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가족 돌보느라…2042년엔 GDP의 최대 3.6% 손실

한은-KDI 노동시장 세미나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발표
돌봄 인력 태부족…2042년엔 10명 필요시 '3명'만 충당
월평균 간병비,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 수준
육아 도우미 비용, 30대 가구 소득의 50% 상회
최저임금 낮춰 '외국인 돌봄 인력' 채용돼야
  • 등록 2024-03-05 오전 9:30:00

    수정 2024-03-05 오전 9:30:00

지난달 서울 한 대학병원에서 고령층 환자와 보호자가 이동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최정희 기자] 지난 1월 치매를 앓던 80대 아버지를 15년간 간병해 온 50대 아들이 아버지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이 보도됐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고령화가 진행되는 우리나라에서 이러한 뉴스는 극소수 계층에 한정된 문제가 아닐 수 있다. 고령화와 관련된 돌봄 비용이 급증하고 있다. 돌봄서비스를 원하는 수요는 증가하고 있지만 돌봄 인력 공급은 태부족이다. 그냥 놔둘 경우 돌봄 비용이 크게 치솟아 가족이 생계를 접고 간병이나 육아 등에 투입되면서 2042년에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최대 3.6%의 경제적 손실이 예상되고 있다. 연평균 성장률이 0.1~0.18%포인트 낮아질 수 있는 규모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돌봄서비스 최저임금을 낮추고 외국인 돌봄 인력을 저임금으로 들여와 돌봄 비용을 낮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출처: 한국은행


◇ 돌봄인력 수급 부족에 ‘간병비’ 오른다


채민석·이수민 한은 조사국 고용분석팀 과장과 이하민 조사역은 5일 서울 소공로 한국은행 본관 2층에서 열린 ‘2024년 한은-한국개발연구원(KDI) 노동시장 세미나’에서 이같은 내용이 담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BOK이슈노트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급속한 고령화 진전으로 인력난이 더욱 심화되면서 돌봄서비스 노동공급 부족 규모가 2022년 19만명에서 2032년 38만~71만명으로 뛰고 2042년엔 61~155만명으로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 2042년 돌봄인력 수요는 10명인데 고작 구할 수 있는 인력은 3명에 불과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는 돌봄 수요가 1인당 필요 종사자 수 비율 0.78명(2022년)이 2042년까지 유지되고 65세 이상 인구 수에 비례해 증가하거나 증가 속도가 더 가팔라진다고 가정한 것이다. 돌봄 인력 공급은 현재 저학력 50~60대 위주로 구성되는데 최악의 경우 앞으로도 50~60대 위주로 노동 공급이 이뤄지거나 낙관적인 경우 노동공급이 개선되는 상황을 가정했다.

현재도 돌봄서비스직의 구직자 1명당 빈일자리수 비율이 1.23명으로 구인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설문조사에서 조사 대상 요양원의 21%가 입소자 정원을 축소했는데 그 이유의 84%는 구인난 때문이었다.

이에 돌봄 비용이 가구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 작년 월평균 간병비는 370만원으로 65세 이상 고령가구 중위소득의 1.7배 수준에 달한다. 육아 도우미 비용도 264만원으로 30대 가구 중위소득의 50%를 넘고 있다. 이는 2016년 대비 각각 50%, 37% 오른 수준이다.

채민석 과장은 “간병·육아 돌봄서비스 부문의 인력난은 일반 가구가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높은 비용 부담으로 비자발적 요양원 입소, 여성의 경제활동 제약, 저출산 등의 문제를 초래한다”며 “특히 고령화에 따른 노인 돌봄을 중심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특히 간병비 부담과 노인의 시설 요양 기피로 인해 가족 간병이 늘어날 경우 해당 가족의 경제활동이 끊기면서 경제적 손실이 초래될 위험도 커진다. 한은은 가족 간병 규모가 2022년 89만명에서 2042년엔 212~355만명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가족 구성원 중 40~60대 주돌봄 연령층의 평균임금을 적용할 경우 경제적 손실이 2042년 46조~77조원에 달해 국내총생산(GDP)의 2.1~3.6%에 달한다. 20년간 연평균 성장률로 따지면 0.1~0.18%포인트가 깎일 것이라는 우려다.

출처: 한국은행


◇ “외국인 돌봄 인력, 저임금에 수입하자”


한은은 ‘돌봄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 고용이 필수적이라고 판단했다. 돌봄 수요를 국내 돌봄 인력만으로 충족할 수 없는 데다 돌봄서비스의 임금 상승은 돌봄 비용 부담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돌봄은 생산성이 높은 분야가 아닌데 노동수급 부족으로 비용이 올라간다면 이는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초래한다는 이유에서다.

한은은 크게 두 가지 방식을 제안했다. 개별 가구가 외국인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사적 계약이라 최저임금보다 낮은 임금 적용이 가능하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 등이 이런 방식으로 외국인 가사도우미 등을 채용하고 있다. 다만 이들에게 숙소를 제공해야 하는데 숙소 제공이 어려울 경우 사용자 조합(co-op) 등에서 공동 숙소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 홍콩, 싱가포르, 대만의 가사도우미 시간당 평균임금이 2000원 안팎이라는 점에서 돌봄 임금을 우리나라 평균임금(1만1433원)보다 낮게 책정해도 외국인 가사도우미 입장에선 매력도가 크다는 평가다.

두 번째는 제조업에 국한된 ‘고용허가제(내국인 고용이 어려워 중소사업장에 합법적으로 외국인 노동자 고용 허가)’를 돌봄서비스업에도 적용하는 것이다. 그러나 비용 부담 완화를 위해 내국인, 외국인 모두에게 돌봄서비스업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낮게 차등 적용하는 방식이다. 외국인에 대해서만 ‘최저임금’을 낮게 지급할 경우 근로기준법, 외국인고용법 위반일 뿐 아니라 국제노동기구(ILO) 차별 협약 비준 위반에 해당된다.

외국인 근로자가 ‘돌봄’을 위해 국내로 들어왔어도 더 높은 임금을 받기 위해 임의로 업종을 전환,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환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채 과장은 “3년 등 일정기간 돌봄서비스를 수행한 후에는 여타 산업에서도 일정 기간 일할 체류 자격을 부여하는 등의 유인책도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내국인 돌봄 인력이 임금 피해를 볼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선 “언어, 문화 차이 등 내국인 프리미엄이 존재할 수 있다”면서도 “더 중요한 것은 적극적인 대처 없이 돌봄 비용 부담이 더 확대될 것이 자명하고 비싼 간병비는 어려운 저소득 계층에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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