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주석은 전날 람 장관을 만난 자리에서 “지난 한해는 홍콩은 주권반환(1997년) 후 가장 중대하고 복잡한 1년이었다”며 “이런 어려움과 압력에 직면해 람 장관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의 굳건한 기반 위에서 법에 따른 통치를 했다”고 말했다.
시 주석은 또 홍콩 구의원 선거에서 친중파 진영이 참패했음에도 람 장관에 대한 재신임을 천명했다. 그는 “람 장관은 기업을 지원하고, 사람들의 근심을 덜어주고, 사회의 뿌리 깊은 갈등과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책들을 펴며 많은 어려운 일을 했다”며 “중앙정부는 람 장관의 용기와 충성을 충분히 인정한다”고 평가했다.
시 주석은 “단호하게 법을 집행하고 조국과 홍콩을 사랑하는 홍콩 경찰을 굳건하게 지지한다”며 “홍콩 사회의 여러 분야가 단결해서 홍콩의 발전을 이끌고 정상 궤도 위에 다시 올려놓아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시 주석은 특히 “국가 주권과 안전, 발전을 지키기 위한 흔들림 없는 결의를 지녀야 할 것”이라며 “일국양제의 원칙을 실현하고, 홍콩 문제에 대한 외부 세력의 어떠한 개입도 반대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는 홍콩 인권법을 통과시킨 미국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람 장관은 연례 업무보고를 위해 지난 14~17일 베이징을 찾았다. 람 장관은 베이징 방문 첫날인 14일에는 한정(韓正) 부총리, 장샤오밍 (張曉明) 홍콩·마카오 판공실 주임 등과 만찬을 같이 했다. 그는 이날 리커창 총리를 면담하고, 이어 시 주석을 만났다.
리 총리는 “홍콩이 유례없이 심각하고 복잡한 상황을 맞았다”고 지적하면서도 람 장관에 대한 중앙정부의 지지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람 장관은 홍콩이 지난 1년동안 정치, 경제, 사회적으로 매우 암울한 상황이라고 인정했다. 그러면서 미중 무역전쟁 등 외부 요인과 내부적인 사회 불안이 모두 그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홍콩 재야단체 연합 민간인권전선은 지난 8일 80만명이 참여한 대규모 집회를 성사한데 이어 새해 1월 1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열겠다고 밝힌 상황이다.
람 장관은 이날 저녁 기자회견에서 “최고 지도자들이 거듭 강조한 것처럼 현재 홍콩 정부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법에 따라 폭력을 멈추고 혼란을 끝내며 질서를 회복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중국 지도부가 람 장관에게 폭력시위 근절을 위한 국가보안법 추진을 지시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나온다. 시 주석이 주재한 지난 10월 말 19기 공산당 중앙위원회 4차 전체회의(4중전회)는 일국양제와 관련해 제도를 완비하겠다고 천명한 바 있다.
람 장관은 이에 대해 “(국가보안법 추진은) 적지 않은 논란을 일으켰다”며 “이는 형세를 살펴서 추진해야 할 것이며 좋은 환경과 조건을 만났을 때 비로소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홍콩 정부는 지난 2003년 국가보안법 제정을 강행했다가 시민들의 반대로 무산됐다. 당시 행정수장이던 둥젠화 장관은 2005년 임기 중 자진 사임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