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선돋보기]박원순 압승은 '드루킹' 덕분?

결선 가능성 높았던 서울·경기·광주 모두 본선 직행
박원순, 가장 높은 득표율 기록..박영선·우상호 압도
위기감 높아진 여권지지층 안정적 투표 성향 보인듯
당내 경쟁력 확인한 전해철, 향후 행보 기대감 높여
  • 등록 2018-04-21 오후 5:27:33

    수정 2018-04-21 오후 9:27:03

[이데일리 이승현 기자] 지난 20일 저녁 더불어민주당의 지방선거 서울·경기·광주지역 광역단체장 경선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세곳 모두 3자 대결을 펼친 가운데, 서울에서는 박원순 서울시장이, 경기도는 이재명 전 성남시장이, 광주는 이용섭 전 대통령직속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이 1차 투표에서 과반 이상의 득표율을 기록해 결선투표 없이 본선 후보로 결정됐습니다.

서울·경기·광주 모두 결선 없이 본선 직행

경선 초반부터 1위를 달리던 후보들이 본선 후보로 결정된 것이긴 하지만 눈길을 끄는 것은 단 한곳도 결선투표에 가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세곳 중 두곳 정도는 결선투표로 갈 것이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인 박원순 현 시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가재울 성당에서 열린 고 김상현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의 장례미사에 참석해 있다. (사진=연합뉴스)
결선투표는 3인 이상의 후보가 하는 1차 경선에서 1위 후보가 과반 이상의 특표를 얻지 못했을 때 1,2위 후보가 결선투표를 통해 최종 승자를 가리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되면 1차 경선에서 2위를 한 후보도 결선투표에서 3위가 얻은 표를 흡수해 1위 후보를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이 열립니다.

이 때문에 3인 경선을 치룬 서울, 경기, 광주의 2,3위 후보들은 저마다 결선투표 도입을 주장했습니다. 또 서울과 광주의 경우 후보간 지지율 차이가 크지 않았고 1위 후보의 지지율이 50%를 넘지 않아 결선투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점처졌습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결과는 예상과 크게 달랐습니다. 특히 결선투표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꼽혔던 서울의 경우 박원순 서울시장이 66.26%로 각 지역 1위 후보 중에서도 가장 높은 득표율로 본선에 직행했습니다.

원샷 경선이 유력했던 경기지사 후보인 이재명 전 성남시장도 59.96%의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고, 역시 결선투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던 이용섭 전 일자리위원장도 52.94%의 득표율로 아슬아슬하게 본선행 티켓을 거머쥐었습니다.

박원순 압도적 1위 눈길..전해철 선전도 주목

가장 눈길을 끄는 후보는 박원순 시장입니다. 서울은 현역의원인 박영선·우상호 후보가 도전장을 내밀면서 접전이 예상됐던 곳입니다. 4선인 박영선 의원은 이미 지난 2011년 박 시장과 서울시장 자리를 놓고 경쟁을 벌였던 사이이고, 우상호 의원은 3선에 당 원내대표를 지냈을 정도로 비중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두 의원들은 경선 기간 내내 박 시장을 견제하는 한편 결선투표에서 2,3위 간 연대를 통해 박 시장을 넘어서겠다는 전략을 세워왔습니다. 실제 경선 마지막 날인 20일 오전에는 두 후보가 만나 결선투표 진출시 떨어진 후보가 상대방을 지지하기로 합의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전략과 시도는 무용지물이 됐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전해철 의원이 4.19혁명 58주년인 19일 오전 서울 강북구 국립 4.19 민주묘지에서 참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권리당원 투표에서 약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박 시장이 예상과 달리 권리당원 투표와 일반여론조사 양쪽 모두에서 월등한 득표를 거뒀기 때문입니다. 박 시장의 압도적 승리에는 높은 인지도와 차기 대권주자란 이미지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입니다.

일각에서는 ‘드루킹’ 사태가 민주당 경선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드루킹’ 사태로 여권이 위기에 빠졌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여권 지지자들이 새로운 시도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했고, 본선에서 승리가 가장 확실한 후보에게 힘을 실어줬다는 것입니다. 경선 지역 3곳 모두 지지율 1위 후보가 본선에 진출한 것이 이를 방증합니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드루킹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경쟁력이 있는 2,3위 후보들이 보다 많은 표를 얻을 수 있었다”며 “여권 지지층이 안정적인 투표 성향을 보였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번 경선에서 비록 본선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기대 이상의 성적을 올린 경기도지사 예비후보인 전해철 의원도 주목을 받았습니다. ‘친문’(친문재인) 인사로 꼽히는 전 의원은 선거 출마 당시만 해도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낮은 지지율을 기록해 과연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 전 시장과 경쟁이 될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하지만 경선 결과를 보면 전 의원은 36.8%의 득표율을 기록했습니다. 특히 권리당원 조사에서는 이 전 시장(49.38%)과 거의 비슷한 46.86%의 득표율을 올려 당내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일반여론조사에서도 31.7%의 득표율로 출마 당시보다 3배 이상 높은 지지율을 보였습니다. 전 의원의 낮은 인지도를 감안하면 높은 지지율이라는 평가입니다. 이런 성과는 향후 전 의원의 행보에 기대감을 높이는 요인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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