를 기록중이지만 매수가 크게 증가한 것은 아니라는 점"이라며 "최근 일평균 총 7000억원 정도를 매도했던 매도세가 진정되면서 순매매가 매수로 잡히게 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외국인이 평균 790포인트선 이하에서 매수해 지난해 5월부터 본격적으로 샀는데, 외국인이 손절매에 나설 수 있는 상태까지 주가가 밀렸으나, 주가 하락이 일단 진정되면서 급하게 빠져나가던 매도가 일단락된 것"이라고 판단했다.
결국 현물 매수보다는 선물 매도에 외국인의 단기적 전망이 더 잘 반영하고 있다는 판단이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지승훈 대투증권 차장은 "외국인이 최근 주식 매수와 선물 매도 패턴을 보이는 것은 최근 급락으로 가격 메리트가 있는 주식들을 선별적으로 매수하긴 하지만, 여전히 악재들이 증시에 잠복돼 있다고 판단하고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물을 매도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선물 매도세 다소 안정될 것
전일 외국인의 현물매수가 지수를 견인한 반면 이날은 외국인의 선물매도가 지수 상승에 걸림돌로 작용하는 모습이다. 수급상의 부담은 물론 투자심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면서 시장 베이시스도 다시 백워데이션 상태로 전환됐다.
최지환 세종증권 애널리스트는 "외국이 전일 2000계약 이상 순매도한 것은 방향성이 여전히 하락쪽에 있고 기술적 반등시에도 50% 정도 반등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에 따른 고점 매도로 분석할 수 있다"며 "지난 16일 5000계약 가량을 신규매수하고 전일 그 중 많은 부분을 청산한 것으로 보여 신규매도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규매도는 향후 시장이 더 하락할 것으로 전망한다는 방증이기에 시장 베이시스 하락과 더불어 시장 투자심리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외국인의 선물 매도세는 향후 다소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최지환 애널리스트는 "현재 외국인 누적 매도포지션이 그간 누적 한계 수준인 2만계약에 달하고 있어 향후 매도 강도가 둔화될 것이란 기대가 가능하다"며 "금액상 1조원 수준이기 때문에 우리나라 시장 규모를 고려할 때 헷지를 위한 추가적인 매도는 둔화될 것"이라고 내다 봤다.
다만 최근 시장의 변동성이 대폭 확대되면서 예상을 초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마냥 안심하고 있을 수는 없다.
심상범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역사상 외국인 누적 매도가 2만8000계약까지 증가했던 적이 있긴 하지만, 최근들어 누적 매도 2만 계약에 달했던 상황은 거의 없어 향후 추가적인 선물 매도는 감소할 가능성이 많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시장이 패선이나 사이클 등을 모두 이탈하는 변동성을 보이고 있어 외국인이 하향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이상, 2만8000계약까지 누적 순매도를 키울 가능성도 간과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현·선물 매수세 본격유입은 `기대난`
앞으로 외국인은 현물 순매수 규모를 키우고, 선물 순매도 규모를 줄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유가 재반등, 중국 경착륙 우려 등의 리스크가 여전하고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사안들이 아니기 때문에, 외국인이 단기간내 본격적으로 한국 증시에 뛰어들기를 기대하는 것은 어려울 전망이다.
결국 대내외 리스크에 수급공백까지 이어져 양시장의 본격적인 추세반전 또한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매물공백과 과매도권 진입으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겠지만, 수급상 주도적인 매수세력이 없이는 힘있게 반등할 수는 없다는 분석이다.
김학균 과장은 "외국인의 매도패닉이 진정되면서 현물 순매수를 기록중이나 지난 4월중순처럼 본격적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일명 헷지펀드성 자금이 상당부분 이탈됐기 때문에 이제 금리인상 관련 뉴스 등 대내외 변수가 실물경기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가늠하는 눈치보기 국면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최지환 애널리스트는 "외국인이 매도 포지션을 가지고 있는 것도 문제지만 이 부분이 청산되야 하는데,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신규매수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태"라며 "외국인이 중국 경착률 우려가 불거진 이후 홍콩과 대만에서 지속적으로 매도하는 등 아직 중국 쇼크에서 벗어나지 않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미국 시장이 유가 때문에 흔들리고 있고, 중국 경착률 문제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도 아니기 때문에 선물 매수 포지션 반전이나 본격적인 매수를 기대하기는 어렵다"며 "매물공백으로 기술적 반등은 가능하지만 시장을 주도할 만한 매수세가 없이는 매물대를 뚫고 힘입게 올라가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