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달 29일(현지시간) 의미심장한 발언을 했다. 건강보험 개혁 필요성을 강조하기 위해 노스캐놀라이나주 랄리와 버지니아주 브리스톨을 연달아 방문한 오바마 대통령은 "경기후퇴(recession)의 끝이 시작되는 것을 보고 있다"고 말했다.
그리고 시사주간지 뉴스위크 최신호가 커버 스토리에서 다룬 `경기후퇴가 끝나고 있다(The Recession is Over)`는 기사에 대해 언급하며 "경기의 자유낙하는 멈췄고, 시장이 상승하고 금융 시스템은 더 이상 붕괴 위기에 놓여 있지 않다. 상황이 나아지고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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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반등 확신 깊어졌다
다음 날엔 "미국의 2분기 국내총생산(GDP)은 줄어들 것"이라면서 "그러나 미국 경제의 위축 국면은 눈에 띄게 완화되고 있다"고 밝혔다. 2분기 GDP 발표를 하루 앞둔 시점이었다.
이에 투자은행들은 연달아 하반기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상향하기 시작했고, 티모시 가이트너 재무장관 등 정부 인사들이 하반기 성장을 낙관했다. 앨런 그린스펀 전 연방제조이사회(Fed) 의장은 3분기 미국 경제가 2.5%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올해 초만 해도 위기의 핵심인 `N워드(N Word; 은행권 국유화)나 `D워드(D word; 디플레이션)`를 위시해 우려가 기승을 부렸지만, 3월 들어 주식 시장이 경기회복의 싹(Green shoots)이 보인다며 오르기 시작하자 걱정보다는 기대가 커졌다. 그리고 하나 둘 회복의 증거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제조업은 아직 `팽창`까지는 아니지만 그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회복되고 있다. 7월 공급관리협회(ISM) 제조업 지수는 48.9를 기록했다. 확장 국면을 의미하는 기준선 50은 밑돌았지만 금융위기 직전이었던 지난해 8월 이후 최고치란 점은 중요해 보인다.
제조업의 핵심인 자동차 업계는 한 때 `죽은 목숨`으로 경제에 부담만 안길 것으로 여겨졌지만, 정부의 빠른 회생 조치들에 도움 받아 활기를 찾고 있다.
특히 중고차 현금보상 프로그램으로 포드의 7월 판매가 2년만에 증가했고, 미국 전체로도 7월 판매가 99만8000대를 기록, 올해 최고치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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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20개 주요도시 대도시 주택가격을 보여주는 스탠다드 앤드 푸어스(S&P) 케이스-쉴러 지수는 7월에 전월대비 0.5% 오르며 3년만에 하락세에 제동을 걸었다.
6월 기존주택판매는 석달 연속 증가세를 이어갔고, 신규주택판매도 8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잠정주택판매도 5개월 연속 늘어 2007년 6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판매가 더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가능하다.
기업들의 실적도 좋아졌다.
톰슨 로이터에 따르면 4일 현재 S&P500 기업 가운데 3분의 2 가량이 실적을 발표했고, 순이익은 전년 동기대비 29.5% 감소했지만 74%는 예상보다 나은 성적을 내놓았다. 특히 골드만삭스를 시작으로 은행들의 실적 개선도 확인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 `착시효과`일 수도.. 더블딥 배제못해
이렇게 밝은 면만 보면 2007년 12월 이후 19개월째 접어든 경기후퇴는 이미 끝난 것처럼도 보인다.
그러나 `착시효과`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의 부양책이란 특수한 변수가 존재했으며, 제조업 부문의 생산 증가도 재고 부족에 따른 것이지, 실제로 투자를 통해 확장을 하고 있는 단계는 아직 아니다.
기업들의 실적도 내용을 들여다 보면 마른 수건까지 짜내며 가능했던 것이지 `확장`과 `성장`을 담보하지는 못한다. 또 이렇게 비용 절감을 통한 실적 개선이 더 이어질 수는 있겠지만, 이는 실업률 상승의 속도를 늦추지 못할 것이고, 결국 소비 둔화도 계속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도이체방크는 오는 2011년까지 미국 모기지 대출의 절반 가량은 집의 가치가 모기지 대출 가치를 밑도는 이른바 언더워터(underwater) 상태일 것으로 전망했다. 주택 매매는 여전히 현저히 낮아졌던 까닭에 염가매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며, 아직 정상적인 수준의 수요 증가는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경제 석학들은 반등 국면임을 부인하지 않더라도 미국 경제에 다시 높은 성장이 가능하긴 어렵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에드문드 펠프스 미 컬럼비아대학 교수는 "미국 경제가 길고 질긴 어려움(long slog) 속에 있다"며 "성장을 견인할 만한 또 다른 혁신의 물결이 가까운 미래에 나타날 것이란 확신이 없다"고 밝혔다.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상업용 부동산과 은행 부문 등에 대한 우려를 표하면서 경제 회복은 매우 느린 속도로 진행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스턴스클 교수는 경기가 반등하더라도 다시 고꾸라질 수 있다며 더블딥(double dip) 가능성을 연일 경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