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중국대사관이 이틀 연속 성명을 냈던 지난 9일 중국인 지인들로부터 웨이신(위챗) 문자를 받았다. “일부 한국 언론과 정치인이 중국 정부와 베이징 올림픽 전체에 대해 창끝을 겨누고 심지어 반중정서를 선동해 양국 국민의 감정에 해독을 끼쳤다(毒化)”고 중국 대사관이 주장했던 날이다. 중국 대사관이 편파판정 논란에 대한 입장을 내면서 관심이 없던 중국인들도 괜한 반감을 갖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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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인 네티즌이나 클릭수를 높이고자 하는 블로거는 온라인상에 늘 존재했다. 최근 올림픽 편파판정 논란을 계기로 한국 언론들이 한중 양국간 네티즌들의 이런 극단적인 글을 앞다퉈 보도하며 양국에서 반중정서, 반한정서가 극에 달한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하지만 중국 현지에서는 느껴지는 반한감정은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사태 이후 이미 많이 사라진 상태였다.
또한 2012년 중국인들이 일본에 가졌던 반일, 혐일 감정과도 확연히 다르다. 당시 일본과 중국이 센카쿠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에 대한 영토 분쟁을 벌이면서 중국 내 반일감정이 극에 달해 중국 120여 곳의 도시에서 대규모 ‘반일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시위대는 오성홍기를 흔들며 반일 구호를 외쳤고, 일본 공관 앞을 지날 때마다 돌멩이 등을 집어던졌다.
결국 지금 한국에 보도되고 있는 중국 내 반한 움직임은 현지 분위기와는 다르게 과장된 부분이 있는 것이다. 추궈홍(邱國洪) 전 주한 중국대사 역시 지난해 8월 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어떤 나라나 비슷하겠지만 네티즌의 반응은 극단적인 편이며 이것이 사회의 모든 여론을 대변하는 것이라고 볼 순 없다”며 김치와 한복 기원 논란에 선을 그은 바 있다.
또한 중국은 14억명의 인구를 가진 나라다. 중국 내 댓글 1000여개가 달린 글을 한국처럼 ‘여론’이라고 보기 어렵다.
중국 내 정서가 어찌됐던 한국 내 반중이 고조되는 만큼 양국 정부의 신중한 태도가 요구된다. 당국의 잘못된 말 한마디가 숨어있던 반한, 한중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외교부 한 당국자는 “중국대사관 측에 ‘기본적으로 공관이 주재국 언론 보도나 정치인의 발언 등에 대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표명할 때는 주재국의 상황과 정서 등을 존중해서 각별히 신중을 기해달라’는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한중 관계와 양국 국민 간 우호적 감정을 조성하기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황희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지난 8일 특파원단과 간담회에서 중국 내 반한 정서에 대한 질문에 “중국 입장에서는 한국을 작은 나라로 생각했을텐데, 전 세계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대한민국이 되니 불편함이 있는 것 같다”며 “코로나19 상황이 일단 진정되고 나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화합할 수 있는 프로그램들을 적극 가동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