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체인지업!)⑤도로다이어트, 교통난 우려

대중교통·자전거 중심..차 줄인 미래 서울
과도기 교통난, 도심 소상인 반발 등 극복해야
  • 등록 2009-05-21 오전 11:02:19

    수정 2009-05-21 오전 11:02:19

[이데일리 윤도진기자] 요즘 짓는 아파트는 지상에 차가 없다. 자동차에게 빼앗긴 지상 공간을 입주민에게 돌려 준 것이다.
 
서울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시내 교통체계의 변화는 이 같은 개념을 도시 전체에 적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최대한 자동차 통행을 줄이고 친환경 대중 교통수단 중심의 도로 여건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른바 `B·M·W`(버스(Bus), 메트로(Metro), 워킹(Walking))와 자전거를 도로의 주인공으로 만든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하지만 늘어나는 자동차와 부족한 도로사정을 감안하면 서울시의 구상이 장밋빛 공약으로 끝나지 않을지 의구심이 든다.

◇ 자전거 도로 300㎞..`출퇴근도 자전거로`

서울시의 교통계획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게 `자전거 중심의 서울`로 탈바꿈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시내에 총 300㎞에 가까운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시대`를 열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작년 10월 청계~천호축, 시청~시흥축을 비롯한 도심 진입 4개축 70㎞와 동서 및 남북 지역을 연결하는 13개축 137㎞ 등 17개축에 총 207㎞의 자전거도로를 조성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에는 2014년까지 서울시의 주요 간선도로에 구축되는 자전거 도로를 연결하는 순환형 자전거도로 88.4㎞를 추가로 조성키로 했다. 구체적으로 ▲종로를 포함한 도심 순환 ▲홍제천·중랑천·한강의 외곽 순환 ▲도심~외곽 순환 3개 권역에 2014년까지 자전거 전용도로를 순차적으로 조성한다는 게 서울시 계획이다.

이 같은 사업은 대부분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도 위에 자전거 도로(보행자 겸용)를 설치하는 것이 아니라 도로의 차로 수를 줄여서 만드는 방식이다.

이렇게 되면 은평뉴타운에서 광화문까지 자전거로 40분이면 닿을 수 있는 등 도시 전역에 자전거 인프라가 마련돼 현재 1.2%에 불과한 자전거 수송분담률이 2014년 무렵에는 6%로, 2020년에는 10%까지 높아질 것이라는 게 시의 기대다.

오세훈 시장은 "자전거 생활화에 따른 효과가 1석 5조"라고 강조한다. ▲고유가 시대 극복 ▲대기질 개선 ▲승용차 이용 억제에 따른 교통난 해소 ▲주차문제 해결 ▲건강 증진에 따른 사회적 비용 감소 등이 그가 꼽는 자전거의 효과다. 
 
▲ 서울시의 자전거 순환 도로망(88km) 구간 계획도 (자료: 서울시)


◇ 중앙버스전용차로 확대..간선도로는 지하화

이와 함께 이명박 전 시장 때부터 꾸준히 추진되고 있는 것이 중앙버스전용차로제도다. 민선 4기 들어서도 중앙버스전용차로제는 계속 확대되고 있으며 수도권 대중교통과 연계한 환승시스템도 경기도, 인천시와 함께 확대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에 따르면 올해부터 2010년까지 추가되는 중앙버스전용차로는 12개 노선 117.6㎞에 이른다. 공항로 노량진로 신반포로 등 강남북 주요도로에 이미 버스전용중앙차로가 설치돼 시행 중이거나 시행을 앞두고 있다. 또 강남대로 신촌로·양화로 통일로·의주로 등도 올해 안에 중앙차로가 생긴다.

2010년 이후에는 망우로 한남로 헌릉로 경인로 등 16.2㎞에 수도권 BRT사업과 연계한 중앙버스전용차로가 놓일 계획이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자가용 등이 다니는 주요 간선도로를 땅 속으로 집어넣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육상도로망이 포화상태인 서울에 지하도로망을 구축하는 것이다.

우선 한강 월드컵대교에서 금천구 독산동까지 11㎞구간의 안양천을 따라 서부간선 지하도로를 놓고 강변북로 원효대교에서 망원동 사이 5.1㎞ 구간에 한강 하저터널을 뚫는 방안이 유력하게 검토되고 있다.

또 중랑천-도봉천 합수 지점에서 한강 하구까지 18㎞ 구간에 도로와 하수도 기능을 겸하는 하저터널 건설안을 비롯해 ▲양평동∼잠실동 19.5㎞ ▲신월동∼광장동 24.1㎞ ▲수색동∼공릉동 20.5㎞ ▲과천시∼구파발 20.3㎞ ▲서초동∼도봉동 24.5㎞ ▲세곡동∼상계동 23.4㎞ ▲안양교∼대치동 19.7㎞의 지하도로 건설 용역도 진행 중이다.
 
▲ 중앙버스전용차로 계획 및 BRT 계획 위치도 (자료: 서울시)

◇ `차 적은 미래도시?`..극복해야 할 과제는

이같은 계획이 실현되면 서울은 자전거와 보행자,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로 바뀌게 된다.
하지만 자전거 도로를 늘리고 대중교통의 편의를 확대한다고 해서 자동차 교통량이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한 민간 연구소의 교통전문가는 "서울시가 백화점 등 주요시설 출입시 혼잡통행료를 부과하려던 계획이 시민들의 큰 반발을 샀던 선례에서 보듯이 시내에 차량을 줄이는 것은 단순히 인프라만 바꾼다고 해결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자동차 통행을 줄일 수 있도록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패널티를 분명히 하는 등 관련 제도 정비가 뒤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차로를 줄이는 일은 일시적으로 교통난을 초래할 수 있고 이에 따른 반발도 예상되는 만큼 충분한 검토가 있어야 한다.

지난달 마포구는 "신촌·양화로 중앙버스전용차로 공사를 마포로 등 주변교통 여건이 안정화될 때까지 중단해 줄 것"을 서울시에 건의했다. 지난 2006년에 개통된 마포로 중앙버스전용차로로 인한 교통체증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신촌·양화로까지 중앙차로가 생기면 교통난이 더욱 가중되기 때문이다.

`도로 다이어트` 방식으로 자전거도로를 만들 예정인 종로의 경우 출퇴근 시간대에 시간당 1500∼2400대의 차량이 몰려드는 대표적 혼잡구역이기 때문에 이 지역 상인·거주자들이 큰 불편을 감수해야 한다.

특히 종로·동대문 일대는 자영업자의 비율이 높은 소상인 밀집지역이기 때문에 자동차 이용이 불가피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서울시 도시교통본부 관계자는 "교통환경이 바뀜에 따라 시행 초기에는 불편에 따른 반발도 당연히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하지만 장기적으로 도심은 보행자와 자전거 중심의 교통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이 도시경쟁력에 도움이 된다고 보기 때문에 많은 토론과 설득작업을 통해 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 도로다이어트 방식이 적용되는 종로 일대 조감도 (자료: 서울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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