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진승현 게이트, 쟁점 중간점검

  • 등록 2000-11-27 오후 5:00:00

    수정 2000-11-27 오후 5:00:00

진승현 MCI코리아 부회장의 리젠트 종금 주가조작에 리젠트 그룹 짐멜론 회장이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열린금고로 촉발된 이번 사건의 불똥이 리젠트그룹에까지 확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리젠트 그룹은 전날 기자회견을 자청, 진씨와 관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지만 금감원이 이례적으로 외국계 금융사 고위관계자의 실명을 언급, 검찰 수사의뢰 사실을 확인함에 따라 리젠트그룹은 어떤 형태건 이번 사건의 파장을 벗어나기는 힘든 분위기다. 또 한스종금의 외자유치 당시 SPBC의 실체와 사기의혹, 한스종금 인수를 앞두고 벌어진 이면계약 등 석연찮은 점들이 속속 드러나고 있어 이번 사건이 국제적 복합금융비리로 불거질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현재까지 나타난 진승현 사건의 쟁점들을 정리한다. ◇리젠트그룹의 개입여부 = 금감원은 지난 10월 24일 진승현 부회장과 고창곤 전 리젠트증권 사장의 주가조작혐의를 검찰에 통보하면서 짐 멜론 리젠트그룹 회장을 함께 수사의뢰했다고 27일 밝혔다. 리젠트그룹이 진승현 부회장과 그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왔고 주가조작에도 관련했거나 알고도 이를 방조했다는 것이 금감원의 수사의뢰 이유. 진승현 부회장은 금감원 조사나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리젠트증권 주식 매입이 짐 멜론 회장의 요청에 따라 이뤄진 것이며 이 과정에서 리젠트측의 약속 파기로 오히려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리젠트측은 완강하게 혐의사실을 부인하고 있다.리젠트측은 진씨가 지난 1월 리젠트증권 주식을 매집한뒤 이를 시가보다 비싼 가격에 매입하라고 요구했지만 이를 거부했다고 밝히고 있다. 리젠트종금의 600억원 부당 콜론 취급에 대해서도 리젠트측은 고창곤 전 사장이 개인적으로 지시해 이뤄진 것이며 그룹차원의 개입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다. ◇한스종금 관련 엇갈린 주장 = 한스종금과 관련해 가장 의문시되고 있는 것이 당초 한스종금을 인수하는 것으로 알려진 스위스계 SPBC의 실체다. 금감원이나 검찰은 이 회사가 진 부회장이 한스종금 매각을 위해 꾸며낸 유령회사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감원은 진승현 부회장 등이 대한방직의 동일인 신용공여한도 초과대출 상환기일을 연장해주는 조건으로 한스종금 주식을 10달러에 SPBC에 매각했고 SPBC는 다시 경영권을 MCI코리아에 재위임하는 이면계약서를 작성하는 방식으로 경영권을 부당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대로라면 SPBC는 실체도 없이 단지 외자유치를 명목으로 한스종금 인수에 개입된 유령회사인 셈이다. 하지만 진 부회장은 SPBC가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한스종금의 부실이 큰 것으로 판단해 투자를 포기했으며 SPBC의 법인 등기부 등본도 이미 금감원에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0억원의 비자금에 대해서도 진 부회장은 한스종금 주식인수 대금에서 신인철 사장이 횡령한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금고와 관련된 의혹 = 진승현 부회장은 열린금고 인수후 지난해 8월과 9월 338억원, 지난해 9월~올해 3월 300억원, 올해 4월~11월 377억원 등을 불법대출 받았지만 한번도 처벌받지 않았다. 금감원은 1차 불법대출에 대해 대표이사 정직 및 임직원 문책, 2차 때는 대표이사와 감사 면직 등 임직원 7명 문책 등의 조치를 취했다. 하지만 정작 출자자대출의 장본인인 진승현 부회장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금감원은 출자자 대출과 관련, 대주주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결과적으로 주가조작, 종금사 불법대출 등의 사건에 모두 관련된 핵심 당사자에 대해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점때문에 진승현 부회장측으로부터 로비를 받은 것이 아니냐는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로비자금의 실체는 = 진승현 사장이 아직 검찰의 수사를 받은 상태가 아니라 정확한 로비자금 규모는 밝혀지지 않고 있다. 현재까지 확인된 것은 한스종금 신인철 사장과 관련된 20억원 정도. 하지만 이 자금은 진 부회장과의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으로 전해졌고 실제 진부회장이 조성해 사용한 로비자금이 얼마나 될지는 검찰의 수사가 이뤄진뒤에야 파악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서는 100억원 가량의 로비자금이 조성돼 정관계에 뿌려졌을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검찰은 이 사건이 미칠 충격을 감안해 "모든 의혹을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있지만 현재 도피중인 진승현 부회장과 고창곤 전 사장에 대한 직접조사가 이뤄지지 않는 한 단기간내에 정관계 로비의혹을 규명하기란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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