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워치)`보이는 것, 보이지 않는 것`

집값 진정세..가계대출 부담도 완화중
저금리 부작용이 핵심..결국 명분싸움
  • 등록 2010-01-20 오전 11:31:01

    수정 2010-01-20 오전 11:31:01

[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금리정책의 최종 권한을 가지고 있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7명 금통위원들의 표결로 이뤄지는 합의제 의사결정구조체다.

가장 최근 회의에서는 `제8의 멤버`가 자리를 함께 하긴 했지만, 기본적으로 이들 7명의 금통위원들이 벌이는 일종의 명분싸움이 기준금리 결정의 본질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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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점에서 지난해 한국은행과 이성태 총재가 줄기차게 매파적 발언을 고수할 수 있었던 명분은 가파른 가계대출 증가세와 다시 요동치던 부동산가격이었다. 그리고, 이런 논리는 지난해 12월 금통위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절정에 이르렀다.

"가계대출 관련해서는 제가 여러 번 강조했습니다. 부채규모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가계가 매월 부담하고 있는 원리금상환부담이 그렇게 만만치 않습니다. 그동안 많이 늘어난 가계신용이 앞으로 계속해서 그렇게 크게 늘어나서는 좀 문제가 있다 그런 인식을 기본적으로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총재는 여기서 한 발 더 나가 자산가격 버블 우려까지 제기했다.

"사실 주택담보대출 같은데 대해 저희가 때때로 주의를 환기하는 이유는 한편에서 그것이 자산가격 불안을 초래하는 요인이 되지 않을까 하는 측면도 있지만 가계 부채수준이 계속해서 더 높아진다는 자제로도 경계할만한 일이라는 두 가지 측면이 다 있습니다."

그러나 일단 부동산 문제는 이달초 금통위에서 이미 해결된 듯 보였다. 금통위 통화정책방향은 "부동산가격은 상승세가 더 둔화되고 있다"고 분명히 적시하고 있다.

실제 지난해 4분기를 보면 수도권 아파트값 상승률은 지방에 훨씬 못미쳤고, 이달들어 소폭 상승세를 타는 것은 강남 재건축 등 국지적 요인에 의한 것이라는데 한은 실무자들도 공감하고 있다.

물론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증가세를 보였다"며 입장을 바꾸지 않았지만, 이 역시 추가적으로 더 빠르게 늘어나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 관계자는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받지 않는 지방이나 분양아파트의 집단대출 등이 크게 늘어났고, 이 역시 2월말 양도소득세 면제 완료라는 요인을 감안할 때 일시적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주택담보대출의 진원지가 된 분양시장의 열기는 최근 식어들고 있고, 2월 분양시장도 그다지 활발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렇게 본다면 결국 그동안 한국은행의 매파적 기조를 유지해준 `눈에 보이는 두 가지 명분`이 약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한은 고위 관계자는 "어느정도 공감한다"며 이런 보이는 명분 약화를 인정하면서도 "눈에 보이지 않아 쉽게 설득하긴 어렵지만, 분명히 보이지 않는 명분도 있다"고 반박했다.

그 핵심은 최근 두 달간 이성태 총재가 줄기차게 외쳐온 `이례적으로 낮은 기준금리 수준`으로 요약된다.

이 관계자는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기준금리를 엄청나게 내려놓았는데 이는 이례적으로 낮은 수준이고 정상화된 이후 금리수준과는 큰 격차가 있다"며 "이건 너무 불편한 사실"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낮은 금리수준이 이례적이기 때문에 우리가 과거 경험해보지 못했던 경로로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리고는 "문제는 이것은 경험해보지 못했던 것이고 어떤 데이터로 설명할 수도 없기 때문에 설득할 명분이 부족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총재가 몇차례나 경고해도 한은 밖에서는 이제 내성이 생겨 `경고`로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게 더 큰 문제"라고 토로했다.
 
또다른 한은 고위 관계자도 "총재의 얘기에 동의하든, 하지 않든 올해 대략 5% 성장이 예상되고 있는데 기준금리를 2%까지 내렸던 재작년에는 잘해봐야 플러스 성장 정도일 것으로 봤던 것 아니냐"며 "이렇게 본다면 2% 기준금리가 적정하다고 절대 말할 수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결국 보이는 명분은 약화되고 있고, 보이지 않는 명분은 그 자체로 설득하기 어렵다는 대목은 열석발언권을 행사해야 했던 정부와 한은 간의 입장 차이를 뚜렷하게 보여주는 듯하다.

다만 어느 쪽이건 명분을 더 쌓기 위해 기다려야 한다는 것은 한은을 초조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지난해 12월 금통위에서 한은 실무진은 정책 대응이 늦어져 나중에 문제가 됐던 국가들에 대한 보고서를 금통위원들에게 제출했다고 한다. 통화정책이 선제적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한은 모두가 공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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