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척이 어렵자 매각자들은 국내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해외에서라도 주인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 남은 걸림돌은 反 해외매각 정서 뿐?
올들어 하이닉스 매각의 걸림돌들이 상당히 해소됐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시황이 나쁘고 적자가 지속됐던 것, 유동성 문제, 기술유출 우려, 국내엔 인수 후보가 별로 없는 점 등을 매각을 어렵게 하는 요인으로 꼽아 왔다.
그런데 불투명했던 반도체 업황은 반등세다. 또 하이닉스는 올 2분기, 적어도 올해 안에 분기별 흑자로 전환할 전망이다. 유동성이나 투자여력 같은 재무적 문제는 올들어 실시한 두차례의 유상증자와 자산매각을 통한 현금확보로 일단 풀렸다.
때문에 이제 매각이 급물살을 탈 것이란 기대가 높았다. 하지만 현재 국내에는 원매자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적으로 가장 가능성 높은 LG는 의사가 없고, 주목받았던 현대중공업은 조선업황 악화 등 이런저런 이유로 생각을 바꾼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매각자인 외환은행을 중심으로 "해외에라도 매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또 매각자 입장에서 국내자본과 외국자본을 구분해 굳이 경쟁을 제한할 이유는 없다는 주장도 계속하고 있다. 경쟁이 높아지고 매각 가격도 상승할 수 있는 요인이 되기 때문이다.
반외자정서로 우리나라 투자에 두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매각시 외국자본까지 배제하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가 더 위축될 수도 있고, 국제 소송에 걸릴 수도 있는 등 신인도에 타격 우려가 있다는 논리도 있다.
◇ 안이나 밖이나 시장 상황 나쁘긴 매한가지
또다른 주주인 산업은행은 해외에 매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또 주주은행간에 이를 두고 의견을 교환한 적도 없다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원칙적으로 입장이 다른 것은 알고 있지만 공식적으로 주주협의회에서 국내 매각이냐 해외 매각이냐를 논의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다른 주주은행 관계자는 "해외자본이라 해도 적극적인 관심을 나타낸 인수 희망자만 있었다면 일단 주주협의회에서 검토를 하지 않았겠느냐"며 "하지만 이런 협의가 이뤄질 만큼 진전된 후보도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결국 기술유출 우려라는 산을 넘는다 해도 하이닉스 매각이 술술 풀릴 상황은 아니라는 뜻이 된다.
다른 매각 관계자도 "하이닉스 매각의 최대 걸림돌은 국내에만 팔아야 한다는 정서적 제한이 아니라 안팎으로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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