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동서남북] 마잉지우 총통은 정치보복 피할 수 있을까

  • 등록 2016-05-15 오후 2:03:05

    수정 2016-05-15 오후 2:03:05

민진당이 앞으로 마잉지우(馬英九) 총통에게 보복의 칼날을 휘두를 것인가. 차이잉원(蔡英文) 당선자의 총통 취임이 가까이 다가오면서 떠오르는 관심사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마잉지우에 대한 사법처리 촉구 주장이 제기되고 있으며, 마 총통 자신도 “나에 대한 마녀사냥이 시작된 것 같다”며 공개적으로 유감을 표명하고 있을 정도다. 정작 민진당은 이에 대해 침묵을 지키고 있다.

대만교수협회를 비롯한 몇몇 시민단체들이 마잉지우 총통에 대한 사법처리 주장 대열에 가담하고 있다. 집권 기간의 권력남용과 부패 의혹이 있다는 것이다. 의혹이 모두 해소되기 전까지는 출국도 금지시켜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이는 중이다. 총통은 국가원수로서 내란 또는 외환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임기 중에 형사상 소추를 받지 않을 면책특권을 인정받고 있다. 그 면책특권이 끝나가고 있는 데 따른 공세다.

이들은 민진당 출신의 전임 천수이볜(陳水扁) 총통이 임기가 끝나자마자 구금 상태에서 수사받았다는 점을 강조한다. 마잉지우에 대해서도 똑같이 처우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만 사회 일각에서 천수이볜이 정치보복을 당한 것이라는 주장이 없지 않은 만큼 마잉지우에게도 쓴맛을 보여주자는 주장이다. 더욱이 마잉지우 총통이 미국 영주권이 있으며, 두 딸은 미국 시민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들어 도피 가능성까지 내세운다.

제기되는 의혹이 전혀 근거가 없는 것도 아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것이 왕진핑(王金平) 전 입법원장에 대한 도청수사 내용 유출사건이다. 마잉지우가 2013년 당시 황스밍(黃世銘) 검찰총장으로부터 해당 내용을 보고받은 것이 명백한 권력남용이라는 얘기다. 황스밍이 이와 관련한 재판에서 지난해 고등법원으로부터 수사 비밀을 지키지 못했다는 이유로 유죄를 선고받았다는 사실도 그에게는 불리하게 작용할 수밖에 없다.

당시 마잉지우 정부가 중국과의 경제협력에 가속도를 붙여가면서 입법원의 후속 지원이 절실했으나 왕진핑이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면서 빚어진 사태다. 그를 입법원장에서 물러나게 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결국 이와 관련해 마잉지우 지신이 검찰에 소환되어 조사를 받았으며, 입법원에서는 장이화(江宜樺) 행정원장에 대한 불신임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대만판 워터게이트’로 불렸던 정치적 스캔들이다.

민진당은 그때 마잉지우에 대한 탄핵도 추진했으나 의석이 과반수에 미치지 못하고 있었으므로 무위에 그치고 말았다. 그런 만큼 민진당이 오는 20일 정권을 정식 이양받는 대로 별도 조치를 취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지난 1월의 선거에서 민진당이 다수당으로 올라서면 다시 탄핵을 추진한다는 움직임이 없었던 것도 아니다. 오히려 선거 이후 지금까지 그런 얘기가 전혀 나오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할 뿐이다. 마치 폭풍전야의 분위기라고나 할 것인가.

시민단체들은 현재 진척이 지지부진한 타이베이돔 공사를 두고도 마잉지우에게 의혹을 제기한다. 공사를 맡았던 위엔슝(遠雄)그룹에 대해 특혜를 보장한 대가로 불법 이득을 취했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총통 재임 중 늘어난 재산 내용을 공개하라며 공세를 펴고 있다. 내년 타이베이 하계유니버시아드 개최에 맞춰 완공될 예정이던 타이베이돔은 현재 공사가 전면 중단된 데다 위엔슝그룹과의 공사 계약도 중도 파기된 상태다.

이 공사와 관련해서는 현 커원저(柯文哲) 시장도 마잉지우에 대한 의혹을 강력하게 거론한다. 위엔슝 그룹과의 계약이 파기된 것도 최근 커원저 시장에 의해서다. 하지만 이러한 주장은 정치 공세의 측면이 강하다. 커원저가 그동안 전임 마잉지우 및 하오룽빈 시장 때의 계약 비리를 밝혀내려고 애쓰고도 꼬투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밖에 타이베이 도시계획 과정에서 수용된 토지가 원래 목적과 달리 사용됐다는 논란도 덧붙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마잉지우 총통 측에서는 “커원저 시장이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며 화려하게 출발했던 입지가 흔들리면서 인기추락을 만회하려는 악의적인 비난”이라고 맞선다. 해외도피설에 대해서도 “총통직에서 물러나는 것일 뿐 대만에서 사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일축한다. 논란을 빚고 있는 그의 미국 영주권은 한때 보유했던 게 사실이지만 중간에 갱신하지 않아 지금은 무효화된 것으로 전해진다.

마잉지우 자신도 “나는 총통 재임중 정부 업무와 사법 시스템을 침해한 적이 없다. 늘 법을 준수한다는 자세로 살아왔다”며 자신에 대한 마녀사냥식 비난에 유감을 표명한다. 며칠 전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출연해서도 “정치보복이 이미 시작됐지만 내 결백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퇴임 이후에는 회고록을 쓸 생각이라고도 했다.

현재 마잉지우에게는 적잖은 정치 공세가 겨눠지고 있다. 가장 큰 것이 경제 실책이다. 성장률이 1% 안팎에 그치고 있는 현실이 그것을 말해준다. 집값은 치솟고 있으며 청년들은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갬비아의 중국관계 복교와 케냐 보이스피싱 대만인 피의자들의 중국 송환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심지어 세계보건총회(WHA) 초청장을 받으면서 ‘하나의 중국’을 인정하도록 명시된 데 대해서도 민진당은 마잉지우를 원망하는 분위기다. 2008년 국민적인 여망을 안고 총통에 취임했던 마잉지우의 지금 모습이다.

물론 그 전에도 전임자들의 수난은 끊이지 않았다. 천수이볜이 총통 재임중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받은 혐의로 19년 징역형을 받았는가 하면, 리덩후이(李登輝) 전 총통에 대해서는 “일본이 나의 조국이다. 센카쿠 제도는 일본 영토다”라는 발언으로 총통 예우를 취소해야 한다는 여론이 들끓기도 했다. 좀더 거슬러 올라가 장제스(蔣介石), 장징궈(蔣經國) 부자 총통에 대한 반발감은 더 말할 것도 없다.

한편, 검찰 당국은 마잉지우 총통에 대한 시민단체들의 사법처리 촉구 주장을 일축한 상태다. 대만교수협회를 포함한 이들 시민단체들이 형법상 당사자 자격이 없다는 이유에서다. 그렇다고 문제가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니다. 차이잉원이 취임하게 되면 상황은 또 달라질 가능성이 크다. <허영섭 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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