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다시 `개천에서 용 나는` 사회로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기획]
사회경제적 계층 이동성의 약화로 부모 지위 대물림
잇단 경제위기와 교육 양극화로 신분상승 통로 봉쇄
"나도 잘 살 수 있다" 희망의 동력 없이는 도약 불가능
공정한 교육기회 제공, 사회안전망 구축 "시급한 과제"
  • 등록 2010-03-15 오전 11:35:17

    수정 2010-03-16 오전 11:11:12

[이데일리 김춘동 이숙현기자] 우리나라가 한국전쟁의 폐허 위에서 단기간에 고도성장을 이뤄낸 배경에는 특유의 역동성(Dynamism)이 자리잡고 있었다.

근면·성실에 기반한 진취적인 도전정신과 불굴의 기업가 정신은 정부의 압축성장 정책과 맞물려 `한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성장 신화를 일궈냈다. 특히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수 차례 언급할 정도로 세계적으로 뜨거운 교육열은 유일하다시피 한 인적자원의 활용도를 극대화해 신화의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최근 구조적으로 경제성장이 둔화되고 있는 가운데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등을 잇따라 겪으면서 특유의 역동성이 눈에 띄게 약화되고 있다.

사회경제적 계층간 이동성이 현저히 떨어지면서 치열했던 성취욕구를 무력화시키고 있다. 핵심적인 계층이동 통로 역할을 하던 교육은 오히려 대물림 수단으로 전락하며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양날의 칼로 작용하고 있다.

`나와 나의 자식도 열심히 노력만 하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하는 시스템, 사회·경제적 역동성을 되살려 내는 것이야말로 2020년 선진국 도약을 위한 제1의 과제이다.
 
◇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대물림 심화

최근의 다양한 통계들은 우리 사회의 계층간 이동성이 지속적으로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다음 세대에서도 고착화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의미다.
 
▲ 부모학력별 자녀의 진학유형(자료: 정부)

최근 서울대 합격자 출신고교를 살펴보면, 형태는 외국어고등학교 같은 특수목적 고등학교, 지역별로는 서초 강남 송파 등 소위 서울 강남3구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고 있다.
 
소득 상위계층과 하위계층의 사교육비 차이는 8배를 넘어섰고, 대졸과 고졸 가구주의 소득격차도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잘 사는 집 아이들이 우수한 교육환경을 바탕으로 명문학교로 진학해 이를 발판으로 부모의 부와 지위를 물려받는 대물림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더 이상 `개천에서 용(龍) 나기`를 기대하기 어려운 사회가 된 셈이다.

어렵사리 같은 명문대학을 나오더라도 부모의 능력과 연줄에 따라 취직과 결혼, 승진 등의 과정을 통해 계층격차가 굳어지는 경우도 많다. 
 
한국의 10대 부자 중에서 자수성가형 기업가가 사라지고 있다. 부자 집단 안에서 조차 이동성이 약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벤처 붐이 불던 2000년 당시 10대 주식 부자 가운데 6명이 벤처기업가였다. 하지만 10대 부자에 속하던 이들의 이름을 지금은 더이상 찾을 수 없다. 100대 부자집단 안에서는 기업을 일으켜 자수성가한 경우가 2000년 51명에서 2010년 16명으로 대폭 줄었다.

김희삼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원은 "우리나라의 세대간 경제적 이동성은 국제적 기준에서는 높은 수준"이라면서도 "앞으로는 이동성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 사회경제적 계층 이동통로 원천봉쇄

사회경제적 계층 이동성이 계속 약화되고 있는 이유는 원천적인 이동통로들이 하나둘씩 봉쇄되고 있기 때문이다. `패자부활전`을 지원하는 사회안전망이 절대적으로 취약하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고도성장이 마무리된데다 외환위기와 금융위기를 거치면서 경제구조 자체가 바뀐 탓에 일자리가 크게 줄고 있다. 그러다보니 청년층의 사회진출 기회가 제한되고 있다. 여기에다 교육의 양극화는 다음 세대로 부와 지위를 대물림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 경제위기가 사회위기로 전이되는 경로의 개념도(자료: 정부)

사회경제적 이동성 약화는 양극화의 고착과 함께 사회 전체적인 역동성 저하를 의미한다. 본인의 재능이나 잠재력, 의지나 노력과는 무관하게 부모의 배경에 따라 미래가 결정될 경우 사회 전반적인 효율성과 성취욕구를 떨어뜨려 경제활동 위축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계층·노사간 갈등 등에 따른 사회혼란은 오히려 다양한 사회경제적 비용을 유발시켜 사회통합은 물론 경제성장에 치명적인 걸림돌로 작용한다. 

한만길 한국교육개발원 연구원은 "교육비 격차가 심화되면 빈곤의 대물림을 지속시키는 효과를 낳게 된다"며 "이는 좌절감과 함께 정치적으로 이념과 노선의 대립과 갈등을 심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 현재와 미래 중산층 육성책 마련 필요

사회경제적으로 역동적인 이동성을 확대하기 위해선 경제활동의 핵심주체이자 기본적인 이동의 대상이 되는 현재와 미래의 중산층 모두를 육성할 수 있는 중장기적 정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 최근 경제위기에 따른 중산층·빈곤층 비교(자료: 정부)


우선 현재 중산층 유지를 위해 양질의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되는 경제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부동산을 비롯한 자산 인플레이션을 억제해 '돈이 돈을 낳고 가난이 가난을 부르는' 불공정 게임이 발생하지 않도록 특히 유의해야 한다. 
 
직장을 잃으면 한 순간에 빈곤층으로 전락하는 사례를 방지하기 위해 사회안전망도 든든하게 확충할 필요가 있다.

미래 중산층 육성을 위해선 교육을 통한 `기회의 공정성`을 높이는게 가장 중요하다.

특히 국가가 선제적인 투자 차원에서 초중등교육은 물론, 취약계층에 대한 양육과 보육까지 책임 범위를 확대해 `기회의 공정성`을 위한 기본적인 조건을 마련해줄 필요가 있다. 공교육 혁신을 통해 지나치게 높은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것 역시 현재와 미래 모두를 위해 시급한 과제다.

대통령직속 미래기획위원회의 정영훈 과장은 "빈곤의 대물림을 줄이려면 교육을 비롯한 인적자원 개발에 대한 선제적인 투자가 가장 중요하며, 일자리 창출과 사회안전망 강화도 필요하다"며 "정부도 `휴먼뉴딜정책`을 마련해 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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