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려차기 사건 피해자 A씨는 22일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피의자 최윤종(30)이 돌려차기 사건 보도를 보고 범행을 계획했다고 검찰에 진술한 것과 관련해 “한 일주일 동안 죄책감에 살았다”고 말했다.
A씨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같이 말하며 “내가 어떤 시동을 건 게 아닌가 하는 죄책감이 있었는데, 신림동 살인 사건 유가족이 연락 오셔서 ‘전혀 그렇게 생각할 필요 없다. 가해자가 잘못한 건데 왜 피해자가 그런 걱정을 하느냐’고 위로해주셨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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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지법 형사6부 재판장인 김태업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정유정에 대한 첫 공판에서 돌려차기 사건과 등산로 성폭행 살인 사건 등을 언급하며 “(재판에 대한 보도 등으로) 제2, 제3의 사건이 발생하면 사회적으로 해를 끼치는 재판이 된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에 대한 자극적인 내용이 부각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김 부장판사는 “(언론이)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역할을 해야지, 범행을 유발하는 수단이 돼서는 안 된다. 언론도 그런 책임을 져야 하고, 이 사건도 그런 식으로 된다면 공개 재판에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A씨는 “너그러운 양형 기준이 결국 모방범죄를 나타나게 하는 가장 큰 영향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양형 기준에서) 반성이나 인정, 심신미약이나 초범과 관련된 것들을 없애야 모방범죄를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A씨는 SNS를 통해서도 “저도 (피해 사실을) 언론화 시키는데 굉장히 고민을 많이 했고 매번 망설였다. 하지만 누가 봐도 반성하지 않는 것 같은 가해자의 모습을 보고 어찌 반성이라는 이유로 8년이나 감형된 건지 알 수가 없었고 너무 억울했다”고 토로했다.
그는 “누구 하나 제대로 사건을 알려주지도, 공소장 이외에는 어느 열람도 승인해주지 않아 민사를 신청해야만 했다. 그 때문에 변호사도 선임해야 했고 제 가족들과 살고 있는 주소 또한 노출됐다”며 “피해자 때문에 형량을 과하게 받았다며 제 주소를 (교도소) 안에서 달달 외우며 자신의 엄마가 죽으면 그때 찾아와 죽이겠다고 가해자는 여전히 복수를 다짐하고 있다”고 했다.
끝으로 “언론을 통제하거나 모방범죄가 우려된다는 말보다는 판결로 모방범죄가 일어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전날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귀가하던 A씨를 무차별 폭행한(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모씨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당초 이 씨는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징역 12년을 선고받았다. 하지만 A씨가 사건을 공론화하면서 이 씨의 성폭행 의도, 범죄 이력, 보복 예고 등이 알려져 파문이 일었다.
이에 검찰은 항소심 과정에서 사건 당시 피해자 청바지에서 이 씨의 DNA를 검출하는 등 추가 증거를 찾아내 강간살인 미수 혐의로 공소장을 변경했다.
이 씨의 신상을 10년간 공개하고, 20년간 위치추적 전자장치를 부착하란 선고도 유지됐다.
그동안 비공개였던 이 씨 신상 정보는 행정 절차를 거쳐 성범죄자 알림e를 통해 공개될 예정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수사받는 피의자에 한정된 신상공개 대상을 재판 중인 피고인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