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급증하는 유럽 난민사태..배경과 해법은

분쟁지역서 난민 급증‥가난 피해 유입되는 숫자도 많아
이탈리아·그리스로 집중 유입…서유럽이 최종 기착지
죽음의 바다로 변한 지중해‥밀입국 범죄도 성행
난민쿼터제 포함 적극적 대응‥反이민 정서도 커져
  • 등록 2015-09-06 오후 3:37:57

    수정 2015-09-06 오후 3:37:57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2643명’

지난 2일 아침 터키 휴양지 해변에서 시리아 난민 꼬마 아일란 쿠르디가 차가운 시신으로 발견됐다. 세 살 짜리 쿠르디처럼 올 한 해 영문도 모른 채 차가운 지중해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난민의 숫자다.

비극적인 죽음이 늘고 있는 것은 난민이 그만큼 늘었다는 뜻이다. 난민문제는 한 두국가를 넘어 유럽연합(EU)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됐다. 그렇지만 뾰족한 해법은 없다. 엄청난 규모 탓에 인도적 차원을 넘어섰다. 정치·경제·사회적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맞물리면서 유럽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분쟁과 차별 가난을 피해 떠난 난민

국제이주기구(IOM)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지중해를 건너 유럽에 유입된 난민은 35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지난 7~8월 두 달 동안 22만 명의 난민이 몰려들었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난민에 우호적이고 경제사정이 좋아 난민들이 선호하는 독일은 올해 망명 신청자가 지난해 20만 명에서 올해 80만 명으로 4배가량 늘 것으로 예상된다. 유고슬라비아가 무너지면서 난민이 독일로 대거 유입했던 1992년의 2배 규모다.

유럽을 찾는 난민이 오는 곳은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분쟁지역이다. 지리적으로 가깝고 경제사정이 훨씬 좋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올 7월까지 독일에 망명을 신청한 22만명 중 4만5000명 가량이 시리아 국적이다. 시리아는 4년이 넘는 내전으로 25만명이 죽고 800만명 이상이 집을 잃고 떠돌고있다.아프가니스탄이나 급진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 지배를 받는 지역 출신도 상당수다.

나이지리아나 소말리아 같은 아프리카에서도 유럽행을 택하는 난민도 증가 추세다. 나이지리아에서는 ‘보코하람’의 테러를 자행하고 있고 소말리아도 내전 탓에 정정이 불안하다.

경제적 기회를 잡기 위해 난민이 되는 사람도 많다. 독일의 경우 코소보·알바니아·세르비아 출신의 가난한 발칸반도 지역 난민이 총 8만명이 넘었다.

터키·그리스 발칸지역으로 몰리는 난민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 출신 난민이 유럽으로 가기 위해 이용하는 통로는 크게 두 갈래다. 우선 북아프리카 리비아를 출발해 이탈리아로 들어가는 길이다. 주로 아프리카 난민이 이용한다. 시리아 쪽에서는 국경 이동이 쉬운 터키를 거쳐 지중해 북서부 쪽 에게해를 통과해 그리스로 간다. 그리스로 들어간 난민은 올 들어 현재까지 16만명으로 집계됐다. 유럽에서 가장 많은 규모다. 물론 그리스는 난민들의 최종 목적지가 아니다. 일자리가 풍부한 선진국인 영국이나 독일로 가는 것이 그들의 목표다.

일단 그리스에 도착한 난민들은 발칸반도의 마케도니아, 코소보, 세르비아 등을 거쳐 헝가리로 향한다. 헝가리는 유럽을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생겐조약(Schengen agreement)이 적용되고 유럽 선진국 오스트리아와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생겐조약은 27개 EU 회원국들이 체결한 국경 개방 조약이다.

서유럽의 관문인 헝가리에는 하루에 3000명 안팎의 난민이 도착하고 있다. 수도 부다페스트 켈레티 역은 거대한 난민수용소처럼 변했다.

난민이 갑작스레 밀려들자 차단벽도 높아지고 있다. 헝가리는 서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을 막기 위해 국제선을 무기한 연기했다. 또 세르비아의 국경 175㎞ 전 구간에 높이 3.5m의 철조망을 건설하고 있다.

유럽 일부 국가들이 국경 장벽을 높이면서 최근에는 자전거를 타고 북극 지역을 통해 노르웨이로 들어가는 난민들도 등장햇다고 AP통신이 전하기도 했다.

죽음의 바다로 변한 지중해‥육로도 안전지대 아냐

난민들에게 유럽행(行)은 수많은 위험이 도사리는 목숨을 건 여정이다. 아프리카에서 유럽으로 향하는 난민선 상황은 심각하다. 유럽행을 시도하는 난민선은 대개 개조된 작은 어선이나 구명보트 수준이다. 선령이 40년이 넘는 낡은 배도 많은데다 정원의 10배가 넘는 승객을 태우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심지어 선장과 선원이 지중해 한가운데 난민만 남겨두고 달아나는 경우도 자주 발생한다. 유럽행 보트피플은 지중해를 오가는 선박이나 이탈리아 해군 등에 구조될 때까지 표류하는 신세다. 굶주림에 허덕이다가 목숨을 잃는 이들도 부지기수다. 전복사고도 흔하다. 지난달 말 리비아를 떠나 이탈리아로 향하던 난민선 2척이 지중해에서 전복돼 약 200명이 숨진 것도 이같은 예다.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안전한 육로에서도 비극적 죽음이 빈발하고 있다. 헝가리와 접한 오스트리아의 고속도로 갓길에서 헝가리 번호판을 단 7.5톤 냉동 트럭 속에 시신 71구가 버리진 채 발견되기도 했다. 이 가운데 어린이가 4명, 여성이 8명이었다. 모두 유럽으로 향했던 시리아 난민들이다.

난민 밀입국 범죄 마약산업보다 커져

비극적 죽음 뒤에는 난민 밀입국 조직이 있다. 난민이 급증하면서 밀입국을 알선해주는 난민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마약 밀수보다 짭짤한 수익을 안겨주기 때문이다.

난민 밀입국 조직은 그리스에만 200개에 달하며, 불가리아, 헝가리, 마케도니아, 루마니아, 세르비아 등 발칸 국가 전역에도 널리 퍼져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타임스(NYT)는 난민을 유럽으로 입국시키는 사업이 마약과 무기 불법거래보다 더 큰 규모로 성장했다고 보도했다.

유럽 공동 경찰기구 ‘유로폴’(Europol) 청장 롭 웨인라이트는 최근 아일랜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다양한 규모의 난민 밀입국 조직에 3만 명 이상의 사람들이 연루돼 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난민의 안전은 뒷전인 채 돈벌이에 급급하다 보니 폭행 같은 범죄나 안전사고가 잇따르고 있다. 스웨덴 경찰 관계자는 워싱턴포스트(WP)와의 인터뷰에서 “오스트리아 트럭 사건과 같은 일은 자주 일어난다”고 말했다.

해법 모색하는 유럽‥反이민정서도 확산

난민문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EU의 이민정책도 본격적인 시험대에 올랐다. 일단 EU 집행위원회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집쟁위원회는 16만명 규모의 난민을 EU 회원국이 강제 분담해 수용하는 난민 쿼터제를 검토중이다. 기존 수용 목표보다 4배 증가한 것이다. 난민 배분은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이 주도하고 있다.

그동안 난민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했던 영국도 입장의 변화를 보이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총리가 시리아 난민들을 수천 명 이상 받아들이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쿠르디의 죽음으로 세계적 공분이 커지자 난민 수용은 결코 문제 해결책이 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발 물러선 것이다.

소극적인 정부 대신 민간단체가 적극적으로 나서는 경우도 많다. 독일 베를린의 난민 지원단체 ‘난민을 환영합니다’에는 집에 난민을 머물 수 있게 하고 싶다는 시민의 신청이 780건 넘게 들어왔다. 난민을 위한 쉼터를 자발적으로 제공하는 셈이다.

그렇지만 유럽 내부에서는 난민을 보는 시선이 여전히 차갑다. 지난 2008년 이후 지속한 금융위기로 먹고살기가 팍팍해졌기 때문이다. 유럽 각국에서 이민을 반대하는 극우정당이 득세하고 프랑스와 스위스에서는 유럽 내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생겐조약을 폐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동유럽은 난민쿼터에 반대하고 있다. 수백만명이 난민이 몰려오는 데 이런 배분으로는 해법이 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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