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의 `굴욕`..실적부진에 1위도 뺏겨

올해 영업익 40% 감소 전망
폭스바겐, 도요타 꺾고 시총 1위
  • 등록 2008-10-08 오전 11:30:00

    수정 2008-10-08 오전 11:30:00

[이데일리 김경인기자] 미국 디트로이트 `빅3`의 부진과 함께 세계 자동차업계 최강자로 군림해 온 일본의 도요타 자동차가 자존심에 단단히 상처를 입었다.

미국과 중국 등 주요 시장에서의 시장 부진으로 한 번 낮춰 잡은 실적 전망치도 맞추지 못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는 가운데, 독일 폭스바겐에 시가총액 1위 자리를 빼앗겨 버렸다.

◇ 올해 영업익 40% 감소 전망

닛케이는 8일 2008회계연도(2008년4월~2009년3월)의 도요타 연결 영업이익이 1조3000억엔으로 약 40% 감소할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올 6월에 낮춰잡은 예상치 1조6000억엔도 달성 못 할 것으로 봤다.

전 세계적인 경기둔화로 자동차 수요가 급감함에 따라 매출 또한 예상치인 25조엔을 한참 하회할 것으로 내다봤다. 판매대수 950만대 또한 달성할 수 없는 목표가 됐다고 지적했다.

세계 최대 자동차시장인 북미시장이 극심한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도요타가 처음으로 무이자 대출 등 인센티브를 제시하기 시작했지만, 꺼져가는 불씨를 되살리기엔 무리라는 지적이 많다.

이와 함께 그간 선진국 시장의 성장둔화를 상쇄해 왔던 중국 시장 또한 부진해, 실적 악화는 기정사실이 되고 있다. 더군다나 마진이 낮은 소형차 판매가 늘어 이익 마진도 줄어들게 생겼다.

신문은 또한 원자재 가격이 예상보다 더 상승한데다, 엔화가 달러화와 유로화 대비 강세를 나타내고 있어 도요타 매출의 추가 감소도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 폭스바겐, 도요타 넘어 시총 1위

실적부진 전망에 원펀치를 맞은 도요타가 폭스바겐에 투펀치를 맞았다. 폭스바겐이 `이상 급등`에 힘입어 도요타를 꺾고 시가총액 기준 세계 1위 차업체로 등극한 것.

폭스바겐의 주가는 지난 한 달간 60% 가까이 급등하는 등 부진한 시장에서 이상 랠리를 만끽하고 있다. 전일 증시에서는 2% 하락 마감했지만, 장중 55% 폭등하기도 했다.


주가가 20년 최고점 수준에 오르면서 시총이 94억5000만유로까지 급증했다. 다임러와 BMW, GM, 포드, 피아트, 현대차, 미쓰비시, 푸조의 시총을 모두 합친 것보다도 많다. 도요타의 시가총액 92억유로를 넘어서면서, 세계 1위 자동차 업체로 성큼 올라섰다.
마켓워치는 9월초 이후 폭스바겐이 속한 독일의 DAX지수가 15% 하락했고, 유럽 경쟁업체인 다임러와 르노는 각각 28%, 33%씩 급락했다고 지적했다. 이와 함께 폭스바겐의 우선주도 같은 기간 23% 급락했다.

폭스바겐의 주가급등에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여러 분석들이 제기되고 있다. 우선 현재 폭스바겐 지분을 35.1% 보유하고 있는 포르셰가 50%로 까지 보유지분을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어 인수합병(M&A) 재료가 작용한 것으로 분석됐다.

폭스바겐의 최근 주가급등에 대해선 여러가지 분석이 나온다. 우선 포르쉐의 폭스바겐 지분확대가 영향을 줬다는 설명이다. 현재 35.1%의 지분을 보유한 포르쉐는 앞서 올 11월중 폭스바겐 지분을 50%까지 늘리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른 쪽에선 공매도와 관련이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주식을 빌려 매도(공매도)한 투자자들이 판 주식을 되사들여 갚는 과정(숏커버링)에서 폭스바겐 주가가 급등세를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대주(貸株)였던 리먼브러더스가 위기를 맞아 폭스바겐 주식을 급하게 회수하면서 주가를 견인했을 것이란 설명도 나온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공매도 포지션 청산이라면 당연히 수반되야 할 급락과 단기 급등이 포착되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이들은 폭스바겐의 주가가 급등세를 지속하고 있는데는 DAX지수 추종을 위한 수요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폭스바겐 주가가 오르면서 지수 내 비중이 높아져, 인덱스 펀드 등의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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