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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정부가 가상통화(암호화폐·가상화폐)에 대해 강력한 규제를 취해도 정책 실효성이 없으며 오히려 국내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내고 국민을 더 위험한 거래로 내몰 것이라는 경고가 나왔다. 이 때문에 투자자 보호와 불법자금 차단, 신(新)산업 진흥이라는 원칙에 맞춰 기존 법률을 손질하는 선에서 신중하게 정책을 펴야 한다는 지적이다.
김형중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8일 국회입법조사처가 주최한 `가상통화 규제의 쟁점과 개선과제`라는 토론회에서 “정부가 가상통화 거래를 금지하거나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지하겠다고 한 것은 지나치게 진도가 많이 나간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가상통화 거래소를 폐지할 경우 국내 양질의 일자리를 해외로 몰아내고 국민들을 더 위험한 거래환경으로 내몰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가상통화는 국경을 넘어 사용되기 때문에 국내에서만 초강도의 규제를 취한다 해도 정책 실효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또 “가상통화공개(ICO)를 금지하고 있는 국가는 중국과 한국 뿐이며 심지어 중국도 최근에는 ICO 금지에서 한 발 물러서려 하고 있다”며 “ICO 금지 기조를 유지하고 있는 한국 정부 입장에서는 갑자기 이를 허용하는 쪽으로 기조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불법자금 차단을 위해 신원확인과 자금세탁방지 등 조치를 취할 수 있고 이는 정부가 가장 손쉽게 할 수 있고 가장 바람직하고 효과적인 규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교수는 “가상통화를 이용한 금융산업 등 각종 신산업 진흥을 통해 국내 금융산업 지평을 넓히고 선진화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ICO를 허용하는 쪽으로 정책을 선회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그렇지 않을 경우 국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기술도 선진화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점쳤다. 또 정부가 나서 스위스처럼 크립토밸리를 육성하고 블록체인 연구개발(R&D) 예산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가상통화는 문재인 정부에게 주어진 선물일 수 있다”며 “한국은 충분히 가상통화에서도 선도국가가 될 수 있는 만큼 현 상황에서 가상통화 정책은 신중하고도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