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 선임연구원은 "적극적인 국제적 공조가 이루어졌던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장기금리는 금융완화의 결과 단기적으로 강세기조를 보였지만, 이후 국제적 공조의 긍정적 결과가 부각되며 경기 호전과 더불어 초약세를 보였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며 "1~2분기 이상의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사태 처리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 정도에 따라 채권시장이 약세전환할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통화정책의 경우 다분히 정책당국과의 보조 차원에서 일시적 완화를 가정할 수도 있겠지만 현 상황이 지난 롱텀캐피털매니지먼트(LTCM) 사태나 9·11테러와 달리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만한 시스템 리스크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기조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래는 류 선임연구원이 기고한 봄스 전문이다.
◇이벤트 리스크와 채권시장
지속되는 고유가와 허리케인 충격이 고유가를 더욱 부추길 것이라는 우려가 경기 둔화 압력을 확대하며 글로벌 금리가 재차 하향기조로 전환하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국가의 물가연동채권 수익률(이는 궁극적으로 일국 경제의 장기 기대 수익률, 즉 예상되는 장기 실질성장률 개념으로 볼 수 있음)로 볼 때, 이러한 분위기는 물가 부담 보다는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를 보다 크게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8월 말 허리케인은 미국 금융시장 내 경기 둔화에 대한 불안감을 증폭시키는 촉매로 작용하고 있다는 판단이다.
이러한 일련의 사태에 발맞춰 미국을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경제적 공조가 강화되고 있다. 지난 1991년 걸프전 당시와 2001년 911테러에서 보았듯이 실물경제 및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국제적 공조는 다분히 소기의 목적을 달성했고, 이후 글로벌 경제는 짧은 조정을 거쳐 회복 궤도로 진입하는 놀라운 유연성을 보였다. 따라서 전략적 비축유 방출로 시작된 금번 국제적 공조의 결과 역시 국제 원유가 안정을 위한 협력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 성장 관점에서 긍정적 효과를 나타낼 것으로 전망할 수 있겠다.
그렇다면 만약 허리케인 카트리나로 인한 충격이 없었다면 국제 원유가와 미국 경제에 대한 전망은 어떠했을까? 허리케인으로 인한 쇼크 이전 상황에 대한 우리의 평가는 미국 경제가 과거와 달리 충분한 경기조정을 거치지 못했고, 따라서 이는 미 연준의 지속적인 정책대응을 유발을 통해 현재 및 가까운 미래 보다는보다 먼 미래의 경기조정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었다. 즉 지속된 금리인상과, 추가적으로 지속될 금리인상 전망 하에서도 미국 경제는 오히려 회복세를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 점에서 현재의 경기조정 지연이 초래할 미래 불확실성 확대 가능성에 우리는 주목한 셈이다.
이에 근거할 때, 현재와 가까운 미래에 주가와 금리는 동반 상승할 수 있겠지만, 정책금리가 어느 수준에 도달하고, 이후 미 연준의 금리인상이 종결될 시점에 이를 경우, 주가와 금리는 지금까지의 상황과 전적으로 다른 방향성(주가 및 금리의 동반 하락)을 보일 것이라는 게 우리의 기존 관점이었고, 그 시기는 대략 2006년 2분기 이후로 예상했다.
◇연준, 금리인상 지속
우리가 상기한 바와 같이 전망했던 근거 중 하나는 미국의 경제 펀더멘털이다. 즉 최근 2개월 남짓 회복 전환했던 주요 선행지표의 추이와 경기 동후행적인 생산 및 소비, 그리고 고용지표의 지속된 회복세였다. 특히 우리는 주요 선행지표 추이에 주목하고 있는데, 예컨대 미국 경제 전망에 있어 가장 높은 신뢰를 제공하는 ISM제조업지수와 종합적인 경기 전망에 이용되는 경기선행지수에 특히 주목하고 있다.
이는 두 가지 가능성을 내포한다. 하나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지속될 가능성이며, 다른 하나는 상기한 두 지표가 추가 금리인상 전망 하에서 충분치 못한 조정으로 재차 하락 및 둔화 반전할 가능성이다.
최근 들어 이러한 모습이 가시화되고 있다. ISM지수는 재차 하락 반전했고, 경기선행지수 증가율은 7월 중 이미 전년비 상승률이 둔화됐다. 다만 여전히 그 수준이 높다는 점에서 우리는 미 연준의 추가 금리인상이 정당화될 수 있다는 판단이다.
또한 장기적으로 미국의 연방기금금리와 명목성장률은 유사한 궤적과 수준을 보여왔다. 연방기금금리가 일국의 자본비용이라면, 명목성장률은 투하자본수익률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즉 수익과 비용이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경우 경제 내 잉여유동성의 발생이 제한되며 다분히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다. 예컨대 지난 2001년 이후의 공격적 금리인하와 동기간 중의 명목성장률 확대로 양자의 괴리가 크게 확대됐는데, 이는 궁극적으로 잉여유동성 확대와 함께 달러약세 압력으로 작용했을 것이다. 결국 미 연준 금리인상의 궁극적인 목적은 양자의 차이를 축소시키는 것이며, 그 과정에서 달러는 자연스럽게 강세압력을 받을 것이라는 게 우리의 주장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미 연준의 금리인상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카트리나, 기회인가 위기인가
문제는 이러한 전망 하에서 나타나고 있는 고유가와 이벤트 리스크이다. 전술했듯이 고유가와 허리케인으로 인한 경제적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국제적 공조가 형성되고 있는데, 이러한 공조의 긍정적인 효과가 단중기적으로는 지속될 수 있겠지만, 이로 인해 미국 경제의 충분한 조정이 더욱 지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관점에서 8월 말 미국을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미국 경제의 지연된 조정을 앞당길 촉매 역할을 할 지에 대한 답은 아직까지 단언키 어려워 보인다. 위기가 기회라는 점에서 이는 단기적으로 채권시장에 호재일 것이지만 중장기적으로 국제적 공조의 결과와 더불어 이로 인한 심리적 안정 여부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비견될 자연재해는 아니지만 적극적인 국제적 공조가 이루어졌던 지난 2001년 911테러 이후 미국의 장기금리는 금융완화의 결과 단기적으로 강세기조를 보였지만, 이후 국제적 공조의 긍정적 결과가 부각되며 경기 호전과 더불어 초약세를 보였던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기회로 여겨졌던 위기의 효과가 단명한 반면, 중장기적으로 기회가 오히려 위기로 변화된 셈이다.
금번 허리케인의 경제적 파장은 과거 그 어떤 재해보다 클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만큼 불확실성의 강도도 강해졌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으며, 이는 곧 수익 보다는 리스크에 대한 관심을 집중시키게 될 것이다. 금번 재해로 인한 파급효과를 따지기에 앞서 일단 미국이라는 지역에 국한된 점에서 채권과 비달러자산이 단기적으로 그 수혜(?)를 볼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다만 1~2분기 이상의 중장기 관점에서 보면 사태 처리 과정과 그 과정 속에서 경제주체들의 심리적 안정 정도에 따라 채권시장은 또 다른 모습으로 전환(약세 전환)될 가능성을 반드시 고려해야 할 것으로 판단한다.
통화정책의 경우 다분히 여타 정책당국과의 보조 차원에서 일시적 완화를 가정할 수도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현 상황이 지난 LTCM 사태나 911테러와 달리 금융시스템을 붕괴시킬 만한 시스템 리스크를 자극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기존 기조가 쉽게 바뀌기는 어려울 것으로 판단된다.