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 교수는 한 달 전쯤 `글로벌 금융위기와 은행산업의 경영전략`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다. 우리나라 은행들의 대형화 문제를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담긴 논문이다. 함 교수는 논문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이데일리와 가진 인터뷰에서도 ▲개별은행의 자산확대보다는 은행간 인수합병을 통한 대형화가 필요하며 ▲거대한 하나의 은행보다는 서로 경쟁할 수 있는 2개 정도의 대형 은행이 만들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거듭 밝혔다.
◇ 은행 대형화는 필연적..대출확대보다 M&A가 안전
- 우리은행 사외이사도 지내셨으니 가까이서 많은 것을 지켜보셨을 걸로 봅니다. 우리은행의 민영화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까.
▲민영화된 은행이 조금 더 책임경영을 할 수 있게 되겠죠. 우리금융이 정부 소유이기 때문에 정부로부터의 암묵적인 지원에 대한 시장의 기대가 형성될 수 있고, 따라서 자기 책임 원칙에 충실하지 못한 경영이 이루어질 수도 있습니다. 실제로 우리은행이 자산을 굉장히 빨리 늘려오지 않았습니까. 그런 과정에도 도덕적 해이가 조금은 있었다고 보여지거든요.
- 우리은행 민영화에 동의하신 건데요. 은행 대형화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최근 은행들의 수익성이 좀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구조적으로 보면 은행의 수익력은 전체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인 것이 사실입니다. 은행에 대한 규제의 성격이 금융위기 이후로 자산증가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바뀌고 있고, 저축자금도 중장기적으로는 은행보다는 증권시장으로 흘러가는 추세입니다. 향후 경제성장 속도를 감안할 때 대출수요도 빠르게 늘어날 것으로는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런 가운데 은행들은 어떻게 해서라도 덩치를 키워서 규모의 경제를 누려보려는 욕구가 강할 수 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여전히 은행의 대형화가 은행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적인 수단임에는 틀림없거든요. 그런데 그러다보면 은행들끼리 경쟁이 상당히 치열해지죠. 우리나라 은행산업에 오버뱅킹의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고, 물론 은행들이 다 비슷한 상품을 가지고 비슷한 전략으로 접근하기 때문에 더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은행이 너무 대출을 빠르게 확대하면서 성장을 하면 은행의 중장기적인 건전성을 해치는 결과가 생깁니다. 빨리 성장하는 은행은 그에 따르는 댓가를 치룬다는 겁니다. 8400여개 은행들의 패널 데이터를 분석해보니까 그런 결과가 나왔어요.
◇ 은행 크기 일정규모 넘으면 부작용이 더 클 수 있어
- 어차피 대형화의 필요와 욕구가 존재한다면 대출을 빠르게 늘리기보다는 M&A를 통해서 그걸 충족시키도록 하는 게 안전하다는 뜻이군요.
▲네, 지금 은행들의 경쟁수준이 좀 과하다는 생각은 들거든요. 우리 경제의 파이가 계속 커지는 상황이라면 대출 수요도 계속 늘어나니까 괜찮은데 이미 경쟁은 과열된 상태인데 그 상황에서 대출을 늘려서 은행의 규모를 더 키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거죠.
- 대형화가 이뤄지면 은행들이 더 경쟁력을 갖게 되는 건 맞다고 보십니까
▲8400여개 은행자료를 분석해 보니까 은행이 커진다고 계속 수익성과 안정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고요. 처음에는 긍정적인 효과가 분명히 있지만 자산 규모가 일정수준을 넘어 커지게 되면 오히려 부정적인 효과가 발생합니다. 은행의 규모가 너무 커지면 리스크 관리나 조직 관리도 어려워지고 몸집이 커지면서 소위 대마불사에 따른 도덕적 해이도 생깁니다. 경영진이 공격적인 투자를 하더라도 정부나 시장에서 그에 대한 제어가 안되거든요.
- 그 어떤 포인트, 즉 대형화의 긍정적인 효과보다 부작용이 더 많아지는 그 사이즈가 어디냐는 게 중요하겠군요.
▲그 포인트는 국가마다 다를 것으로 생각되는데 사실 그 연구를 더 해보고 싶습니다. 그 논문을 보시고 우리나라가 과연 지금 어느 상황까지 온거냐는 질문을 하는 분들이 꽤 있는데 특히 시장이 개방되어 있는 우리나라의 경우는 분석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은행들의 사이즈가 좀 더 커져야 할 동인이 존재하고 M&A를 통해 그것을 충족시키는 게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배경은 뭔가요. 그러니까 아직은 우리나라 은행들이 최적의 사이즈보다는 좀 규모가 작은 편이라는 뜻인 것 같은데요.
▲정확한 결론을 내기 위해서는 수익과 위험 뿐만 아니라 각 은행의 중장기 비용함수를 봐야 되는데요. 규모가 커질수록 평균 생산비용이 낮아지면 규모의 경제가 존재하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현재 이에 대한 관련 연구는 아직 명확한 결론이 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많은 관련 전문가들이 아직까지 대형화를 통한 규모의 경제는 있다고들 이야기합니다. 은행을 직접 경영하는 분들도 그렇게 이야기를 하고요. 예컨대 요즘 은행들의 IT투자가 갈수록 규모가 커지는데 이러한 고정비용을 효율적으로 분산시키는 게 필요할 수 있거든요.
그러나 일부에서는 대형화의 논거로 해외진출을 들면서 국제 프로젝트 컨소시엄에 들어가려면 규모가 커야 된다는 주장을 합니다. 물론 대형화가 되면 도움이 되겠죠. 하지만 대형화는 국내 은행산업과 국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우선적으로 고려되어야 합니다. 국민경제적 입장에서 보면 거대은행이 탄생해서 그 결과로 원전 프로젝트 하나를 수주했다고 그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습니까. 거대은행이 망했을 때 국민이 부담해야 할 잠재적인 부작용이 더 크다면 그렇게 은행산업 구조를 가져갈 필요는 없죠.
◇ 초대형 은행 1곳보다 대형은행 2곳이 바람직
- 규모가 커지면 은행의 이익도 늘어나고 안전성도 높아진다는 논리도 맞지만 그렇게 될 경우 중소기업이나 서민에 대한 은행의 대출이 줄어드는 문제도 생기지 않겠습니까
▲그렇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아직까지 개별 은행 입장에서는 조금 규모가 더 커지면 좋겠다는 생각은 들 수 있지만, 이른바 메가뱅크같은 초대형 은행이 생겨서 시장을 독점하게 되면 여러 폐해들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정도 경쟁압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게 중요하죠. 그래서 최소한 2개 정도의 은행이 경합하는 구도로 가는 게 바람직해 보입니다.
사실 우리나라 은행들은 수익구조나 자산구조가 다 엇비슷합니다. 다 같은 것을 하려고 하고 모든 업무가 다 비슷하니까 시장의 경쟁이 더 심한 겁니다. 외환위기 전보다 더 비슷해졌어요. 외환위기 전에는 한일, 상업은행은 기업금융, 국민, 주택은행은 소매금융 이렇게 구분되어 있으니까 자기 마켓에서는 어느 정도 차별화된 경쟁력을 보유할 수 있었고, 97년 당시에 국민과 주택은 살아남아서 오늘날 이렇게 성장하게 된 것 아닙니까.
그런데 모든 은행이 다 똑같은 업무와 상품만 다루게 되면 충격이 왔을 때 똑같이 다 망하는 거죠.
- 일부 은행들이 추가적으로 대형화하면 은행들간의 영역의 차별화가 생길거라고 생각하는 겁니까
▲그건 예상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은행간 규모의 차별화도 분명히 있어야 될 건 같습니다. 너무 고만고만한 은행들이 다들 똑같이 가기 때문에 특정 분야에 대출이 쏠리고 다른 분야에는 돈이 못 흐르는 쏠림현상이 생기는 건데요. 규모의 차이가 생기면 업무영역의 구별도 자연히 생기지 않겠나 하는 생각도 듭니다.
◇ 비이자부문 키워야 하지만 리스크 커
- 은행의 수익규모를 키우는 방법중에 하나가 비이자 부문을 확대하는 것인데 우리나라 은행들이 그런 방향으로 가기는 어려울까요
▲은행들이 그동안 비이자부문의 이익을 늘리려고 노력을 많이 했는데 아직 전문성과 위험관리 능력이 부족해 여의치 못한 상황입니다. 물론 통계적으로 우리나라의 비이자 이익이 적게 나오는 건 이해되는 측면도 있습니다. 미국은 예금수수료와 대출수수료를 쉽게 받는데 우리는 정서상 관련 수수료를 못 받으니까 그걸 예대마진에 포함시킬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미국에서는 수수료 항목에 잡히는 부분이 한국에서는 이자이익에 들어가 있을 수도 있습니다.
어쨌든 비이자이익을 늘리는 것은 경쟁력을 키우는 수단이면서 동시에 이익의 안정성 측면에서도 꼭 필요한데 실제 비이자 업무에는 굉장히 위험한 부분이 많습니다. 리스크 관리가 잘 이루어지지 못하면 잘못 갔다가 손실을 보기 쉽죠.
- 만약 은행을 대형화하면 그런 비이자부문에서 오는 충격도 흡수할 수 있다는 건가요
▲그건 단정하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OECD 은행들을 분석해보면 대형은행일수록 비이자이익의 비중이 큽니다. 실제로 비이자이익 부문은 관련 인력 등 투자도 많이 되어야 하므로 일단 규모가 커야 투자를 할 수 있겠죠. 그러나 실제로 우리나라 은행들이 비이자 이익을 확대하는 건 참 어렵습니다. 현재 가능한 업무가 많이 없어요. 아직 자산관리 수수료도 제대로 못받고 있고 자본시장이 깊어져야(더 발달해야) 수수료 업무도 생기는데 자본시장이 아직 깊지 못해서.
- 산업은행은 어떻습니까
- 어쨌든 관련당국은 우리은행을 다른 은행과 묶는 방안을 여러 가능성 중에 하나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은데요. 가능할 것으로 보십니까
▲아마도 관련 당국이 쉽게 결정하기는 힘들 것으로 봅니다. 정부가 주주니까 누구한테 파느냐 하는 건 결정할 수 있을테지만, 매각방식과 절차 면에서 투명성과 객관성을 확보해야 하고 동시에 공적자금 회수도 극대화해야 되기 때문에 여러가지 어려움이 있을 겁니다.
◇ 함준호 교수 약력
-1963년생
-現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1986년 02월 서울대 인문대 영문학과졸업
-1988년 05월 미국 콜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석사
-1993년 10월 미국 콜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
-1993년 05월 ~ 1994년 05월 컬럼비아대 경영대학원 객원조교수
-1994년 07월 ~ 1996년 10월 UC 산타바바라대 경제학과 조교수
-1996년 09월 ~ 2000년 02월 한국개발연구원 금융팀 연구위원
-1997년 01월 ~ 1997년 12월 금융개혁위원회 전문위원
-1997년 12월 ~ 1998년 02월 재정경제부 대외채무대책반 Task Force 위원
-1998년 12월 ~ 2000년 04월 세계은행 로컬 컨설턴트
-2000년 07월 ~ 2001년 07월 대한투자신탁운용 사외이사
-2000년 11월 ~ 2001년 01월 기획예산처 금융감독조직혁신 Task Force 위원
-2000년 08월 ~ 2006년 12월 외교통상부 통상교섭 민간자문위원
-2001년 03월 ~ 2004년 03월 우리은행 사외이사
-2002년 02월 ~ 2008년 03월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상장위원회 위원
-2005년 06월 ~ 2008년 06월 푸르덴셜자산운용 사외이사
-2005년 10월 ~ 2007년 06월 한국금융학회 이사
-2003년 01월 ~ 2004년 01월 한국국제경제학회 사무차장
-2009년 04월 ~ 2010년 05월 아시아개발은행(ADB) 컨설턴트
-2008년 11월 ~ 현 예금보험공사 비상임이사
-2009년 02월 ~ 2010년 02월 한국경제학회 사무차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