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와 복통 등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크론병은 최근 환자가 20∼30대 젊은 층을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크론병 환자는 41%나 늘어났으며, 특히 전체 환자의 28.9%가 20대, 21.4%가 30대로 20~30대 젊은 환자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론병은 설사나 때로는 피가 섞인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부진, 체중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데,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대장과 소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크론병 환자는 치루, 항문주위 농양 등과 같은 항문질환이 흔히 동반되는데, 항문 밖으로 고름 등 분비물이 나오는 질환인 치루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으로,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 약 30~50%에서는 이러한 항문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14년 자료에 따르면, 겨울(12~2월)에 치질로 병원을 찾는 환자 수가 사계절 중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대부분의 환자들이 단순 치질로 오인해 치료를 미루거나 단순히 치질 수술로 완치가 된 것으로 생각하다 증상이 더욱 악화되거나 재발되는 경우가 많다. 또한 크론병과 같은 염증성장질환 환자들은 처음 증상이 나타난 시기부터 진단을 받을 때까지 오래 걸리고 그만큼 늦게 치료를 시작해 증상이 악화되는 경우가 많다.
중앙대학교병원 소화기내과 최창환 교수는 “염증성장질환인 ‘크론병’으로 인한 치루의 경우에는 단순히 치루 제거수술을 통해 치료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치루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치료 방법을 시행해야 하며,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치루를 유발한 근본 원인인 크론병을 정확하게 진단하고 치료해야 치루 재발과 다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크론병의 발병 원인이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인 요인, 식이 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그리고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의 불균형 등으로 인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중요한 발병 기전으로 알려져 있다.
크론병은 서구에 많은 질병인데, 우리나라도 생활습관 및 음식문화가 서구화되면서 발생률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 위장병 학자인 샐리 미턴(Sally Mitton) 박사는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등을 많이 먹는 사람은 크론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크론병은 원인 모르게 장에 염증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종의 면역질환으로 농촌보다 도시에서 발병할 확률이 높아서 일명 ‘부자병’이라고도 부르는데,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거나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항원에 노출되면서 걸린다는 가설도 제시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크론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의 섭취량을 줄이고 주로 채식 위주로 골고루 식사하는 건강한 식습관과 함께, 흡연이 크론병을 악화시키는 것으로 알려졌으므로, 금연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정욱 교수는 “환자 개인에 따라 크론병의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에는 지방이 많은 육식 및 유제품, 자극이 강한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이 함유된 음료, 탄산음료 등이 있다”고 말하며, “하지만 이런 음식들이 항상 증상을 악화시키는 것은 아니므로 무조건 피하는 것 보다는 식사와 증상 발생 사이의 관계를 파악해서 증상 악화와 관련이 있는 특정 음식은 피해야하며 영양부족증이 발생하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크론병의 치료에 있어서는, 염증으로 인해 유발된 질환이므로, 최대한 증상을 완화하고 염증으로 인한 손상과 합병증을 막기 위해 염증을 억제하고 제거할 목적으로 장 혹은 전신에 작용하는 스테로이드, 면역억제제, 생물학적제제 등의 약물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로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거나 장폐쇄, 장협착, 장천공, 복강 내 농양 등과 같은 심각한 합병증이 발생하면 수술이 필요할 수도 있는데, 수술을 한다 해도 크론병이 완치되는 것은 아니며, 질병이 다시 악화되어 재수술을 받게 될 수도 있다.
김정욱 교수는 “크론병의 대표적인 합병증인 치루, 항문주위농양 등 항문질환은 한 번 수술을 받고도 근본적인 원인이 해결되지 않아 여러 번 수술을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치의와 긴밀하게 상의해 조기진단과 치료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이 되는 체내 과도한 면역 반응을 억제하는 노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창환 교수는 “염증성 장질환은 환자에 따라 병변이 생기는 부위나 범위, 증상, 경과 등이 다양할 뿐 아니라 치료에 대한 반응도 다르기 때문에, 최신 의학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환자별로 그때그때 상황에 맞춰 가장 적합한 방법을 선택해 치료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