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mp 2020)`대약진 10년 계획`을 짜자

[이데일리 창간10주년 특별기획]
참여정부 `비전2030`..국민공감 못 얻고 역사 속으로
MB式 `비전 2020` 수립 한편에선 부처간 밥그릇 싸움
"과거식 경제기획 아닌 `미래전략 총괄기획` 기능 필요"
  • 등록 2010-03-15 오전 11:35:05

    수정 2010-03-16 오전 11:10:55

[이데일리 윤진섭 김재은 기자] 지난 2006년 8월30일 참여정부는 2030년까지 한국을 선진 일류 복지국가로 키우겠다는 `비전 2030`을 발표한다. 비전 2030은 우리나라 최초의 장기 국가발전 계획이란 점에서 나라 안팎의 주목을 받았다.

이 보고서는 당시 기획예산처 등 관계 부처와 한국개발연구원(KDI), 조세연구원, 그리고 학계까지 망라한 전문가 60여명이 1년 동안 준비해 완성했다.

제도 개혁과 과감한 투자를 통해 저출산, 고령화, 양극화 등 당면 현안을 풀어나간다면 2030년 1인당 국내 총생산(GDP)은 4만9000달러, 국가 경쟁력(IMD 통계)은 10위, 삶의 질도 10위로 각각 올라설 것이란게 요지였다.
 
▲ 참여정부가 야심차게 수립했던 비전 2030은 증세논란 속에 역사속으로 사라졌다


하지만 비전 2030은 경제성장 계획이라기보다는 좌파적 정치철학을 집대성한 분배계획이라는 비판 속에서 숱한 '증세(增稅)' 정쟁에 휘둘리다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렸다.
 
유럽식 복지국가 실현을 위한 장밋빛 청사진을 제시했지만 2030년까지 부담해야할 1100조원이라는 어마어마한 비용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공감하지 못했던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여전히 "내가" 열심히 일해서 잘 살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 이명박式 `비전2020`..`실현 가능성` 여전한 문제 

이명박 정부도 국가의 새로운 비전을 만드는 작업에 착수했다. 이 대통령의 임기 하반기를 포함한 향후 10년간의 국가 발전 계획을 수립키로 한 것이다. 아직 명칭은 정해지지 않았는데, 가칭 `비전 2020`이다.

현재 청와대와 미래기획위원회는 전 부처에 `비전 2020`과 관련된 계획과 목표를 제출토록 지시했다. 공식 발표는 6월쯤으로 잡혀 있다. 경제성장률 5%, 1인당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이 청사진의 기본 틀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각 부처는 녹색 산업, 서비스업을 기반으로 한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내놓을 가능성이 높다. 또 투자 확대와 출산율 제고, 재정 확보 등에 대한 장기 비전도 담길 전망이다.

하지만 벌써부터 비전 2020이 정부의 능력범위 밖에서 설정돼, 국민에게 다시 한 번 허황된 인식만 안겨주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례로 농림수산식품부가 지난 2월 말에 내놓은 농식품산업 비전 2020에 대한 실현 가능성 논란이다. 농림부는 지난 2월 23일 정부 부처로는 처음으로 농식품산업 비전 2020이라는 야심찬 계획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는 정부가 수립 중인 비전 2020의 맛보기라는 점에서 정부 안팎의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향후 10년 내 농식품 수출 300억 달러를 달성해 세계 10위권 수출국으로 발돋움하고, 식품산업 매출을 260조원까지 끌어올려 212만명의 고용을 창출하며, 농식품 산업영역을 생명산업으로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화려한 청사진과는 달리 구체적인 액션플랜은 제시하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실제 농림부가 제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풀어야 할 사안인 농지 활용 효율화, 보조금 문제 등은 이 보고서에서 빠졌다.

무엇보다 국가 전체 연구개발 (R&D) 예산 중 농식품 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이 약 3%에 불과한 상황에서 이를 해결해야 할 예산 확보 방안 역시 미흡했다.

◇ 각 부처는 `차세대` 밥그릇 다툼만

이명박 정부 `비전 2020`의 양 대축은 녹색성장과 서비스업의 경쟁력 강화다. 하지만 범정부 차원에서 중시하는 정책 이면에는 어김없이 부처간 다툼이 등장한다. 비전의 실현 가능성을 불신하게 하는 요소다.

원자력 발전 원천기술 확보를 둘러싼 지식경제부와 교육과학기술부의 신경전은 대표적 사례 중 하나다. 
 
지경부는 한국원전 수출 경쟁력을 높이려면 교과부에 있는 R&D 기능을 지경부로 옮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교과부는 원전 R&D 부문을 비즈니스와 가시적 성과를 중시하는 지경부로 넘기면 원전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면 반대하고 있다.

6년째 끌어오고 있는 영리의료법인(투자개방형 의료법인) 도입 논의가 최근 원점으로 돌아간 것 역시 재정부와 복지부간 기 싸움 탓이 크다. 

온실가스 감축문제도 지경부, 환경부, 국토부, 재정부 간 갈등이 노골화 돼가고 있다. 누구든 주무부처가 되면 온실가스 인벤토리(통계자료)를 구축해 향후 감축량 할당, 목표관리제, 배출권 거래제 도입 등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된다. 이 때문에 새로운 규제영역을 놓고 4개 부처는 각자 논리를 펴며 대립으로 치닫고 있다.

정부 내 조율 기능이 부재하다는 것도 문제다. 대체휴일제 도입 논란이 대표적이다. 재정부는 올 경제운용 방향을 통해 관광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된다는 차원에서 이 제도 도입을 언급했다. 하지만 지식경제부와 재계가 산업생산에 마이너스 요인이 될 것이라며 강하게 반대해 제도도입이 표류하고 있다. 

이광희 행정연구원 위원은 "국가 정책의 화두가 되고 있는 사안 중 상당수가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채 주도권 싸움으로 비쳐지고 있다"며 "부처 간 업무 영역을 조정하는 기능을 만들어 시스템적으로 관리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 국가차원 미래전략 총괄기획..자원배분 우선순위 설정해야 

부총리 제도를 없앤 현 정부 조직상 부처간 조율 기능은 총리의 권한이다. 하지만 조직의 한계로 부처가 제각기 내놓는 정책을 뒤쫓기도 벅찬다. 정책의 방향성을 가지고 추진해 나가는 구심점 역할이 축소되다 보니 부처 간 갈등을 조율하기도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정 아젠다를 총괄하는 각종 위원회 역시 권한과 책임, 기능의 경계가 모호해 '또 한 명의 시어머니, 옥상옥'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미래기획위원회는 미래 사회 전망과 사회 통합 등 총체적 국가 비전, 전략을 수립한다. 또 경쟁력위원회는 위기 감내, 지속 성장, 미래 성장동력 확대, 해외 역량 확대, 사회적 자본 형성 등을 5대 과제로 삼아 추진중이다.
 
두 위원회가 아젠다로 설정한 내용이 이처럼 비슷하다보니 위원회 간 업무 영역의 혼선이 생기는 일이 다반사다. 일부 업무는 국가브랜드위원회의 사업과도 일부 겹친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중복기능을 통합하고 긴 안목의 중장기 발전 전략을 짜는 차원에서 국가전략기획원 같은 조직의 신설을 검토하자는 의견을 내놓는다.

이는 ▲ 국가의 장기 과제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는 부처가 없는 데다 ▲ 각 부처가 나름대로 부분적인 미래전략을 짜고 있으나 국가 전체 차원으로 통합되지 않고 있으며 ▲ 자원 사용의 우선순위를 정하지 못한 채 발전 전략을 추진하다보니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 때문이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의 기획경제 방식에서 탈피해 미래 전략에 집중하는 방식의 국가전략기획원이라면 충분히 고려해 볼 만하다"며 "각 부처, 위원회 재정비를 통해 중복, 상충을 없애 비전 달성을 위한 집행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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