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KDB산업은행이 동부특수강과 동부당진항만을 패키지로 인수키로 하고 늦어도 5월중 동부제철에 자금 납입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과도한 부채로 인해 매년 약 200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을 부담하고 있는 동부제철의 열악한 재무 상태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동부그룹의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오는 5월까지 사모투자펀드(PEF) 결성을 마무리하고 동부특수강과 동부당진항만을 인수한다는 계획이다. 인수작업에 먼저 착수한 동부특수강은 기업가치(valuation) 평가 등 인수 조건에 대해 거의 막바지 작업에 다다른 것으로 전해졌다. 이어 이번 주말 당진항만 인수가 최종 결론나면서 산업은행 SPC(특수목적법인) 패키지 인수 대상이 최종 확정됐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우선 1차 PEF에는 동부특수강과 동부당진항만 2가지만 인수키로 했다”며 “오는 5월까지 펀드 결성을 마치고 동부제철에 자금을 납입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각 방식이 정해지지 않은 동부메탈에 대해서는 “2차 PEF 결성을 통해 산은이 인수하는 방안도 가능하다”면서도 “구체적인 매각 방식 및 시기를 언급할 단계는 아니다”라고 했다.
우선 동부특수강에 대해서는 인수가격 및 구조 등에 대해 대체적인 윤곽이 나왔다. 동부특수강은 앞서 2012년 2월 군인공제회, 하나대투증권 등 재무적투자자(FI)들로부터 700억원 규모(총 지분율 28%)의 전환상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자본확충을 단행한 바 있는데, 동부특수강은 FI 지분에 대해 콜옵션을 행사해 모두 매입한 뒤 지분 100%를 산은에 넘기기로 했다.
재무적 투자자는 당초 기업공개(IPO)를 통해 투자금 회수를 할 계획이었으나, 동부특수강 콜옵션 행사로 ‘투자원금+기간 이자’ 수준에서 투자금 회수가 이뤄질 것으로 전해졌다.
동부제철 2013년 감사보고서상 동부특수강의 장부가는 1224억원(지분율 72%)이나, 2012년 2월 RCPS 발행 당시 동부특수강의 기업가치는 2500억원으로 평가돼 주당 1만2500원에서 발행됐다. 재무적 투자자들은 연 9% 수준(금액 기준 63억원)의 배당금을 연 2회 나눠받아왔다.
이에 산은은 적어도 동부특수강 인수에 2500억원 이상의 대금을 지급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부특수강 지분을 100% 인수하는 산은이 동부의 콜옵션 행사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인수할 경우 동부특수강 회계상 손실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동부제철은 동부특수강 매각으로 인한 유동성 유입뿐만 아니라 매각대금 정산시 이익으로 반영돼 재무개선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동부제철은 거액의 차임금 및 높은 수준의 금리로 영업이익이 금융비용에 크게 미달해 매년 당기순손실을 기록하고 있어 현금흐름 악화가 가중되고 있다. 대규모 투자에 따른 순차입금 규모가 2010년 2조원대로 크게 증가한 이후 차입금 축소가 이뤄지지 못해 연간 2000억원 규모의 이자비용이 발생하고 있는 동부제철은 지난해 영업이익으로 214억원(연결 기준)을 냈으나, 2374억원의 금융비용 발생으로 1418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한편 지난해 말 동부제철은 매각을 위해 동부당진항만을 물적분할한 뒤 지분 500만주 전량을 3000억원에 유상감자한 뒤 증자를 시도했으나 투자자 모집 실패로 무산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