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9원대로 올라선 달러/원 환율은 결코 믿음직스럽지 않았다. 기업들의 결제수요가 뒤를 받쳐주지않은 가운데 은행들의 투기적인 달러매수만으론 달러/원 환율의 상승세를 유지하기 어려웠다.
6일 환율은 개장초반 각종 달러수요요인이 부각되며 1119.70원까지 쉽게 올라서 1120원대 진입을 노렸으나 전날과 같은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은행파업, 엔화약세등 불안심리를 등에 업은 달러매수세력은 결국 마감을 앞두고 서둘러 달러처분에 나서야했다. 투기적 매수세력이 이끈 환율상승세가 단 이틀만에 멈춤에 따라 앞으로 환율은 지루한 박스권으로 다시 회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있다. 다만 은행파업등 금융시장 여건이 급격히 나빠질 경우 환율오름세는 다시 힘을 얻을 수 있을 전망이다.
◇6일 환율흐름
개장가 1117.50원이후 환율은 줄곧 오름세를 지속, 10시1분쯤 전날보다 2.50원 높은 1119.70원까지 급등했다. 은행권의 달러매수에 역외세력이 가세하며 각종 달러수요요인이 부풀려졌다. 은행파업 가능성이 가장 크게 부각됐다.
그러나 추격매수세가 따르지않은 상태에서 달러매물이 나오자 환율은 1118.60원으로 밀린 뒤 1119.20원으로 오전거래를 마감했고 오후거래에선 한동안 1118.70~1119.20원의 박스권 거래가 이어졌다.
오후3시30분을 넘기며 오전과 달리 거래소 주가가 상승세로 마감되고 은행파업도 일부 은행의 파업불참과 노사정위원회 대화등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가자 그토록 강해보였던 달러수요요인이 희석되기 시작하자 환율은 1118원대 중반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달러매수초과(롱) 포지션인 은행들의 손절매성 달러되팔기까지 등장하자 결국 전날과 같은 1117.20원으로 거래를 마감했다.
◇달러매수세 그렇게 강했나
지난 3일이후 외환시장에 나왔던 공기업의 결제수요는 모습을 보이지않았다. 환율하락 저지를 위한 정책적인 매수개입은 없었던 셈. 역외세력의 경우 오전한때 강한 매수세를 보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오히려 규모는 크지않지만 일부 매도에 나서는 양상을 보였다.
실제 환율흐름을 좌우할 기업체 결제수요도 두드러진게 없었다. 개장초반 급등세는 다분히 심리적인 요인이 강했다는게 외환시장 참가자들의 분석이다. 상당수 딜러들은 개장초 강했던 달러매수세를 ‘투기적 매수’로 해석하고있다.
오히려 외국인 주식매수자금이 1억달러 가량 시장에 유입됐고 기업체 네고물량도 일부 등장했다. 전체 수급면에서 균형에 가까웠다.
◇환율 오름세 재개될까
이날 진입에 실패한 1120원대를 다시 노려볼 수 있을 지에 대한 의견은 여전히 엇갈린다.
우선 추가상승여력이 있다는 쪽은 외환시장 주변여건이 크게 달라지지않았다는 점을 중시한다. 은행파업등 금융여건에 아직 큰 변화가 없고 역외세력도 달러강세를 예상하는 쪽이란 설명이다. 또 한국통신의 한솔엠닷컴 지분인수용 자금수요가 다음주중 유입되는등 시장 주변에 잠재해있는 달러수요가 여전하다는 점도 지적한다. 결국 저점을 조금씩 높여가는 오름세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있다.
반면 1,120원 진입에 실패한 수준이 오름세의 마지막이 될 것이란 분석도 강하다. 기업들의 결제수요가 더 들어와 수요우위가 본격화하지않는다면 지금까지 드러난 불안요인들만으론 오름세가 마무리국면에 접어들었다는 것. 6일 마감직전 환율이 급락한 점을 예로 들고있다.
시중은행 한 딜러는 “6일 환율이 급등후 반락함에 따라 그동안 당국에 의해 아래쪽이 막혀있는만큼 위쪽도 부담스럽게됐다”며 "외환시장 주변여건이 얼마나 호전될 지 불투명하지만 지금으로선 수급요인으로 볼 때 상승도, 하락도 쉽지않은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