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취한 20대女 성폭행·촬영한 커플, 징역형·집유 선고

인천지법 전경.

[인천=이데일리 이종일 기자] 술에 취한 20대 여성을 호텔로 데려가 성폭행하고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20대 남녀 연인 2명에게 각각 징역형, 집행유예가 선고됐다.

인천지법 형사13부(재판장 고은설)는 준강간 혐의로 기소된 A씨(20대)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고 8일 밝혔다.

또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카메라 등 이용 촬영) 위반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여자친구 B씨(20대)에게 징역 6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B씨에게는 각각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 성폭력 치료강의 수강 40시간을 명령했다.

A씨는 지난 2018년 9월25일 오전 8시30분께 인천 미추홀구 한 호텔 방에서 술에 취해 자고 있는 지인의 여자친구 C씨(20대)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B씨는 같은 시각 이 호텔 방에서 휴대전화를 이용해 C씨가 성폭행 당하는 상황을 동영상으로 촬영한 혐의다.

A·B씨는 범행 전날인 9월24일 저녁부터 다음 날 새벽까지 인천 연수구 한 술집에서 C씨, D씨와 술을 마시다가 D씨가 ‘여자친구를 만나고 오겠다’며 자리를 비우자 술에 취한 C씨를 미추홀구 호텔 방으로 데려갔다.

호텔 방에서 잠든 C씨가 깼을 당시 A씨의 성폭행이 진행 중이었고 C씨가 저항하자 성폭행이 중단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때 B씨는 침대 옆에서 이 장면을 촬영하고 있었다.

이에 C씨가 옷을 입고 A·B씨에게 화를 내자 B씨는 해당 동영상을 삭제한 뒤 무릎 꿇고 용서를 구했다. 또 C씨는 남자친구 E씨에게 연락해 피해사실을 알리고 도움을 요청했다. C씨는 호텔을 나온 뒤 오후 늦게 경찰서를 찾아 피해사항을 신고했다.

C씨의 속옷에서는 A씨의 DNA가 검출됐다. 수사기관은 C씨의 피해진술과 DNA 증거 등을 토대로 A·B씨를 조사했으나 피고인들은 일부 진술을 번복하면서 A씨의 성폭행 혐의를 부인했다.

A씨는 법정에서 “C씨가 호텔 방에 들어와 갑자기 옷을 전부 벗었고 B씨가 잠을 깨워도 일어나지 않았다”며 “C씨가 잠에서 깼을 때 나와 B씨가 C씨의 옷을 벗긴 것으로 오해할까봐 C씨가 옷을 벗는 장면을 동영상으로 촬영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법원은 피해자 진술에 신빙성이 있는 반면 피고인들의 진술은 납득할 수 없다고 보고 A·B씨의 유죄를 인정했다. A씨는 이 사건 전에 기질성 정신장애와 분노조절 장애로 정신과적 치료를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2018년 4월 여동생이 술을 마셨다는 이유로 얼굴 부위 등을 때렸다. 당시 신고받고 출동한 경찰관 3명에게 상해도 가했다. 같은 해 7월에는 여자친구 B씨의 얼굴 부위 등을 때리는 등 강한 폭력성을 보였다.

B씨는 법정에서 “당시 동영상을 촬영하며 그 상황 자체가 속상해 울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재판부는 A씨가 여자친구 B씨의 존재를 개의치 않고 C씨를 성폭행했고 B씨는 폭력성이 강한 A씨의 범행을 제지할 수 없었던 상황으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을 통해 “피고인 A씨는 술에 취해 잠이 들어 항거불능 상태에 있는 피해자를 성폭행하고 B씨는 그 장면을 휴대전화 동영상으로 촬영한 사안으로 범행의 수법이 매우 좋지 않다”고 밝혔다. 이어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상당한 성적 수치심과 정신적 충격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 “피고인 A씨는 납득하기 어려운 변명으로만 일관하고 B씨는 피해자의 나체를 촬영했다는 사실은 인정하면서 촬영의 목적이나 동영상 내용 등에 관해서는 변명으로 일관하며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A씨는 2018년 8월 상해죄 등으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은 뒤 한 달여 만에 다시 이 사건 범행을 저질렀다”며 “이러한 정상에 비추어보면 피고인들에게 그 죄책에 상응하는 엄중한 처벌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