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탄 모녀, 노숙인 무료급식소서 '공짜밥' 달라고 해”

  • 등록 2020-12-14 오전 9:47:42

    수정 2020-12-14 오전 9:47:42

[이데일리 김소정 기자] 사회복지법인 ‘안나의 집’ 대표 김하종 신부(63)가 고가 외제차를 타고 노숙인 무료급식소에서 도시락을 달라고 한 모녀를 공개 저격했다.
사진=김하종 신부 페이스북
경기 성남시에서 노숙인 보호시설인 ‘안나의 집’을 운영하는 김 신부는 12일 페이스북에 “오늘은 아주 괴로운 날이다. 화가 나고 어이없는 일이 일어났기 때문”이라고 운을 뗐다.

김 신부는 “흰색의 비싼 차(벤츠) 한 대가 성당에 왔다. 그리고 할머니와 아주머니가 내렸다. 두 분은 태연하게 노숙인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저는 그분들을 막아서고 ‘어떻게 오셨어요? 따님도 계시고 좋은 차도 있으시기 때문에 여기 오시면 안 됩니다. 도시락이 모자랍니다’라고 말했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런데 아주머니는 오히려 저에게 짜증을 냈다. ‘이분은 저희 어머니이시고, 여긴 공짜 밥 주는 곳이잖아요? 왜 막으세요?’ 저는 아주 화가 났다. ‘안됩니다. 도시락은 노숙인분들을 위한 것입니다. 아주머니와 할머니 때문에 다른 분들이 먹지 못합니다’ 그러나 아주머니는 계속해서 도시락을 받아 가야겠다고 했다”라고 덧붙였다.

김 신부는 모녀의 행동에 화가 났다. 그는“이분들의 행동은 자기만을 생각하는 이기적인 행동이고, 이분들의 말은 우리 친구들을 무시하고 배려하지 않는 말이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특별히 요즘처럼 코로나 시기에 우리가 ‘모두’를 생각한다면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겠지만, ‘나’만 생각한다면 사회는 더 힘들어질 거다. 30년 전에 제가 처음 한국에 와서 가장 좋다고 느낀 것은 ‘우리’라는 문화다. 그러나 요즘에는 ‘나’라는 문화가 커지면서 자신만을 강조하는 개인주의 사회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을 오늘의 일을 통해 봤기 때문에 너무 속상했다”라고 토로했다.

김 신부는 “안나의 집이 어려움 속에서도 계속해서 식사를 포기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 이유는 바로, 스스로 끼니를 해결할 수 있는 분들이 가져가는 도시락 하나가 그분들에게는 한 끼일지 모르지만, 노숙인 한 명에게는 마지막 식사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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