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의하면 2014년 자궁경부암(질병코드 C53)으로 병원을 찾는 환자는 3만2,595명으로 직전 년도(2만8,512명) 대비해 14% 증가했다. 또 하루 평균 3명이 생명을 잃는 무서운 질병이기도 하다.
자궁의 목 부분인 자궁경부에 암이 생기는 것을 자궁경부암이라고 하는데, 초기에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자각 증상이 전혀 없다. 질환이 진행될수록 질 출혈이나 질 분비물의 증가, 골반통 및 요통, 체중 감소 등의 증상이 나타나게 되므로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방문하면 이미 2~3기로 진행된 경우가 많다.
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주웅 교수는 “국립암센터에서 수행한 2015년 암 검진 수검행태 조사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검진을 받는 수검률은 65.6%에 그친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미국 78.5%, 영국 78.4%에 비해 약 12%가량 낮은 수치”라며 “자궁경부암은 조기에 발견할 경우 생존율이 매우 높아 충분히 극복 가능한 암이므로, 올바른 정보를 숙지하고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과 정기적인 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에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자궁경부암 백신, 성관계 경험 있어도 예방효과 있어
자궁경부암은 성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가 주된 원인이며, 약 150여 가지의 HPV 종류 중 16과 18형이 자궁경부암 발생의 70%를 차지한다. 일반적인 암의 경우 그 원인이 명확하지 않으나 자궁경부암은 원인 바이러스의 감염을 막는 것만으로도 예방이 가능하다. 암 중에서는 유일하게 백신 접종을 통해 예방이 가능한 것이다.
자궁경부암 예방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원인인 인유두종바이러스에 대한 항체를 생성해 바이러스 감염을 막아준다. 백신을 접종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는다면 자궁경부암을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그러나 여전히 자궁경부암 백신에 대한 오해로 접종을 꺼리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영국 암 저널에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자궁경부암, 외음부암, 질암 및 관련 질병에 대한 백신의 예방효과를 연구한 결과 HPV 6, 11, 16, 18형에 의한 자궁경부 상피 내 종양을 약 94% 예방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청소년기 예방률과 거의 동일한 셈이다.
◇자궁경부암, 2030 젊은 환자 증가 추세
자궁경부암의 호발 연령은 40~50세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 환자의 증가 추세가 거세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에 따르면, 자궁경부암으로 진단 및 보험급여를 받은 20~39세 젊은 환자의 등록 건수는 2010년 3,340건에 비해 약 25% 증가한 2014년 4,172건으로 나타났다.
2030대 자궁경부암 환자의 증가 원인은 주로 국내 청소년의 빨라진 성경험 시작 시기로 보는 견해가 많다.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2015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성경험이 있는 중·고등학생들의 성경험 시작 평균 연령은 13.2세를 기록했다. 성별로는 남학생은 13.1세, 여학생은 13.5세였다. 사춘기 시절 조기 성 경험은 자궁경부의 세포 성숙을 빠르게 진행시켜 자궁경부의 세포가 변하도록 유도하는데, 이는 HPV 감염에 취약하게 만드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주웅 교수는 “자궁경부암은 젊은 환자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청소년의 성 경험 시기가 빨라지고 있는 만큼 부모가 적극적으로 나서 미성년자인 자녀들의 자궁경부암 백신 접종을 챙기는 것이 필요하다.”며, “백신 접종의 최적의 시기는 9세부터 13세로, 원래 3회 접종이 기본이지만 초·중학생의 경우 어린 나이에는 2회 접종으로도 예방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 20세 이상 여성 증상이 없더라도 3년마다 정기검진 실시해야
백신 접종을 마쳤다고 자궁경부암에서 100%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인유두종바이러스는 그 종류가 너무 많기 때문에 주원인이 되는 16과 18형 외에도 다른 번호 바이러스로 인해 감염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본격적인 암 진행까지 약 10~15년 정도의 비교적 긴 시간이 걸리는 자궁경부암의 특성상 정확한 정기검진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가장 확실한 예방법이라고 입을 모은다.
실제로 지난해 9월 발표한 국가암검진 권고안에서는 20세 이상 여성이라면 증상이 없더라도 자궁경부암 검사를 3년마다 받을 필요가 있다고 권고하고 있다. 암의 단초가 될 수 있는 상피이형성증 등 병변을 조기에 발견하면 간단한 수술만으로도 암을 예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궁경부암을 조기에 진단하는데 가장 기본이 되는 검사는 세포검사로, 자궁경부를 솔로 문질러 떨어진 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 암세포를 가려내는 방법을 활용한다. 다만 검사의 정확도가 75~85% 정도이기 때문에 꼭 주기적인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으며,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HPV 검사나 자궁경부확대촬영을 같이 시행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