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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오전 9시를 앞둔 서울 삼성본관 17층 대회의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주상영·박기영 금통위원의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 소감을 밝혀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는 마지막이 아닌데.. ”라는 농담을 던지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금통위 회의장은 그 어느 때보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분위기였다. 이달 20일 임기를 마치는 주상영, 박기영 금통위원들의 얼굴이 큰 짐을 덜어낸 듯 홀가분한 모습이었다. 이창용 총재의 얼굴도 이전의 긴장감이 역력했던 모습에서 좀 더 편안한 표정으로 바뀌었다. 회의장에 들어서며 취재진과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는 여유도 보였다. 그전까진 굳은 표정으로 회의장에 입장한 후 의사봉이 있는 자리에 시선을 둔 채 직진했다면 이날은 한결 여유가 있었다. 이 총재는 8시 56분께 회의장에 입장하며 이전보다 더 빨리 착석했다. 취재진의 요청에 의사봉을 수 차례 내리쳤고 청록색 서류를 열었다. 재킷 속에 있던 두꺼운 수첩과 펜을 꺼냈다. 두꺼운 수첩은 빼곡하게 많은 말들이 적혀 있었고 이 총재는 수첩의 새 장을 넘겼다.
‘비둘기’ 위원과 ‘중도 매파’ 위원이 교체되면서 다음 달부턴 금통위의 색깔이 어떻게 변화할 지 관심이다. 신임 금통위원으로 내정된 장용성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박춘섭 대한체육회 사무총장은 각각 중도, 비둘기 성향으로 점쳐지고 있어 앞으로 금통위 색깔이 ‘비둘기’에 가까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특히 한은이 2월에 이어 4월에도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만큼 한은 금리 인상기가 종료됐다는 분석이 많다. 이데일리가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와 경제연구소 연구원 1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전원이 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각자도생의 길에서 금통위가 정책 초점을 ‘물가 안정’에서 ‘경기, 금융안정’으로 옮겨갈지 여부도 관심이다. 다만 정책 초점을 옮기기 전에 일단 짐부터 싸야 한다. 금통위가 서울 중구 삼성본관에서 기준금리를 결정하는 회의를 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5월 금통위는 새로 지어진 한은 본관 건물에서 신규 멤버들과 진행된다. 이 총재는 “새 건물이 반 정도 이사를 한 상태이다. 새 건물에서 찾아뵙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