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 제공] 정부는 서울 강남권에 대해 양도세·보유세를 중과세하기로 결정한 데 이어 취득·등록세까지도 내년부터 3~6배까지 인상할 방침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정부가 강남권에 대해 ‘취득·보유·양도’ 전 과정에 걸쳐 중과세라는 족쇄를 채움에 따라 아파트 가격이 크게 떨어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무주택자가 강남에 주택을 구입해도 취득·등록세가 대폭 늘어나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강남권이 대상=주택법 개정안에 따르면 투기지역 중에서도 주택투기가 성행하거나 우려가 있는 지역이 주택거래신고 대상 지역으로 지정되면, 실거래가로 부동산 거래를 신고해야 한다. 건교부 관계자는 “강남·서초구 등 강남권이 신고 대상지역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대상지역이라도 단독·다세대·다가구주택과 소규모 연립주택은 신고대상에서 제외된다. 주택 매매 당사자는 매매 계약을 체결한 후 시·군·구청에 있는 ‘주택거래 신고서’에 계약내용과 실거래가를 기재해서 제출해야 한다. 해당 관청은 한국감정원의 감정가격 자료 등을 기초로 신고가격의 적정성 여부를 심사, 신고 필증을 교부해준다. 그리고 등기할 때 반드시 신고필증을 제출해야 한다. 만일 허위로 신고하면 매도·매수자 모두에게 집값의 10%를 과태료로 물린다. 가령 5억원짜리 주택이라면 매수·매도자에게 각각 최고 5000만원씩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셈이다. 해당 관청은 신고 내용을 국세청에 통보하기 때문에 자금출처가 불명확한 투기꾼들은 강남권 주택구입이 어려워진다.
◆실수요자 세금도 대폭 늘어나=주택거래신고지역에서는 취득·등록세가 실거래가로 과세되기 때문에 3~6배 정도 세금이 오른다. 그동안 취득·등록세는 지방세 과세표준액의 5.6~5.8%선에서 부과됐다. 이 과표는 실거래가의 30%에 불과하다. 예컨대 6억5000만원 하는 대치동 33평형의 지방세 과세표준이 현재 1억264만원에 불과, 취득·등록세는 574만원이었다. 하지만 실거래가 과세가 되면 3640만원으로 늘어난다. 13억원 하는 도곡동 48평형은 현재 1340만원의 세금이 6000만원 이상 늘어난 7540만원으로 오른다. 당초 정부는 무주택자나 1가구1주택자가 이사 목적으로 새로 주택을 취득할 경우에는 세율을 낮춰줄 방침이었다. 그러나 행정자치부가 “일부 지역에 대해서만 세율을 조정할 수는 없다”고 강력히 반대하는 바람에 모든 실수요자들도 높은 취득세와 등록세를 내야 한다.
◆강남 매매가는 안정되지만 전세가는 오를듯=주택법 개정안 내용이 알려지자 강남 주택소유자들은 당황하고 있다. 한 주민은 “보유세·양도세에다 취득·등록세까지 대폭 늘어나면 누가 강남집을 사겠느냐”며 “강남의 집은 이제 살 수도 팔 수도 없게 됐다”고 말했다. ‘RE멤버스’ 고종완 사장은 “양도세 부담이 늘어난 데다 취득·등록세까지 대폭 늘어나 강남에 대한 가수요는 물론 실수요자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며 “상당수 강남권 이사 수요자들이 앞으로 매매를 포기하고 전세로 전환, 전세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라고 말했다. ‘닥터아파트’ 김광석 팀장은 “강남권은 세금에 전혀 부담을 느끼지 않는 부유층 실수요자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며 “보유세까지 오른다면 대출 등으로 강남에 집을 마련했던 가수요자들은 결국 집을 팔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