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시장에 블루칩 `병원회사`들이 뜬다

정부, `의료 수익사업` 가능하토록 법개정 추진
민간의보·리조트·관광업 등과 연계사업 허용
  • 등록 2006-12-14 오후 12:00:01

    수정 2006-12-14 오후 2:00:03

[이데일리 하수정기자] 국내 굴지의 병원경영지원회사(MSO)인 서울의 `희망의료원`(가칭)이 경상남도 마산과 전라남도 순천에 대규모 휴양타운을 건설했다.
 
서울 본원에 버금가는 최고급 의료진이 포진한 종합병원 옆에는 특급호텔과 고급 아파트단지가 들어서 있고, 그 주변은 36홀짜리 대형 골프장이 에워싸고 있다.
 
서울 부자들이 수년간 머물며 치료를 받고 요양하는 이 곳에 최근 들어서는 외국인 의료관광객들이 몰려들고 있다. 의료원과 제휴를 맺은 관광회사가 해외에 텔레비전 광고를 낸 뒤로 입주 희망자들이 줄을 이은 것.
 
희망의료원측은 기후가 좋은 인근 지역에 새로운 의료 휴양 타운 건설을 추진하기로 했다. 
 
보험회사와 손을 잡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질환을 중심으로 사업을 벌여온 희망의료원은 높은 수익성을 자랑하며 일찌감치 증권선물거래소에 상장된 기업. 새 휴양타운 건설비용 조달을 위해 대규모 유상증자를 실시키로 한 희망의료원에 개인과 기관투자자들이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양한 형태의 의료사업을 하고 있는 MSO들은 이제 주식시장에서 굴지의 IT기업들과 어깨를 견주는 핵심 블루칩으로 통한다. 
 
이같은 `의료서비스의 산업화` 비전이 이르면 내년부터 현실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사업지주회사 역할의 MSO

14일 `서비스산업 경쟁력 강화 종합대책`을 내놓은 정부는 `병의원이나 의사가 출자한 병원경영지원회사(MSO)`가 가능해지도록 의료법 개정안을 내년 2월 국회에 제출할 방침이다.

현재 `고운세상 피부과`와 `함소아한의원`, `예치과`와 같이 개인 병의원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공유한 프랜차이즈와는 확실히 차별적이다.

기존 프랜차이즈와 달리 병의원 등이 MSO에 직접 자금을 대고, MSO는 의료법인에 금지돼 있던 다양한 수익사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MSO는 직접 병원에 투자할 수 없다는 점에서 지주회사와 다르지만, 역할에 있어서는 사업 지주회사의 형태를 보인다.

MSO는 주주인 병의원들의 인력관리와 마케팅, 의료장비 구입, 진료비 청구, 법률회계컨설팅 등의 경영지원을 하게 된다.

병의원 지원 업무 뿐 아니라 관광이나 보험, 의약품, 의료산업 등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자체 사업을 가질 수도 있다.

◇ 어떤 효과 있을까

의료산업의 새로운 수익모델을 다양하게 창출할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획기적이다. 

영리법인인 MSO를 통해 의료기기 개발이나 임상연구 대행, 건강보조식품, 건강검진, 간병인 등 의료산업 인력 학원 등 의료와 연계된 사업 뿐 아니라 호텔, 관광, 음식, 미용, 법률서비스, 금융서비스까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여러가지 수익 사업이 가능해진다. 

MSO를 통해 병의원간 네트워크가 활발해지면 의료서비스의 원가도 대폭 절감될 것으로 보인다.

네트워크화된 병의원들간 병상과 의료장비를 공유할 수 있기 때문에 굳이 환자유치를 위해 비용을 많이 들여 병상 수를 유지하고 고가 의료장비를 보유할 필요가 없어지기 때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인구 100만명당 자기공명영상장치(MRI) 보유 규모가 7.9대로 영국 5.2대, 프랑스 2.7대보다 훨씬 웃도는 등 고가 의료장비가 과다한 것으로 나타났다.

병상이 100~300개 정도 되는 중규모 병원의 인수합병(M&A) 효과도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의료법인은 비영리법인으로 M&A가 불가능하지만, MSO를 통해 외부 자금 조달이 추진되면 의료기관간 수직적 계열화 등으로 사실상 M&A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 의료서비스 비용은

정부는 MSO 도입으로 각종 운영비용이 절감되면 서비스 원가가 줄어 소비자에게 이득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민간의료보험이 활성화돼 병원과 보험사가 직접 의료수가 협상을 하게 되면, MSO를 중심으로 연합된 병의원들은 협상파워를 갖게되고 의료수가도 높아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 MSO 상장은 병의원 투명성 확보 전제돼야

외부자본 조달이 가능한 MSO는 제도적으로 시장에 공개되는 데 별 제약이 없다. 그러나 MSO가 충분한 수익을 내고 있거나, MSO의 주주인 병의원들의 투명성이 전제되어야하는 과제가 남아있다.

조원동 재정경제부 경제정책국장은 "장기적으로 MSO도 거래소나 코스닥에 상장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면서도 "시장의 자금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탄탄한 수익성과 의료기관의 회계투명성이 담보돼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내년부터 `의료서비스 산업화` 길 열린다"
                 "술대신 `문화`로 접대하면 `2중` 稅혜택"
                 "2010년 새 풍속도 `제주도 기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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