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달 달러예금 1년 증가액 맞먹어
12일 마켓포인트에 따르면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의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dollar index)는 11일(현지시간) 기준 96.66로 코로나19로 달러가치가 연중 최고치(종가 기준)를 기록했던 지난 3월23일(102.05) 대비 5.39(5.27%) 하락했다.
달러 대비 원화값도 연중 최고치였던 1285.7원(3월19일)에서 1204.50원까지 내렸다. 지난 3월 금융시장 패닉으로 달러 수요가 폭등하면서 달러 공급 불안이 어느정도 해소되면서다. 변동폭을 키웠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1200원선에서 좁은 등락을 지속하고 있다.
자산시장이 안정화되면서 달러 사재기 현상은 누그러졌지만,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 커진 코로나 경제 시스템하의 경제주체들은 달러 예금을 늘리는 추세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에 따르면 코로나19 이후 지난 1월부터 예금액이 급증해 지난 4월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인 2조달러를 찍었다. 4월 한달에만 8650억달러 증가했다. 이는 1년동안 모였을 예금액과 맞먹었다. 가계와 기업은 풀린 돈을 은행에 고스란히 쌓고 있다는 뜻이다.
혼돈의 달러 전망…35% 폭락설도
우선 달러화의 향방을 좌우할 관건은 이같이 쌓아둔 달러가 미국 이외의 자산으로 다시 분산될 가능성이다.
크리스 터너 ING은행 외환 전략 헤드는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면서 투기적 투자자들의 포지션도 달러 매도로 돌아섰다. 투자자들은 인도, 중국, 러시아 등 신흥시장에 대한 베팅도 확대하고 있다”며 달러화가 올해 말까지 5~10%가량 절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과거 글로벌 금융위기때 풀린 돈은 월가의 은행에 쌓였다면, 코로나19는 가계와 기업에 직접 살포됐다. 인플레이션은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다. 특히 미국의 유동성 증가는 유럽, 일본 등 주요국을 압도한다. 달러의 가치 하락이 시간 문제라는 분석이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스티븐 로치 예일대 교수는 달러값의 35% 폭락을 점치고 나섰다. 모건스탠리 아시아지역 회장을 지낸 그는 지난달 9일 블룸버그 칼럼을 통해 “머지않아 달러 인덱스가 현재(93.32)보다 35% 하락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국 내 저축률 급락과 막대한 부채, 곧 큰 폭의 경상수지 적자와 재정적자 그리고 미국의 리더십 붕괴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다만 반대의 전망도 있다. 제인 폴리 라보뱅크 외환 전략 헤드는 미국 경제가 V자 반등을 하지 않거나 하반기 기업들의 파산이 이어지면 달러가 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로서는 불확실성이 너무 크다”며 “안전자산인 달러를 팔면, 무엇을 살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