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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버핏 회장과 그의 절친이자 사업 동반자인 찰스 멍거 부회장은 약 4시간 동안 화상으로 진행한 연례 주주총회에서 수많은 질문들에 대한 답변을 내놓으며, 현재 과열 양상을 보이고 있는 주식시장에 대한 견해를 내비쳤다.
“美경제 85% 쾌속질주…연준·정부 지원 덕분”
버핏 회장은 우선 미국 경제에 대해 “(코로나19에 따른) 이례적인 경기 침체였다”며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완화적인 통화 정책과 의회가 통과시킨 대규모 경기부양안 덕분에 “놀랍도록 효율적인 방식으로 미 경제가 부활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이 정책들이 효과를 거뒀다”며 “미 경제의 85%가 초고속으로 달려가고 있다”고 추켜세웠다.
버핏 회장은 다만 버크셔가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대기업들이 인플레이션 압력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의 주머니에 돈이 있고, 더 높은 가격에도 지불한다”며 “인플레이션 압력은 멈추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멍거 부회장은 “더 많은 (정부) 재정지출을 요구하는 현대 통화이론가들은 너무 자신감에 넘친다”며 “그렇게 무제한적 (돈풀기를) 하면 참사로 막을 내릴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애플은 버크셔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 중 가장 비중이 큰 단일 종목이라고 WSJ 등은 전했다. 버크셔는 애플과 더불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뱅크오브아메리카, 코카콜라 주식을 집중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보유하고 있는 애플 주식 중 3.7%를 매각했지만 아직도 1110억달러(약 124조원)어치를 가지고 있다.
버핏 회장은 애플 주식에 대해 “(아직도) 매우 싸다”는 견해를 보였다. 그는 “애플 제품이 사람들의 삶에서 차지하는 부분이 어마어마하다. 애플 제품은 없어서는 안되는 필수품”이라며 “만약 사람들에게 애플 제품과 자동차 중 하나를 포기하라고 한다면 자동차를 포기할 것”이라고 칭찬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해 버크셔가 보유하고 있던 항공주를 전량 매각한 것과 관련해선 “여전히 항공주를 사고 싶은 마음은 없다”고 일축했다. 그가 항공주를 처분한 뒤 항공주 주가가 급등하며 일부 비판이 제기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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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핏 회장은 버크셔가 인수할만한 회사를 찾는 과정에서 스팩과 경쟁이 치열해졌다는 의견에 대해 “내가 알기론 스팩은 2년 안에 돈을 써야 한다. 만약 누가 내 머리에 총을 겨누고 2년 내 어떤 사업을 사야만 한다고 하면 나는 하나 살 수도 있겠지만, 살 게 많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런 식의 열풍이 영원히 갈 수는 없다. 솔직히 우리는 그것(스팩)과 경쟁하고 있지 않다”고 폄하했다.
그는 지난해 개미투자 열풍을 이끈 주식투자 애플리케이션(앱) 로빈후드에 대해서도 “도박 본능을 이용해 이익을 추구하고 있다.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로빈후드 앱이 투기를 부추기고 주식 시장을 마치 카지노처럼 바꿔버렸다며 “생전 처음 투자에 나서는 사람에게도 하루 수십번씩 거래하도록 만들었고, 동시에 (게임스톱 등의) 거래를 제한해 돈을 챙겼다”고 꼬집었다. 또 “일시적으로 자체 현실을 만들어낸 뒤, 언제 12시 시계 종이 칠 것인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다. 종이 치고 나면 모든 것이 호박과 생쥐로 변한다”고 신데렐라 일화에 비유하기도 했다.
버핏 회장은 암호화폐 투자 광풍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다만 “비트코인을 매도하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지만 매수하는 사람이 다수인 상황이다. 이들의 큰 슬픔을 느끼고 싶지 않다”며 에둘러 비판했다. 반면 멍거 부회장은 “비트코인이 점점 주류로 편입되고는 있지만 그 자체로 혐오스러운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자신들의 가치투자와는 상반된 투자 행태라는 의미로 풀이된다.
한편 이날 버크셔는 올해 1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순이익이 117억 달러(약 13조1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으로 주가가 폭락했던 지난해 1분기 497억달러(약 55조5000억원) 순손실에서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