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들어 1~5월 D램과 낸드플래시 가격 추이. (단위=달러·자료=D램 익스체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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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양희동 기자] 불과 몇 달 전인 올해 1분기까지 ‘상저하고(上低下高·상반기 저조 하반기 상승)’ 흐름이 예상됐던 반도체 산업이 좀처럼 되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가 세계 시장의 80% 가량을 차지하고 있는 D램 메모리 값은 올 들어 5개월 연속 하락하며 32개월만에 3달러 대로 떨어졌고, 낸드플래시도 6개월 연속 가격이 내림세를 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와 반도체업계 등도 세계 메모리 시장의 회복 시점을 기존 3분기에서 내년 1분기로 재조정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중국 간 무역전쟁이 격화로 화웨이에 대한 제재가 전방위적으로 이뤄지며, 향후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의 메모리 수요에 대한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6일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이 △반도체 △자동차 △조선 △철강 △디스플레이 △무선통신기기 등 국내 6개 수출 주력업종별 협회를 대상으로 올 하반기 수출 전망치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반도체는 전년동기 대비 20% 가량 줄어 6개 업종 중 감소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됐다. 올 1분기 한국의 경제 성장률이 10년 만에 최저로 마이너스를 기록하고, 지난 4월 경상수지가 7년 만에 적자로 돌아선 원인인 반도체 수출이 올 하반기에도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것이다.
반도체 수출이 살아나지 않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주력 제품인 메모리 가격의 하락세와 수요 감소세가 멈추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기관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달 D램(DDR4 8Gb 1Gx8 2133MHz PC향 범용제품 기준)와 낸드플래시(128Gb 16Gx8 MLC 메모리카드/USB향 범용) 고정거래가격은 각각 3.75달러와 3.93달러로 전달 대비 각각 6.25%, 1.26% 하락했다. 이 중 D램은 올 들어서만 가격이 48.3%나 급락하며 2016년 9월(3.31달러) 이후 처음으로 3달러대로 추락, 32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수요 측면에서도 글로벌IT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 감소와 스마트폰 성장 둔화 등으로 주력 상품인 서버 D램과 모바일 D램 모두 수요가 줄어 급격한 가격 하락과 함께 이중고를 겪고 있다. 여기에 미국 애플 등 주요 스마트폰 업체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는 하반기는 메모리의 계절적 성수기지만, 미·중 무역전쟁 격화로 향후 시장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업계에선 세계 2위 스마트폰 업체인 화웨이 등 중국 업체들이 강력한 제재를 받고 있어, 하반기 메모리 시장은 수요 및 가격 변동성이 극대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로 인해 메모리 시장의 하반기 회복이라는 기존 전망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경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미·중 무역전쟁 여파로 수요가 불확실해 D램 가격은 올 하반기에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수요 측면에서도 서버 D램 등의 공급 과잉이 지속돼 가격 하락이 진정되는 국면은 오는 4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