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중정서'에 어리둥절 중국, '반한감정'은 어느정도?[중국은 지금]

올림픽 편파판정 논란으로 반중정서 알게된 중국
"한본·김치 등 한국 문화…조선족이 계승"
반한감정 크게 느껴지지 않는 현지…언론이 침소봉대
한국도 편파판정·문화강탈 역사 있어 반론도
  • 등록 2022-02-13 오후 2:43:39

    수정 2022-09-19 오전 8:52:06

[베이징=이데일리 신정은 특파원] “한국 내에서 반중(反中)정서가 이렇게 심각해? 스포츠 경기에서 이런 일이 한 두 번도 아닌데 대사관이 성명을 낼 정도라니”-20대 사업가 A씨

주한중국대사관이 이틀 연속 성명을 냈던 지난 9일 중국인 지인들로부터 웨이신(위챗) 문자를 받았다.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대해 창끝을 겨누고 심지어 반중정서를 선동해 양국 국민의 감정에 해독을 끼쳤다(毒化)”고 중국 대사관이 주장했던 날이다. 중국 대사관이 편파판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면서 관심이 없던 중국인들도 괜한 반감을 갖게 된 것이다

지난 2012년 9월 18일 중국 원저우에서 반일 시위대가 행진하고 있다. (사진=AFP)
그래서 다시 반문했다. 한국인들의 반중정서가 커진 건 단순 이번 올림픽 때문이 아니라 중국이 동북공정을 지속하고 김치나 한복이 중국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라고. 이에 대해 금융인 B씨는 “중국 정부가 공식적으로 이런 한국 문화가 중국에서 왔다고 한 적 없어요. 일부 네티즌들의 목소리일 뿐이죠. (한복 유례가 중국이라는) 바이두 백과는 위키백과처럼 누구나 쓸 수 있어 공신력이 떨어져요. 그렇게 따지면 한국 정부는 단오절 문화를 가져가지 않았나요?”라고 답했다. 한국이 ‘강릉 단오제’를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으로 신청했던 2004년 중국 정부는 한국을 ‘문화약탈국’으로 묘사했고 그 인상이 여전히 중국인들 사이에는 남아 있는 것이다. 단오절은 명칭이나 의의는 비슷하지만 한중 양국의 풍습은 오늘날 크게 다르다.

중국 조선족 C씨에게도 이번 논란에 대해 물었다. “한복은 당연히 한국에서 온 거죠. 그걸 부정하는 조선족은 없을 거에요. 조선족은 중국에서 소수민족의 권리를 가지고 한복, 김치 등 관련 문화를 계승해왔습니다. 그걸 부정한다면 저희의 뿌리도 한반도가 될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조선족이 중국에서 한복을 입은 역사가 백년이 넘었고, 신중국 건립 때부터 55개의 소수민족으로 인정됐었는데 이제와서 이것이 왜 문제가 되는지 알 수 없다는 반응이었다.

극단적인 네티즌이나 클릭수를 높이고자 하는 블로거는 온라인상에 늘 존재했다. 최근 올림픽 편파판정 논란을 계기로 한국 언론들이 한중 양국간 네티즌들의 이런 극단적인 글을 앞다퉈 보도하며 양국에서 반중정서, 반한정서가 극에 달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느껴지는 반한감정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이미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최근 중국은 미국 등 서방국과 경쟁하면서 그들을 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해졌다. 중국인들에게 ‘우리가 넘어야 할 경쟁상대는 미국’이라는 인식이 강해지면서 한국에 대한 적대감은 그리 크지 않다. 적어도 중국 대사관이 연일 입장문을 내고 이 내용이 확대 재생산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또한 2012년 중국인들이 일본에 가졌던 반일, 혐일 감정과도 확연히 다르다. 당시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중국 내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 중국 120여 곳의 도시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성홍기를 흔들며 반일 구호를 외쳤고, 일본 공관 앞을 지날 때마다 돌멩이 등을 집어던졌다.

결국 지금 한국에 보도되고 있는 중국 내 반한 움직임은 현지 분위기와는 다르게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추궈홍(邱國洪) 전 주한 중국대사 역시 지난해 8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극단적인 편이며 이것이 사회의 모든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순 없다”며 김치와 한복 기원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반중정서에 불을 지핀 지난해 중국의 김치 논란도 저작권 인식이 거의 없는 중국 내 언론 환경을 잘 모른 한국 언론들의 침소봉대식 보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당시 중국 국영매체인 환구시보(環球時報)가 중국이 ‘김치’의 국제표준을 얻었고, ‘김치 종주국 한국의 굴욕’이라고 표현했다는 사실이 국내에 알려졌다. 하지만 당시 그 글을 환구시보가 쓰지 않았다는 것은 중국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이해할 수 있다. 중국은 저작권 인식이 높지 않아 많은 언론사 SNS 운영자들이 클릭수를 위해 블로거나 개인 창작자은 물론 타 언론사의 글도 자신의 바이두 계정에 올린다. 김치 국제표준 소동을 일게 한 글도 환구시보가 직접 작성한 게 아니란 얘기다.

또한 중국은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다. 중국 내 댓글 1000여개가 달린 글을 한국처럼 ‘여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 내 정서가 어찌됐던 한국 내 반중이 고조되는 만큼 양국 정부의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당국의 잘못된 말 한마디가 숨어있던 반한, 한중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부 한 당국자는 “중국대사관 측에 ‘기본적으로 공관이 주재국 언론 보도나 정치인의 발언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때는 주재국의 상황과 정서 등을 존중해서 각별히 신중을 기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한중 관계와 양국 국민 간 우호적 감정을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8일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중국 내 반한 정서에 대한 질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작은 나라로 생각했을텐데,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한민국이 되니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일단 진정되고 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화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극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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