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포커스)체감경기, "사기꾼도 일이 없다(?)"

  • 등록 2003-02-13 오전 11:28:01

    수정 2003-02-13 오전 11:28:01

[edaily 김진석기자] 주식시장에서 `경기`만한 변수도 없다. 시황을 분석하는데 있어 `경기`변수는 약방의 감초 이상이다. 더군다나 최근처럼 국내외 경기회복에 대한 불확실성이 증폭되는 상황에선 그 중요성이 더욱 강조된다. 당국이 발표하는 거시경제지표는 꺾여 있는 모양새다. 한국은행이 올해 GDP성장률 전망치를 당초 5.7%에서 5.5%로 낮춘 것도 악화되고 있는 경제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산업자원부는 이달 들어 11일까지 무역수지가 18억 달러 가량 적자를 기록, 지난 2000년 1월 이후 3년 이상 지속돼 온 월별 흑자기조가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여기에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기름 값에다 지난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도 전년동기 대비 3.8%로 한국은행의 억제 상한선인 2~4% 수준을 위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은 우리뿐만이 아니라 나라밖에서도 비슷하게 전개되고 있다. 세계경제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미국경제도 소비위축에 따른 경기침체의 지속 가능성이 우려되고 있다. 여기에 이라크 전쟁으로 야기될 불확실성은 그 정도를 가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나 이 같은 실물경기 못지 않게 중요한 것이 체감경기이다. 체감경기는 비통계적이지만 실물경기를 앞서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또 소비심리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감안할 때 체감경기를 파악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이다. 기자는 최근 증권업계를 떠나 야인생활을 하고 있는 원로급 전직 증권맨 P씨와 전화통화를 나눴다. 시장에서 물러나 있는 사람의 시각을 듣고 싶어서였다. P씨는 이런 얘기를 들려줬다. "(시장을) 떠난지 오래이기 때문에 시장에 대해 할 말이 없어. 그런데 경기가 안 좋은 것은 틀림없는 것 같아." 그리고는 이런 얘기를 덧붙였다. 최근 택시를 탈 일이 있었는데 택시가 줄을 서 있어 쉽게 탈 수 있었단다. 그래서 물었단다. "왜 이리 택시가 많아요. 요즈음 손님이 없나보네요." 돌아온 택시 기사의 답변은 이랬단다. "보신 대로입니다. 사기꾼도 일이 없답니다." 그러면서 P씨는 "김 형! 택시 기사의 얘기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일 일은 아니지만, 그래도 세간의 얘기가 모아지는 곳이 택시 안인데, 그 기사가 오죽했으면 (자조적으로) 그런 말을 했을까 생각해보게 돼. 이런 분위기라면 시장은 좀더 시간이 필요하지 않을까." 체감경기와 관련 한가지 사례를 덧붙여본다. 기자의 고향은 인천이다. 지난 설 연휴 때 일가친척들이 모였다. 이 자리에서 인천항에 근무하고 계시는 사촌 형님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언론에서 경기가 좋다, 나쁘다고 하는데 우리는 그런 변화의 흐름을 2~3개 월 전에 느낄 수 있지. 인천항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수입항인데, 물동량의 변화를 보고 알 수 있어. 그런데 지난 12월 이후 수입 물동량이 눈에 뜨게 줄고 있거든." 이 형님은 그러면서 과거의 경험을 놓고 보더라도 경기회복에는 다소의 시간의 걸릴 것 같다고 전망했다. 증권업계에서도 비계량적인 접근을 통해 시장 읽기를 시도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예를 들면 과일가게의 과일이 잘 팔리면 호황기이고, 안 팔릴 땐 불황시기와 맞아떨어진다는 논리도 있다. 심지어 단골 유흥업소 종업원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올 때와 그렇지 않을 때를 놓고 경기를 판별한다는 사람도 있다. 최근 대통령 인수위 관계자가 일부 언론이 경기불안을 강조하면서 필요 이상으로 위기를 부채질한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기마저 불안을 조장한다고 볼 수는 없지 않을까. 주식시장은 복합변수가 어우러져 주가를 형성한다. 때론 시장에 함몰되기보다 한 걸음 물러서 우리의 주변을 살펴보는 것이 오히려 투자판단에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져본다. 다만 한 방향에 경도되기보다 불안 속에서 잉태된다는 시세의 숨소리를 들어보면서 말이다. 국민은행의 1조원 주식매수 계획도 곱씹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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